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앞두고 지난 가을을 여민다.
2015 / 10 / 31
가을 경복궁, 색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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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경복궁.
푸르게 닦인 하늘이 예쁘다.
하늘을 향한 어처구니, 곁을 스치는 비행.
오전에 뜬 어스름한 달.
담장에 그려진 가을 햇볕.
오글오글 모여있는게 예쁘다.
또렷한 붉은색 이파리도
햇볕이 들자 투명하다.
가지 끝마다 걸린 가을.
틈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이 환하다.
다른 각도에서 본 어처구니들.
하늘과 기와의 먹먹한 색깔이 잘 어울려 참 좋다.
돌길 위로 어린 돌담.
그림자는 늘 프레임에 담기지 않은 것들 또한 상상하게 만든다.
멀리서는 문틀, 가까이서는 연꽃 이파리.
하얀 그림자가 완두콩같다.
오방색 단청.
가을 하늘에 울긋불긋 예쁘게도 꽃이 폈다.
그저 서있는 것들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눈이 필요하다.
문 또한 하나의 도화지이자 액자다.
두 개의 선이 모여 사진 저편으로 소실점이 생긴다.
처마를 걸치고 찍는 사진은 늘 안정적이다.
몰려오는 먹색 파도.
희뿌연 동그라미는 달인지, 먼지인지.
그림자도 오도카니 서로를 바라본다.
꼭 네 명 같아서 :)
수면 위로 풍경이 비치면서 투명하다.
참으로 어려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낸다.
인사동, 한국 탈.
코 끝에 매겨진 값을 슬쩍 떼주고 싶다.
청자, 팔리긴 할까 싶지만서도.
나름의 투박한 미학이 오히려 더 가깝게 다가온다.
한 폭에 멈춘 오후 3시.
어느 산사의 스님들께로 가 겨울을 따스히 누벼줄까.
인사동 한복 체험이란 걸 해본다.
가을이니까 딥 레드 버건디로 (?)
병 속에 담긴 불빛.
반딧불이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 디저트 카페.
주렁주렁 달린 마늘, 괜히 쑥 생각이 난다.
예쁜데 고작 팥앙금 떡.
한입거리
휴
따뜻한 물, 푸른 가지에 피어난 국화.
퍼지는 노란 빛 차냄새가 좋다.
오미자차에 봄의 새그러운 즙이 담겼다.
주홍빛도 다홍빛도 아닌, 그 언저리의 오묘하게 예쁜 색.
푹신한 오방색 쿠션에 느지막히 기대앉아 하루를 마무리한다.
사진기로 가을 경복궁 여기저기를 꾹꾹 누르며 담아온 색을 즐긴다.
봄을 앞두고 지난 가을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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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10 / 31
경복궁, 색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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