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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Jan 22. 2021

코로나블루, 저리 가!

평범했던 일상을 꿈꾸며

SNS를 하다가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이 오는게 싫어서 밤에 잠들기가 무서워요.'

 

'얼마나 힘들면 잠드는게 무섭다고 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 댓글 아래로 달린 공감하는 내용의 대댓글을 보며

코로나19로 아이들을 가정보육 중인 엄마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문장이구나 싶었다. 

코로나 블루.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뀌어버린 이 시국에 우울감 한 번 느껴보지 않고 지내본 이가 과연 있을까? 분명 정도의 차이만 있을 것이다. 같은 전업맘으로서 그 문장에서 느껴지는 진심이 안타까웠고 뇌리에 박혔다. 생각이 이어진다. 나는? 나는 어떻지? 나는 괜찮은가?

 



나는 원래 아이들이 하원하고 돌아오는 오후 4시부터 재우기까지 5시간의 육아가 무척 고되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취침하기 전에 남편이 퇴근이라도 하면 그에게 모든 것을 바통터치 후 샤워를 하거나 침대에 드러눕곤 했다. 그랬던 내가 2020년을 겪고 나니 아이들과 지지고 볶는 하루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나 역시 갇혀버린 것 같은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결혼 9년 차에 찾아온 권태기인지 뭔지 다 그만두고 달아나 버리고 싶어 우울할 때가 많았다. 며칠간 이어지던 코로나 블루는 '그래, 내 새끼 내가 지키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와 '어려운 회사도 많다던데 내 남편은 꼬박꼬박 월급 받아오니 감사하자.'라는 생각으로 이겨내곤 했다.


누군가 통화를 하다가 힘들지?라는 질문에 '적응이 되어 괜찮다'라고 대답하는 나를 발견한다. 다시 '나 힘든가?' 자문해 보아도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아무리 부정해도 디스크에 이상이 생겨 물리치료를 다니고, 돌도 소화시키던 내가 소화효소를 구입하고, 구순구각염 연고가 구급함에 추가된 걸 보면 내 몸은 '응, 너 힘들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몸에서 보내는 이상신호를 차치하면 나는 확실히 잠드는게 무섭지는 않다. 지지고 볶는 일상이 익숙해진 우리 셋. 그 익숙함에는 제법 자란 아이들의 배려가 있다. 기상 시간에 내가 늑장을 부려도 첫째의 주도 하에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꺼내 먹고 TV를 보며 엄마가 나오기를 기다린다거나, 너무 화가 나서 혼자 있고 싶을 땐 '조금 이따 나올게'라고 말하고는 안방에 들어갈 때가 있는데 그 '조금'을 기다려주는 아이들의 배려 말이다.(간혹 둘째의 안방 방문 의지가 강하지만 조금 이따 나가겠노라 반복하면 다시 누나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곤 한다.)

삼시 세 끼와 간식 챙기는게 가장 큰 일인데 크게 까탈스러운 아이들이 아니라 참 다행이지 싶고 둘째의 낮잠시간이 되면 함께 옆에 누워 필사적으로 자는 척을 해주는 첫째에게도 참 고맙다.

그렇다. 우리 셋은 각자의 나름으로 서로 익숙해졌고 적응했다. 

 


 

2021년 1월 20일. 코로나바이러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도둑맞은 1년이라고, 나이 허투루 먹은 1년이라지만 우리 모두가 잘 견뎌온 1년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난 1년을 발판 삼아 앞으로의 날들도 잘 견뎌내리라 믿는다.

부디 나의 딸이, 손수 고른 핑크핑크하고 블링블링한 책가방을 메고 매일 등교하는 모습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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