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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밤 Mar 17. 2016

가을 경복궁, 색의 단면

봄을 앞두고 지난 가을을 여민다.  



2015 / 10 / 31

가을 경복궁, 색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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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경복궁.




푸르게 닦인 하늘이 예쁘다.




하늘을 향한 어처구니, 곁을 스치는 비행.




오전에 뜬 어스름한 달.




담장에 그려진 가을 햇볕.

오글오글 모여있는게 예쁘다.




또렷한 붉은색 이파리도

햇볕이 들자 투명하다.




가지 끝마다 걸린 가을.

틈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이 환하다.




다른 각도에서 본 어처구니들.

하늘과 기와의 먹먹한 색깔이 잘 어울려 참 좋다.




돌길 위로 어린 돌담.

그림자는 늘 프레임에 담기지 않은 것들 또한 상상하게 만든다.




멀리서는 문틀, 가까이서는 연꽃 이파리.

하얀 그림자가 완두콩같다.




오방색 단청.

가을 하늘에 울긋불긋 예쁘게도 꽃이 폈다.




그저 서있는 것들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눈이 필요하다.

문 또한 하나의 도화지이자 액자다.




두 개의 선이 모여 사진 저편으로 소실점이 생긴다.

처마를 걸치고 찍는 사진은 늘 안정적이다.




몰려오는 먹색 파도.

희뿌연 동그라미는 달인지, 먼지인지.




그림자도 오도카니 서로를 바라본다.

꼭 네 명 같아서 :)




수면 위로 풍경이 비치면서 투명하다.

참으로 어려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낸다.




인사동, 한국 탈.

코 끝에 매겨진 값을 슬쩍 떼주고 싶다.




청자, 팔리긴 할까 싶지만서도.

나름의 투박한 미학이 오히려 더 가깝게 다가온다.




한 폭에 멈춘 오후 3시.

어느 산사의 스님들께로 가 겨울을 따스히 누벼줄까.




인사동 한복 체험이란 걸 해본다.

가을이니까 딥 레드 버건디로 (?)


 


병 속에 담긴 불빛.

반딧불이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 디저트 카페.

주렁주렁 달린 마늘, 괜히 쑥 생각이 난다.




예쁜데 고작 팥앙금 떡.

한입거리

 휴




따뜻한 물, 푸른 가지에 피어난 국화.

퍼지는 노란 빛 차냄새가 좋다.




오미자차에 봄의 새그러운 즙이 담겼다.

주홍빛도 다홍빛도 아닌, 그 언저리의 오묘하게 예쁜 색.





푹신한 오방색 쿠션에 느지막히 기대앉아 하루를 마무리한다.

사진기로 가을 경복궁 여기저기를 꾹꾹 누르며 담아온 색을 즐긴다.




봄을 앞두고 지난 가을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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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10 / 31

경복궁, 색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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