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이었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 내가 병원에 다녀오느라고, 어쩔 수 없이 첫째를 장모님께 맡겼거든.. 퇴근하면서 데려와 주라. "
알았어. 전화기를 끊고 장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 장모님, 15분 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올라갈까요? "
" 시간 맞춰서 내려갈게. "
장모님 댁에 도착했는데, 장모님과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다시 걸었다.
" 장모님, 저 도착했는데요. "
' 아아아아아앙 ~! 안가 안가 ~!! '
전화 건너편에서 첫째아이가 울며 버팅기고 있었다.
" 제가 올라갈게요. "
낮잠을 안 잤나보다. 엄청 짜증이 나있는 상태. 어떻개 데려올지 고민하면서 주차장에 차를 댔다.
나에게 있어서 육아는 오은영박사를 접하기 전과 접한 후로 나뉜다. 만약 이 상황에서 오은영박사님을 접하지 못했다면, 아마 강제로 끌고올 생각부터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은영 박사님의 교육을 꾸준히 보고 있는 제자로써 어떻게 설득시킬지 작전을 짰다.
'띵동 띵동'
장모님댁 문이 열리자 마다 대성통곡이 들린다.
" 아빠 가! 아빠 가!"
" 졸려서 그래. 먼저 갈래? 내가 애기 재우고 갈게. "
" 아니예요. 제가 잘 데려가 볼게요. "
" 아빠 가! 아빠 가 ! 외할머니~! 외할머니~!"
외할머니 품에 포옥 안겨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아 말을 걸었다.
" 왜 아빠랑 집에 가기 싫은거예요? "
" 아빠 가! 아빠 가! "
눈을 꼭 감은 상태. 많이 졸린가 보다. 왜 울고 있는지 알고 대처방안도 알고 있기 때문에 화가 나지 않았다.
' 마음의 평온을.. '
" 다 울때까지 여기 의자 앉아있자. 떼쓰는건 안돼요. "
발버둥치는 아이를 잡고, 괜찮다고 내가 안고 있겠다는 장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아이를 의자에 앉혔다.
" 아빠 가! 아빠 가! "
소리는 지르고 있지만 의자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 역시 아이들의 심성 자체는 착하다.
" 그런말 안 좋은 말이야. 그리고 할머니한테 그렇게 떼쓰면 안돼. "
" 외할머니~! 외할머니~!"
아이는 나와의 협상은 안될거란걸 알자, 협상이 쉬운 사람을 찾는다. 나는 이내 장모님께 눈빛으로 안된다는 신호를 보내고 아이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
십여분이 지나자 아이의 울음이 점차 줄었다.
" 이제 울지 않고 말할거야? 이제 집에 가야돼. 할머니께도 죄송하다고 하고.. "
아이는 의자에 앉아 울먹거리며 말을 했다.
" 할머니, 미안.. 그리고 집에는 안갈거야. "
" 그럼 애니매이션 10분 보고 갈래? "
외할머니댁에 오면 애니매이션을 조금씩이라도 보여주셔서 외할머니집에 가는걸 아이는 무척 좋아한다.
" 싫어. 아빠 언제가? 아빠가면 볼거야. "
" 아빠가 누구 가라는 말 안 좋은거라고 했지. "
울먹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훈육 이후엔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 혼내는 거라는 인식을 지워야 한다. 오은영박사님이 알려주셨다.
" 이리와.. 아빠가 사랑하는거 알지? "
꼬옥 포옹해주고 바닥에 내려놓자, 아이는 외할머니 품에 안기며 말을 이어간다.
" 아빠는 언제까지 있는데요? "
가라는 말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을 바꿔 다른말로 한다. 아직은 심술궂은 아이보단 귀여운 아이다.
아이는 외할머니 품에 잠깐 안겨있는데 이내 뻗어버렸다. 많이 피곤한데다가 울며 떼를 썼우니 많이 피곤할 법 했다.
아이를 차에 옮겨 그리고 집에 와서 침대로 옮겼다. 어느새 15키로가 넘는 아이가 되서 안고 옮기기 자체가 힘들다.
아이를 키우려면 정말 많은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