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의 첫 문장
결국, 나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지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마음이 바닥난 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건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
마음이 고갈되는 속도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 어느새 텅 비어버린 마음을 느끼고는,
언제부터였을까.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나는, 이혼을 결심했던 것 같다.
이혼이 마무리되기까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토록 숨 막히는 시간을 잠시나마 견딜 수 있었던 건 내 사람들 중 누구도 나를 탓하거나
책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스스로에게 아쉬운 점은 분명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정신을 붙들고 당장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건 마치 머릿속에 엉켜있던 괴로운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 마주하고
스스로 풀어내야만 하는 일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조금은 마무리되어 간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나는 알게 되었다.
‘결코 나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은 없다.’
그렇게 믿어왔던 내가 틀렸다는 것을.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갑상선암이 재발한 것 같습니다.
다른 부위에서도 발견됐어요.”
몇 년 전, 갑상선암 수술과 방사선 치료 후 잘 유지되던 상태였는데
최근 몇 달 사이 엄마의 몸에서 재발 조짐이 보인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갑상선과 유방, 두 곳에서 암세포가 확인된다며 주치의는 발병 시기를 조심스레 짚어주었다.
그 시점은 내가 이혼을 결심했던 때와 정확히 겹쳐 있었다.
진료실 문이 닫히자마자 엄마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모든 게 나 때문이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 악물고 버텨온 나의 의지를 비웃듯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자, 이제 다시 시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