저녁 8시.
첫째 아이가 저녁을 먹고나서부터 계속 눈을 비빈다. 어제도 늦게 잤고 낮잠도 안잔터라 많이 피곤한가보다. 어른 같으면 자러 들어가면 될텐데 아이의 경우 재우지 않으면 저녁 12시까지 버틴다. 재우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일찍 재워야 한다.
억지로 어깨에 짊어지고 방에 들어갔다. 달래고 달래 침대까지 왔다. 10분이 지나자 엄마를 찾고 할머니를 찾는다. 애니매이션으로 꼬셨다.
" 애니매이션 하나 보고 코 자자. 알았지? "
" 응. "
유튜브에서 '옛날이야기'를 검색했고, 누렁이와 할아버지가 나왔다. 할아버지가 낮잠을 잔 사이에 불이났는데 충성심 깊은 누렁이가 몸에 물을 뭍혀 불을 끄는 이야기. 동영상이 끝나자마자 핸드폰을 끄고 자장가를 불러준다.
"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
5번을 불렀을까? 아이가 눈을 뜨고 말한다.
" 나 밖에 나갈래. "
" 잔다고 약속했자나. 코 자야지 내일 또 놀지."
"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와. 나갈래. "
" 알았어. 애니매이션 하나 더 보자. 알았지? "
'애니매이션 보여준걸 알면 아내 화낼텐데.. 들어오면 끄면 되지 뭐. '
유튜브를 꼬내 보여주려는 순간.
" 내가 보여주지 말라고 했지!"
" 잠깐 보여줬어. "
" 아닌데, 아빠가 두번째 보여주는 건데.."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한다. 세상 사람 모두가 그랬으면.. 지금은 말구..
" 나와~! 내가 재우게. 둘째 재워. "
" 알았어.. "
첫째를 두고 둘째를 안았다.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 어떻게 재우는지 알지? 얼마 먹여야 돼? "
" 150. 5스푼. "
" 아닌데!"
" 170. 5스푼 반."
"아닌데?"
"그럼 얼만데?"
"180. 6스푼. 기저귀 갈아여 되고 마미쿨쿨 입혀야되고 안아서 재우면 안되고.. 재울때 눕혀서 재우되 쪽쪽이를 물리면 안되고.... 블라블라블라."
아내는 정말 말이 많다. 다른 아내들도 그런지 궁금하다.
" 알았어. "
주섬주섬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 오빠는 기저귀를 너무 꽉 매더라. "
" 아오.. 한번 재우는데 100마디 말을 하네. "
" 아니 그렇다고, 사용한 기저귀는 잘 말고.."
진짜 말이 많다. 여튼 방에 데리고 들어가 젖병을 물렸다.
'그래, 역시 잠재우는 건 신생아가 다 쉽다 쉬워.'
" 오빠, 안아서 재우지마. 어렵게 습관 들여 놓았어."
"네..네.. "
둘째가 젖병을 싹 비워내자 어깨에 걸쳐놓고 등을 툭툭 두드린다.
'쉬 ~ 쉬. ~ '
이제 눕혀서 재워야 할 차례. 눕혀서 재우기가 여간 쉽지 않다. 진짜 어렵다. 안아서 재우고 눕히면 쉽기에.. 슬쩍 아내의 오더를 져버리고 안아서 왔다 갔다 한다.
' 붕 ~ 붕 ~.'
어? 핸드폰 가지고 들어왔었나? 연락 올 때가 없는데?
' 붕 ~ 붕 ~.'
둘째 아이를 재우는데 계속 울려대는 핸드폰 진동소리 때문에 방해될까봐 핸드폰을 이불 속으로 던져 버렸다.
' 붕 ~ 붕 ~.'
뭐지? 이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한다. 내꺼가 아닌데?
' 붕 ~ 붕 ~.'
주위를 다시 둘러보니 파란 점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붕붕 소리가 멈춘다. 감시카메라 였다.
' 아놔. '
일부러 감시카메라가 닿지 않은 곳에서 아이를 안아 재우곤 눕혔다.
남편을 믿지 못하는 잔소리에, 감시카메라를 돌려보기까지.. 아내 상황이 너무 웃겨서 거실에 계신 장모님께 얘기를 하러 갔다. 얘기도 하기 전에 웃고 계신다.
" 장모님 ! 애기 재우는데 붕붕 거리는거예요~."
"알아. 방에서 전화왔었어. 오빠 어디 갔냐고 물어보더라고."
'아오.. 몰래카메라는 언제 설치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