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초대해 준 호스트 교수에게 여러 가지 근황을 전하는 이메일을 보냈더니 최근 동료교수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추모행사가 있는데 축하하는 자리도 아니고 해서 초대할까 말까 혼자 고민했었는데 혹시나 시간이 되면 학과 소속인으로써 잠깐 들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분인데 참여해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학과 소속인으로써"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 참여하게 되었다.
예상밖으로 학과교수뿐만 아니라 그동안 고인이 된 교수님과 함께 일을 했던 교수들, 직원들을 포함하여 현재 학생들과 졸업생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참여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직접 참여하지 못한 분들은 Zoom을 통해 참여하는 하이브리드로 진행하는 행사였다. 참여자들이 올 때마다 반갑게 맞이하고 서로 근황을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사가 시작되고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 앉았을 때 현 학과장이 "오늘 바로 이 시간 지난 몇 년 동안 고인이 된 교수님과 함께 팀티칭을 해 왔는데 그분 없이 수업을 하려니 막막하다"는 오프닝을 하면서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30년 동안 그분이 학과를 위해서 그리고 동료들에게 어떤 분이었는지를 경험을 기반으로 정말 진정성이 느껴지는 스피치를 하였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나도 눈물이 글썽였고 다른 분들도 훌쩍이기 시작했다. 이후 가족 대표로 딸이 그동안 엄마가 자신의 일을 얼마나 사랑했고 헌신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후 학교에서 동료들과 찍었던 사진을 모아 동영상으로 만든 것을 시청하였는데 그분의 지난 대학생활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짧은 추모식(?)이 끝나고 각자 한쪽에 마련한 음식들을 조금씩 덜어서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면서 먹기 시작하였다. 우연히 고인이 된 교수님의 박사과정학생 두 명과 소속 전공 교수 한 명과 함께 자리를 했는데 건강하셨고 갑자기 아프셔서 병원에 잠깐 입원하셨다가 퇴원했었다고.. 그래서 이제 다 나았으니 수업시간에 만나자는 이메일도 받았는데 갑자기 부고 소식을 받고 놀랐고 슬펐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그리고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우연히 참석하게 된 추모행사는 나에게 지난 나의 대학생활과 앞으로 남은 대학생활을 생각해 보게 하였다. 그리고 내가 만나서 지도받았던 선생님들과 그 이후 일하면서 만났던 많은 분들과 현재 동료들이 떠올랐다. 과연 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이고 반대로 나에게 그렇게 의미 있는 분들이 몇 명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뜨는 자리에서 호스트교수에게 초대해 줘서 너무나 감사했다고 했더니 나중에 고인이 얼마나 훌륭한 분인지 별도로 설명해 주겠다고 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빨게 있었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동료들이 애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인이 훌륭한 동료이자 교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