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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Sep 06. 2021

D.P.를 아시나요? (스포있음)

디피조가 없어지길 바라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에 나오는 정해인 배우를 보며 어쩜 저렇게 잘 빚어졌을까, 그의 외모에 홀딱 빠져 드라마를 시청한 적은 있지만 (연예인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라) 후 행보는 알지 못했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 더더욱 몰랐기에 넷플릭스를 열 때마다 눈에 띄어도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뭐라고? 감독이 한준희라고?


<D.P.>의 DP조 포스터

그렇게 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D.P.>를 이틀 만에 끝냈다. 군대라는 집단의 닫힌 문화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전통이랍시고 이어지는 가혹 행위 사기당하기 쉬운 직업군에는 군인이 있다는 사실, 유독 성범죄로 인한 여군의 자살 및 자살 시도 기사가 두드러진 올해였다. 그럼에도 보는 내내 불편함이 계속되었다. 후임을 상대로 한 선임의 가혹 행위를 보며, 알고도 입을 닫고 있을 수밖에 없는 군대 문화를 보며, 그런 문화를 바꾸려는 의지 따위는 전혀 없어 보이는 군대 간부들을 보며 말이다. 이 모든 게 연출된 장면임을 알면서도 사실에 기반한 것(후기를 보면 상당수 군필자들이 PTSD 올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이기에 이, 매우 많이 불편했다.


헌병대는 알았지만 D.P.라는 보직이 있는 줄은 몰랐다.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를 줄여 D.P.라고 한단다. 탈영병들은 탈영을 할 수밖에 없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그들의 탈영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탈영을 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병역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에 갸우뚱했다. 한없이 무거운 소재(아들 가진 엄마 입장에서는 더욱)에 얼굴은 자꾸 찌푸려지는데 이걸 계속 봐야 하나 싶다가도 구멍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툭툭 던져지는 유머 품은 대사 때문에 종료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이틀 동안 6회까지 모두 끝내고 이틀이 지났는데 마지막 에피소드의 주인공이었던 조석봉 일병이 계속 뇌리를 떠돈다. 가혹 행위를 일삼는 황장수 병장을 보며 안준호 이병(정해인)에게 "우린 저러지 말자"라고 말했던 조일병은, 사람을 때릴 수가 없어서 유망주였던 유도 마저 그만둬야 했던 조일병은 계속되는 가혹 행위에 결국 인성마저 변해버리고 만다. 조일병은 황 병장이 제대하자 복수를 위해 탈영을 하고 그를 납치하고 결국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눈다. 나한테 왜 그랬냐는 질문에 "거기선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라고 답하는 황 병장을 보며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행동 이건만 그런 행동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해도 되는 곳이라니.

<D.P.>를 보지 않은, 포천에서 군생활을 했던 남편에게 물었다. 앞에서 자위행위를 시키고 왁싱해 준답시고 라이터로 음모를 태워버리던데 진짜 그러냐고. 남편이 있던 부대는 훈련이 힘들어서 그랬는지 부대 내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했지만 나의 질문에 부정하지 않는 남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고작 다섯 살인 내 아들이 벌써부터 걱정이 되어 근심이 쌓인다.


워낙 이슈가 되다 보니 국방부에서 브리핑까지 발표했다. 지속적인 병영 혁신의 노력으로 <D.P.>에서 보여준 부조리는 현재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데 부디 진실이기를 바랄 뿐이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가혹 행위로 인해 고통받는 젊은 청년들이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D.P.>의 엔딩 장면을 보니 시즌2도 기대가 된다. 20대 초반 영화제 자원활동을 하며 만났던 동갑내기 한준희 감독의 모습이 한호열 상병을 연기한 구교환 배우를 통해 언뜻언뜻 비쳐 반갑기도 했다. 영화 <차이나타운>, <뺑반>에 이어 드라마까지 흥행에 성공(넷플릭스 '오늘 한국의 TOP10 콘텐츠 1위 자리를 며칠 동안 놓치지 않고 있음)한 한준희 감독을 축하하며 정해인 배우의 행보는 알지 못해도 한 감독의 행보는 관심 있게 지켜볼 예정이다.


아! 국방부 관계자에게 이 글이 닿기를 바라며......

6.25 때 쓰던 수통은 좀 바꿔주시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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