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눈을 뜨면
매일 새로운 동그라미들이 태어났다
어느새 일상은 엄마의 병원일정에 맞춰 돌아갔다.
주휴무, 반차, 연차를 번갈아 쓰며 그저 엄마의 치료에만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리고 긴 항암치료 끝에 골수이식을 위해 입원한 날
혼자 있던 병실의 공기를 아직 기억한다.
앞으로 남아있는 과정들이 걱정되고 불안했지만 지금만큼
그저 여기까지 잘 견뎌준 엄마와 나에게 '다행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날 밤 각자의 병실에서 전화기 너머로 우리는 수없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두려움보다는 다가올 엄마의 새로운 생일을 축하하며 날이 새도록 오지 않는 밤을 다독였다.
비로소
우리가 하나의 동그라미로 태어나던 생일을.
그 무렵 퇴근하고 지쳐 집에 돌아오면 딸은 나에게 그림을 한 장씩 건네곤 했다.
날마다 다른 종이와 색으로 그려진 그림 속엔
이목구비가 있는 큰 동그라미의 엄마와 그 안에 품어진 작은 동그라미의 아이가 있었다.
이토록 불안한 나는 그림 속에서 아이를 온전히 품고 있었다.
그 속의 아이는 엄마 품이 따뜻했다고 말하는 것 같았고
나는 믿고 싶어졌다.
그림이 늘어갈수록 작은 동그라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