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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 Jul 28. 2020

지금 이순간, 내가 살아가는 이유

삶이 버거울 땐 감사한 일을 찾아보자


어쩌다보니 결혼준비를 시작으로 글을 쓰게된 브런치 내 서랍에는 아직 발행하지 못한 채 밤낮으로 마음을 끓이며 적어두었던 수많은 글을 포함하여, 발행한 글들도 줄줄이 파혼과 관련된 글들로 도배되었으니 마음이 참 쓰리다.

이리도 사람일은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인가보다. 이제 정말 진짜로 제대로 된 파혼을 한 지 3일차.

아직 모든 것이 조금은 불편하고 답답하고, 당장이라도 모든 걸 벗어버리고 훌훌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싶은 지금. 소심한 소시민은 또 머릿속에서만 어디 바닷가에서 혼자 드러누운 채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이 버거운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나는 기도와는 별개로 지금 이순간 내가 감사하는 것들을 적어보려한다.

1. 시차출퇴근제 결재 승인이 났다. 이제 30분 빨리 퇴근하고, 긴 줄 끄트머리에서 앞사람들의 머릿통을 빠르게 새며 내가 앉을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계산하지 않아도 되겠지?


2. 덩달아 나에게도 워라밸을 기대하게 된다. 오늘 당장 끊으려다가 성급하게 끊었다 결국 양도한 작년 PT사건을 되새기며, 요가학원 등록을 알아만봤다.


3. 급하게 찾아낸 마음기도 피정에 다행히 자리가 남아 이번 주말부터 3박4일 짧게라도 나의 머릿속을 비우고 온전히 하느님과 함께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역시 인간은 힘들고 절망적일 때 그분을 간절히 찾게된다.


4. 매일매일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들과, 퇴근때마다 전화로 어디쯤인지를 물어주는 엄마아빠가 있다. 얼굴 표정만 보고도 무슨일이냐며, 혼내주겠다며 물어오는, 그래서 또 바보같이 품에 안겨 펑펑 우는 나를 이유도 모른채 뜨겁게 위로해 주는 회사 직원들도 있다.


5. 주말부터 내내 먹지를 못하고 다 게워내고 있으니 배가 홀쭉해져 안맞던 바지가 헐렁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요가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6. 회사 일이 바쁘다. 회사에서는 별 생각 안하고 일만해도 시간이 금방 간다. 그와중에 아름다운 자연이 또 함께하니 점심시간 짬짬이 자연속에서 위로를 얻고있다.


7. 이건 좋은 건지 모르겠는데 오늘 하루만 브런치 조회수가 28000을 넘기고 30000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통계에서 자꾸만 유입경로를 찾게된다. 이러다 정말 국민"불륜피해자" 로 내 파혼 이유가 온 동네방네에 알려질까봐 두렵긴 하다.(원래 김칫국 잘마시는편) 역시 사람들은 남의 불행에 관심이 많아! 라고 나름 그 이유도 삐딱하게 생각해보지만, 나였어도 들어가봤을 법한 자극적인 제목을 보며, 나역시도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고 차마 뭐라 위로조차 건네는 것도 어려워 좋아요를 꾹 눌렀던 지난날을 떠올려본다.

오늘하루만 해도 벌써 이만큼의 감사한 점을 찾았으니 내일도 딱 이만큼만 감사하게 하루를 살아내길 기도한다.

일이 안될 때는 전기자전거로 회사 한바퀴를 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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