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3 이것이 인종차별인가 싶었던 일
오전에 일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도중 학교 미술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을 하나 받았어요. 이메일 첫 문장부터 화가 나서 썼더라고요. 내용은 아래와 같아서요.
너의 아들에게 두 가지 문제가 있어 알려주고자 이메일을 보낸다. 하나는 수업 중에 하는 활동을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서 대신해 줬다는 것, 이것은 자기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 두 번째는 점심시간에 extra 활동을 하려면 자기랑 사전 약속을 하고 와야 되는데 그냥 왔고 자기가 다른 아이랑 함께 있어 기다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꽝꽝 쳐서 자기는 다시는 너의 아들에게 수업시간 외 활동은 허용하지 않겠다.
메일을 받고 아주 난감했지요. 문제는 이메일을 저한테만 보낸 것이 아니라 같은 학년 선생님의 대부분에게 보냈더라고요.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어떤 일인지 확인해 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더니 자기가 확인해 보고 답장을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독립이를 만나려면 2시간은 기다려야 하는데 너무 궁금도 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너무 난감했어요.
아이를 만나 알아보니, 첫 번째는 수업시간에 자기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주변에 있었던 여자 아이가 붓을 들고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려고 한 획을 그려줬다는 것이에요. 두 번째는 중간에 쉬는 시간에 약속을 하려고 갔는데 자리에 없어 점심시간에 사전 약속을 하러 간 것이라고 해요. 자기 혼자만 간 것이 아니라 친구인 Mathew(가명)랑 같이 가서 증명해 줄 수 있는데 자기들은 기다리라는 말을 들은 적도 없어 노크를 세 번 정도 했는데 갑자기 나오지도 않고 교실에 앉아서 Get out here!라고 신경질적으로 소리쳐서 그냥 왔다는 것이에요
누구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도와줬던 여자아이와 선생님을 만나러 갔던 두 아이 모두 만나봐야 했기에 그다음 날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다가 두 아이들을 만나 물어봤지요. 여자아이는 자기가 도와주면 안 되는 것을 아는데 도와줘서 미안하다고 했고 Mattew는 보자마자 선생님이 오해가 있었던 것 같고 과하게 행동을 해서 자기도 당황스럽다고 했어요. 그리고 필요하면 그때 있었던 일을 선생님께 말해줄 수 있다고요.
그날 담임선생님께 독립이가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선생님께 사과하러 가라고 해서 여자아이와 함께 사과를 하러 갔는데 아이들 이야기는 듣지 않고 이메일에 썼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소리 지르면서 이야기하고 그냥 자기 교실로 문 닫고 들어갔다는 것이에요.
이것이 인종차별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일적으로 알고 있는 미국인에게 먼저 자문을 구했어요. 그랬더니 나보고 너희 아들이 잘못한 것이 없는 것 같으니 절대 사과하지 말라는 것이에요. 자기가 물론 하와이에서 자란 것이 아니고 뉴욕에서 자라 학교를 다녔지만 한 번도 선생님다운 선생님을 만나 본 적 없고 선생님 중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이 많다는 것, 그래서 어떤 누구도 능력이 있으면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선생님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는지 너무 과하게 반응해서 오히려 난감했어요. 하지만 잘못하지 않았는데 일을 해결하기 위해 억지로 사과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이후 하와이에 10여 년 정도 살면서 아이들을 모두 사립학교에 보낸 한국인과 일본인 부모에게 상담을 요청했지요. 두 분 모두 절대로 그냥 넘어가면 안 되고, 이슈를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고 교사가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를 받아야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러면서 다들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더라고요. 그리고 한 분이 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본인이 법을 잘 아니 문제가 되면 교장에게 법에 규정된 내용을 인용하면서 formal letter를 써 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아 생각을 정리하여 미술T(님을 붙이고 싶지 않아서)을 포함한 모든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냈지요.
이메일 내용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사실적으로 다시 설명하고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질문하고 반드시 답변을 달라고 했어요.
첫째, 독립이는 학교에 온 지 2달도 안되어서 잘 몰랐던 사실인데, 수업시간에 하는 활동에 친구가 전혀 도움을 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바로 발견했을 때 설명해 주지 않고 나중에 이렇게 문제를 삼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밖에 할 수 없었는지
둘째, 문 앞에서 있었던 일은 네가 말한 것과 사실이 다른데 이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이들에게 확인도 해 보지 않고 모든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냈는지, 이 일이 모든 선생님께 알릴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하는지
셋째,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가르쳐주고 깨닫게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아이에게 절대로 너에게는 추가 활동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정당한 처분인지,
마음속으로는 답변을 들어보고 교장을 만나야 할지 말지 결정하려고 했지요. 이메일을 보내자마자 1분도 안돼서 예상밖으로 수학선생님이 통화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내왔어요. 그리고 담임선생님도 이메일을 확인했다는 내용으로만 답변이 왔고 기다리는 미술T에게는 연락이 전혀 없더라고요. 저는 우선 해당 선생님의 이메일을 받고 싶어 수학선생님께는 내일 통화하자고 답변을 드렸지요.
아무리 기다려도 답변이 없더니 수학선생님과 통화하기 30분 전에 내가 수학선생님과 통화하는 것을 이해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이메일을 보냈더라고요. 이건 정말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수학선생님과 통화 후 이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수학선생님과의 통화는 제삼자이기도 하지만 자기는 독립이와 미술T 둘 다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그리고 독립이가 문을 두드렸을 때 기다리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기다리라고 했다는 것이예요. 이 사실을 알자 더 화가 나더라고요. 문이 나무로 되어 있어 전혀 보이지도 않는데 자기가 안에서 손가락으로 기다리라고 했고 독립이가 분명히 문틈으로 봤다는 것이에요. 계속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저보고 이해하라고 계속 이야기하더라고요. 의도치 않게 나는 하와이에 와서 처음 인종차별을 당한 기분이라고 말하는 순간 완전 태도를 돌변하더니 말을 바꾸더라고요. 미술T가 정확하게 알아보고 이메일을 보냈어야 했다는 것, 그리고 독립이와 있었던 일을 사실확인도 없이 다른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낸 것은 너무 성급했다는 것이에요. 그러면서 정말 이해해 주길 바라고 전혀 인종차별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목소리 톤을 바꾸어 설명하더라고요. 저는 열심히 중간에 노력을 했던 수학선생님께는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료의 일이니 그 이상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맙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통화를 마무리했지요.
다시 글을 쓰니 그 미술T에 대한 누그러졌던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해결하기 위해 중간에 노력했던 수학선생님, 담임선생님, 무엇보다 독립이가 그냥 넘어가자고 해서 더 이상 액션을 취하지는 않았어요.
여전히 깔끔하지 않은 마음으로 학교에서 미술T를 볼때마다 안좋은 생각이 들어 학교 등록할 때 망설여지더라고요. 어차피 1년이니 그냥 다닐 수밖에 없고 독립이한테 더욱더 바르게 행동하라고 밖에 할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네가 크게 잘못한 것은 없으니 기죽지 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