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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aholic Feb 18. 2023

학부모 상담 다녀왔어요 휴우~~

D+59 Parent-Teacher Conference

한국에 있을 때도 선생님과의 상담은 참 부담이었어요. 코로나때문에 전화상담으로 바뀌면서 그 부담이 적어졌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다가오면 무엇을 물어볼지 미리 생각해 놓고 기다렸던 것 같아요. 이런 편하지 않은 마음은 아마도 선생님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지난주 초 아이들 편으로 학부모 상담 날짜를 조사하는 안내장이 왔어요. 처음 받았을 때 이것을 왜 컨퍼런스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이번 주에 아이들의 중간 학습결과 보고서가 나오기 때문에 그 결과를 중심으로 선생님, 학생, 학부모가 함께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아이의 성장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해요.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독립이는 담임선생님과 수학선생님을 만나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배려왕은 담임선생님이랑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선호하는 시간대를 적어 보냈고 서로 맞지 않은 시간에 대해 이메일로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주변 지인분들에게 Parent-Teacher Conference에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지 조언을 얻고 예상 질문리스트를 만들었어요.


드디어 오늘 Parent-Teacher Conference가 있었던 날이에요. 오전에 다른 일정이 있어 오전 5시에 일어나 예상 질문들에 대해 다시 검토하고 선생님이 어떤 답변을 할지 예상을 한 뒤 대화를 어떻게 이어갈지 머릿속으로 리허설을 했지요. 1시 독립이 수학선생님, 1시 20분 독립이 담임선생님 1시 40분 배려왕 담임선생님과의 미팅약속이 있어 우리 네 식구는 함께 다 참여했어요


긴장도 되는데 비까지 내린 날이었어요. 오늘은 mini-day라서 아이들이 11시 45분에 끝났어요. 아이들을 픽업해서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급하게 다시 학교에 왔는데 좀 일찍 도착했더라고요.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독립이의 수학선생님께서 부르시더라고요.



외국인 학생이 많아서 그런지 별 질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이의 학교생활 및 수학실력에 대해서 쭈~~욱 설명을 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퀴즈나 과제에서 영어때문에 해결하지 못한 것은 카운트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힘든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요. 그러면서 본인이 만난 한국학생들은 대부분 스마트하고 학습태도도 바른데 문제는 너무 서두르는 것이 문제라서 그 부분만 고치면 좋겠다고요. 한국에서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도록 훈련받은 것이 여기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간혹 계산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고요. 


기다리면서 운동장 한 컷

다음은 독립이의 담임선생님을 만났는데 종교선생님이라서 그런지 시작 전 기도를 하셨어요. 어떻게 기도를 하는지 몰라 선생님을 따라했더니 끝나고 아이들이 기도할 때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그런가 싶어요. 선생님 정말 너무 좋으셨고 독립이가 학교에 온 지 2달도 안되었는데 모르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로 정말 유명하다고 여기 학교에서는 K-pop 스타 못지않다고 하더라고요.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를 듣고 좀 수다쟁이냐고 물어봤더니 갑자기 아기상어 노래를 부르면서 정말 많은 아이들과 쉬지 않고 이야기한다고 하더라고요. ㅋㅋ 낯선 환경에서도 기죽지 않고 떠들고 다닌다고 하니 좋아라 해야 할지 좀 떠들지 말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요. 담임선생님과는 정말 유쾌한 상담시간이었어요. 끝나고 나오는데도 웃음이 계속 나더라고요.


시간이 남아 의사가 되고 싶은 배려왕 심장 그림 앞에서 한 컷


다음은 걱정 많았던 배려왕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이었어요. 젊은 남자선생님으로 평소에 만나면 어찌나 말이 빠르던지 잘 알아들을 수 있을지 정말 걱정 많았거든요. 그런데 정말 천천히 잘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배려왕은 평소 항상 집중 잘하고 수업시간에 노트필기도 매우 가독성 있게 잘하는 태도를 갖고 있어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잘할 것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사회과목을 좀 어려워한다고 했더니 그건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자기가 배려왕과 비슷한 나이에 한국에 와서 한국왕족에 대해 배우면 아마 한글의 문제를 넘어 문화도 다르고 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니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너무나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셨지요.


걱정도 많고 준비도 많이 했지만 선생님들과의 상담은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독립이와 배려왕 모두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을 확인한 날이었어요. 또한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학업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지 않아도 학원이나 과외를 추천해 주곤 했는데 세 선생님 모두에게 집에서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 어떤 것을 도와주면 좋겠냐고 했더니 그럴 필요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잘 하고 있고 잘 할 수 있게 격려해 주면 된다고요. 여기 와서 배우고 있는 것은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연습을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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