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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 Jul 29. 2020

엄마 이야기(1)

우리 모두는 파혼의 피해자였다.

"어머님, 먼저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아직까지 둘 다 마음 정리가 덜 된 것 같아서, 좀 더 시간두고 지켜보자고 이야기 나눴어요. 오빠는 오빠대로 회사때문에 정신없고, 저도 요새 회사일로 많이 바쁘다 보니 그렇네요.. 모쪼록 각자 마음을 잘 살펴보고 서로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결정하려고 해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원하시는 답변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어머님. 항상 건강조심하시고, 제가 또 연락드릴 일이 있으면 그때는 꼭 먼저 연락드릴게요!"


두 번째 이별, 아니 정확히 진짜 “파혼”을 앞두고, 나는 나대로 알 수 없는 그의 마음을 기다리기로 한 일주일의 시간. 정확히 그 한 중간에 어머님께 잘 지내냐는 연락이 왔다.


5월, 그가 바람난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그 날 밤. 나는 통곡하며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영문도 모른 채 주무시다 전화를 받으셨던 어머님은 내 말을 듣고, 일단 울지 말고 진정하라며 나를 위로했다. 걔가 그럴 애가 아니라며 당신 아들을 믿고 싶었던 어머님에게 나는 내가 받은 상처 그대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상처를 드렸다.


내가 알게 된 모든 상황을 그대로 전달했으며, 이후에도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서 오는 연락에 나는 우리 부모님께 평생 사죄하며 살라며 독한 말들을 쏟아내었다. 어머님은 흔들리지 않으셨다. 그 미친놈이 정신을 못 차렸다며 나를 위로하셨고, 우리 엄마에게 먼저 연락하셔서 당신 아들이 돌이킬 수 없는 죽을죄를 지었노라고, 자식 교육을 잘못했다며 평생 사죄하며 살겠다며 눈물 없인 읽을 수 없는 긴 글을 보내왔다. 엄마는 나에게 다시는 어머님께 그런 무례한 연락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라고 하셨다. 엄마는 같은 엄마로서 다른 의미로 상처 입은 어머님을 이해했다.


우리가 6월부터 다시 만남을 이어올 때도 혹여 피해가 갈까 한 번 연락 없으시던 어머님이 정말 오랜만에 안부를 물으신 지 정확히 나흘 후, 그 주 주말에 우리는 다시 만났다. 또 다시 나는 울면서 어머님께 연락했고, 신혼집에 들어가고 우리에게 괜히 피해 줄까봐 여직까지 한 번도 와보신 적 없는 그 집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깨진 채 바닥에 떨구어져 있는 TV와 스피커, 공기청정기와 여기저기 어지러워진 옷가지들 속에서 어머님은 고개를 들지 못하셨다. 울고 있는 나를 끌어안고 우리 둘은 한 동안 함께 울었다.


어머님은 우리 엄마를 걱정했다. 이미 한 번 상처를 드린 우리 엄마에게 다시 한 번 똑같은 죄를 지은 것에 대해 차마 말씀드리지 못하겠다며 나에게 부탁하셨다. 우리 엄마는 전화로 너희 둘 문제에 어머님을 끼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또 한 번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결혼”을
가벼이 여겼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둘이서 잘 얘기하고 마무리하라며 떠나시는 어머님을 꼭 안아드리며, 어머님 잘 지내시라고 말씀드리는 그 순간이 너무 죄스러웠다.  “전 정말 잘 살고 싶었어요. 어머님. 전 정말로 다시 잘해보려고 했어요.” 하는 내 부르짖음 속에는 나는 철저히 피해자이고, 어머님 자식만 가해자라는 의미가 깊이 박혀있었다. 그 말을 외치기 전, 어머님을 불러낸 그 순간부터 이미 나는 피해자이자, 어머님에게 또 한 번 대못을 박은 가해자였는데 말이다.


어머님 역시 하늘같이 키운 자식에게 배신당하고, 평생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던 우리 파혼의 피해자였는데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어느 누구 하나 상처받지 않은 사람 없이 피해자였다.

자연이 주는 위로


라니야고마워!!  답을 원한건 아니고 그냥 보고싶고 매일  해맑게 웃던 라니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몇자 적어봤네^^   엄만 조급히 생각안해...  이미 내맘에 자리하고 있는 라니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또 어른답지 못하게 맘 불편하게 했네!!  미안^^   밥 잘먹고 건강 잘 챙기고 잼나게 보내고 맘 편해지면 만나세~~♡

내가 보낸 답에 대한 어머님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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