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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Nov 11. 2020

운동하는아빠

테니스 치고 싶어요.

토요일 저녁.

동네에서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끼리 카톡을 주고 받았다.

내일 나올사람?

'나. 저요. 저도 가능해요.'

오랜만이었다. 카톡방에는 8명이 있는데 7명이 모두 나온다는 답변. 모두 아이가 어린지라 다 같이 치기가 쉽지 않은데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였다.

신이 주신 기회의 시간은 내일 오전 7시부터 9시지.

나도 치고 싶었다. 하지만 선뜻 카톡방에 답글을 달수가 없었다. 참석한다는 답글을 달려면 하늘이 조금만 힘을 더 내줘 세가지 조건을 립해줘야 한다.


첫째. 아내가 기분이 좋거나  약속이 있거나 약속을 빚진 상태가 되어야 한다.

둘째. 장모님이 오셔서 한 아이를 맡아주셔야 한다.

셋째. 아이들이 모두 건강한 상태여야 한다.


이 중 현재 부합되는건 셋째 조건 밖에 없다. 드폰에서 눈을 떼서 주위를 둘러본다. 아내가 흥얼 거리며 둘째 애 배마사지를 해주고 있다.

' L.O.V.E ~ L.O.V.E'

첫째 조건이 가능한건가? 싶지만.. 보통 내가 입에서 운동얘기를 꺼낼때마다 그녀의 기분은 하염없이 안좋아진다.

얼마전 아내랑 다투면서 얘기한게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운동 보내주지 안보내줘? 거짓말하면서 아니면 몰래 치려니깐 뭐라 하는거지. '

그래 말해보자.

" 있잖아. 내일.. "

" L.O.V.E. ~ 안돼. "

무얼 말할지 주제도 꺼내지 않았는데..

" 아니. 뭘 해야 된다는게 아니라 의견만 묻는건데.. "

" 오빠가 말하려는 단어에 '운'자가 안들어 갔으면 좋겠어. 뭔데? "

한숨이 나오고, 첫째애를 꼭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 아빠가 책읽어 줄게. 들어가자. "

말도 못해보고, 첫째애 재우다가 나도 모르게 잤다.


새볔 6시 30분.

'왜 눈이 떠진걸까?. 항상 운동하고 싶은 시간에 눈이 떠진다.'

카톡을 열었다.

'사위. 내일 아침에 운동해. 아침일찍 애보는거 도와주러 갈게.'

오오... 두번째 조건이 성립 됐잖아?

이제 하나 남은 조건.. 신이 드디어 한번쯤은 도와줄때도 됐잖아요.

첫째 애가 안깨게 조심스레 거실로 나왔다. 아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본다. 잔다. 물어보고 싶은데 무섭다. 시도라도 해보고 욕먹을 것이냐, 아니면 평화롭게 더 잠을 잘 것이냐.. 고민을 해본다.

'띠띠띠. ~ '

장모님이 오신게다. 말은 해봐야지.

" 저기.. 저기.. "

첫째애가 방문을 열고 나온다.

" 아빠 ~ "

.......

.......

시간은 흘러 아침 8시.

 나는 테니스코트장에서 첫째애와 함께 빵을 먹으며 7명이 재밌게 테니스를 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 아빠~! 가자. 재미없어. "

하늘을 올려다 보며 생각한다.

' 하늘아.. 로또만큼 어려운 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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