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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Feb 11. 2021

엄마는 어찌 해내셨을까?

육아와 살림은 장비빨?

내가 엄마가 되고 두 아이를 키워보니 도대체 나의 엄마는 어찌 우리(나에겐 남동생이 한 명 있음)를 키우시며 바지런하게 살아오셨나 싶다.

이것저것 사들이는데  관심이 없고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예산 안에서 신중하게 고르는 타입이라 육아템, 장비빨에 내세울 만한 물건들이 우리 집에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육아와 살림에 있어 80년대에 우리 남매를 키운 엄마와 많은 것들이 비교가 되었다.


엄마는 면기저귀, 나는 일회용 기저귀. 엄마는 빗자루와 쓰레받기, 나는 무선청소기. 엄마는 손걸레질, 나는 물걸레 청소기. 엄마는 빨래건조대, 나는 빨래건조기. 엄마는 설거지, 나는 식기세척기.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쪼그리고 앉아 매일 면기저귀를 손빨래하고, 허리와 무릎을 굽힌 채 걸레로 방바닥을 훔치고, 손에 물 마를 새도 없이 설거지를 하면서 사는 게 얼마나 고된지 집안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고도 남는다.


요즘은 이유식, 유아식도 쉽게 구입할 수 있고 간편식, 밀 키트의 종류도 넘쳐나는 세상이라 주방에서 오래 머무를 일이 줄었다. 딸이 좋아하는 떡국은 레토르트 사골곰탕만 있으면 금세 만들 수 있고 파스타는 소스 하나 있으면 그 또한 뚝딱이다. 게다가 배달의 민족답게 온라인 장보기라는 획기적인 서비스가 있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수고 없이 손가락질 몇 번이면 냉장고가 채워진다.


엄마가 우리집에만 오면 하시는 말씀이 있다.

"좀 더러워도 괜찮아."

"나중에 고생하지 말고 쉬엄쉬엄해." 


엄만 우리 남매가 먼지라도 먹을까 매일을 쓸고 닦았다는 이야기, 어릴 적 흰 바지만 고집했던 남동생이 티끌만 묻어도 바지를 갈아입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신다. 결혼 전엔 '동생이 까탈스러운 구석이 있었구나.'하고 넘겼던 생각이 내 살림을 맡고 보니 '와, 빨래 장난 아니었겠다.'로 바뀌었다.


곧 만 예순을 앞두고 계신 나의 엄마는 발목, 팔, 갑상선 수술의 경험이 있고 목, 어깨, 허리, 다리가 아픈 게 일상처럼 자리 잡았다. 하나뿐인 소중한 딸이 나중에 당신처럼 여기저기 아플까 싶어 게을러도 괜찮다고 말씀해 주시는 나의 엄마. 다음에 만나면 살림하는데 어떤 장비빨을 세우고 싶으신지 여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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