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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랑 Apr 14. 2022

러브젤을 샀다

섹스리스는 거부한다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 임신하고 해 본 적 없어,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


결혼 n년차 되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듣게 된 말들이다. 부부라면 응당 잠자리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나로서는 상당수가 섹스리스인 사실에 놀랐고 남편도 동의하는지, 이혼사유가 될 수도 있다며 그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일침 했다.


그렇게 말했지만 우리 부부도 섹스리스의 시기를 겪었고 그 원인은 주로 나에게 있었다. 퇴근한 뒤에는 피곤했고, 임신 중엔 시도조차 안 했고, 출산 후엔 정말 하고 싶은 생각이 요만큼도 들지 않을 만큼 육아에 찌들어 있었다. 남편의 눈빛을 못 본 척했고 남편의 손길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만큼 남편이 보내는 신호가 반갑지 않았다. 어느 날은 그래, 하자고 해 놓고 아이를 재우다가 잠든 척을 하거나 진짜 잠들어 버리기도 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다 문득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과 함께 아내에게 자주 거부당하는 남편의 기분을 돌아보게 되었다. 결론은 '이대로는 안된다'였고 마침 아이들의 잠자리 독립이 자리를 잡았을 때다. 안방에서 아이들 이불이 사라지니 쾌적한 환경에 안락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었다. 안방에, 침대에, 우리 둘 뿐. 남편의 신호에 그린라이트를 보내기 시작했고 섹스리스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을 때 이상을 감지했다. 그날의 분위기, 심리상태, 스트레스 강도 등 수많은 원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기는 하지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오르가을 느끼지 못했고 병원을 가봐야 하나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드나드는 SNS에서 '언니들 이거 꼭 사'라며 광고하던 러브젤이 떠올랐다. 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병원에 가보기 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결혼 10년 차에 처음으로 러브젤을 구입했다.


잠자리를 하기로 한 그날 화장대 서랍에서 러브젤을 꺼내 남편에게 들어 보였다. (글을 쓰는 지금에야 든 생각인데 남편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그 젤이란 것을 처음 사용해 보고는 병원에 가봐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남편도 만족해했고 나는 남편 모르게 러브젤 2회 차 구매를 치고 화장대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 놓았다.


http://m.ikunk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35596


위 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섹스리스 부부는 36.1%,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은 30% 라고 한다. 작가의 서랍에 오래 자리하고 있던 이 글을, 끝까지 꺼내지 않아도 될 이 글을 발행하는 이유는 자리에 있어 여성들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남성들은 사정할 때마다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하지만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침대에 누워만 있지 말고 다양한 체위를 시도하면서 내가 어떤 자세에서 오르가슴을 잘 느낄 수 있는지 꼭 알아내라고 권하고 싶다. 2년이 넘도록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친구에게 오르가슴은 느끼냐고 물은 적이 있다. 연기가 아닌 진짜를 찾으면 남편의 신호가 반가운 날이 온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의 숫자가 올라갈수록 섹스리스 부부의 숫자는 점점 내려가겠지.


모든 부부의 건강한 잠자리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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