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잘 가.
우리 모두의 행복을 소망하며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들이 반복된다. 그 행동들을 멈추게 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기에 그렇게 좀 하지 마, 공공장소에서 그러면 안 되지, 목소리 좀 낮춰줘, 제발 밥 다 먹고 일어나 등등 말이 늘어난다. 말만 하면 될 텐데 다른 것들이 함께 변하는 게 문제다. 먼저 눈빛이 사나워진다. 적당히 목소리를 높였는데 예상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단전에서 소리를 끌어올려 본다. 그 소리엔 나의 짜증이 담겨있고 딸은 그제야 태도를 달리한다. 이 방법은 쓰고 싶지 않지만 이 방법이 아니면 통하질 않는다.
나의 한 마디에 "네."하고 듣는 적이 없다. 두 마디, 세 마디를 해 보고 몇 번은 참아보지만 적립된 화는 결국 금세 폭발하고 만다. 딸을 불러 놓고 말한다. 엄마가 같은 말을 몇 번을 반복해야 하니, 선은 넘지 말자고 했지, 적당히 해야지 적당히, 다른 사람 피해 주는 행동 자꾸 할 거야,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엄마, 미안해."이다.
어휴, 미안하다는 말 정말 듣고 싶지 않다.
이래놓고는 후회하길 반복하다가 노력을 좀 더 첨가해 본다. 방학맞이 선물이라며 히메컷을 허락했더니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고, 퀸카를 흥얼거리며 현관문을 들어서길래 눈을 게슴츠레 감고 내가 더 열창하며 오버하니 까르르까르르 숨이 넘어간다. 친구네 집에서 놀기로 약속한 날을 며칠 앞두고 그날 풀어야 할 문제집을 미리 해놓을지 고민하는 딸에게 쿨하게 오케이를 하진 못했다. 대신 10분 동안 소리 내서 책 읽기, 일기 쓰기 두 가지는 꼭 하고 자자고 했다. 침대에 눕기 전 딸이 목청껏 외쳤다.
"우리 가족 모두 잘 자요."
내가 조금만 참고 조금만 기다리고 조금만 물러서면 이 아이는 행복으로 휩싸인다. 이젠 내가 행복으로 휩싸일 차례다.
41일간의 여름 방학,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