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때론 위험하게
따가운 호주의 자외선을 온몸으로 느끼며 잠을 자다 깨길 반복했다.
지난 아침에 마신 오랜만의 카페인 때문인지, 잠은 쉴 새 없이 설쳤고, 눈을 떠보니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급히 준비를 마쳤음에도 10시 반이 지나서야 숙소를 떠날 수 있었다.
지난밤 새벽까지 찾아본 아보카도 토스티를 먹으려 아침부터 미술관 앞 카페로 향했다.
호주의 카페는 알게 모르게 아침에만 방문하게 되는 습관이 들었다.
(아마도 길어야 4시에 닫는 카페에서 겪는 황당함을 겪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낯선 길들을 다소 헤매며 간신히 카페에 도착했고, 나는 곧장 주문을 하러 카운터에 섰다.
그 순간 동양인으로 추정되는 여직원이 대뜸 나보고 한국인이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답하며 순간적인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간만의 한국인과의 대화에 떨렸는지, 나는 대뜸 구글 리뷰 사진을 보여주며 이게 아보카도 토스티가 맞냐고 물으며 토스티와 아이스 롱블랙 한 잔을 주문했다.
호주는 토핑이 올라간 토스트 된 빵을 토스티로 부르는 듯했다.
나는 그 유명하다던 아보카도 토스티를 먹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새삼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블로그에 올리는 카페들보다 직접 찾은 동네 카페가 더 맛있는 곳이었음을 깨달았다.
마치 우연히 들어간 집 앞 카페에서 정말 맛있는 메뉴를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먹자마자 곧장 직원이 가져간 접시에 빨리 가라고 눈치를 준 건가? 하는 자격지심에 휩싸였지만,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 롱블랙을 보란 듯이 여유 있게 마셨다.
그리고 향한 미술관에서는 전시품보다 기념품에 눈이 더 갔고,
보지도 못한 작품 마그넷을 사고 그래도 작품은 보고 가야겠노라 다짐했지만,
끝내 찾지 못한 채 미술관을 나와버렸다.
나는 대체 무슨 작품, 그리고 누구의 작품을 산 것일까.
호주에 폭염 주의보가 내렸다는 뉴스를 보았지만, 시드니는 예외라는 듯 흐리고 서늘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반팔 반바지, 그리고 얇은 셔츠를 입고 나온 스스로를 탓하며 첫날 방문했던 도서관에 다시 한번 방문했다.
그리곤 펼쳐진 도서관 광경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내가 갔던 첫날의 도서관은 그저 도서관 옆에 딸려있던 오픈 라운지였을 뿐이었다.
(나는 그게 도서관인 줄 알고, 그저 현대식 도서관이라며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많이 다르네 하고 넘겼었는데 말이다.)
구글 사진과 달랐던 첫날의 도서관 이미지에 이따금 놀랐던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제라도 발견한 게 어디냐고 속으로 되뇌며 나는 곧장 도서관 안으로 향했다.
도서관에는 호주 학생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사람들이 자리해 있었고,
그중 일부는 누가 봐도 관광객 포스를 풍기며 사진을 찍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길 반복했다.
나는 그들 사이에 자리를 잡으며, 관광객의 분위기를 풍기기보단 호주 학생들과 나란히 같은 공기를 마시며 그 여유와 낭만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약 3분의 1 정도 남은 책을 펼치며 대략 1시간의 시간을 온전히 책에 쏟았다.
책을 완독함과 동시에 나는, 이런 도서관이라면 언제든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며 앉아있었다.
추위를 무릅쓰고 거센 바람을 뚫으며,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를 한 프레임에서 보고자 보타닉가든으로 향했다.
점점 오페라 하우스에 가까워질수록 한 프레임에 그 경치가 담기기 시작했고,
나는 그 경치를 담을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거리에서 경치를 보며 잠시 쉬고자 그대로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버렸다.
잠을 잘 못 자고, 몸에 피로가 쌓였고 심지어 추웠던 날씨에 곧장 숙소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은 하버브릿지를 꼭 걷겠노라 다짐하고, 페리를 타기 위해 급히 돗자리를 접고 페리 근처 그 유명하다는 Grana 식당에 방문했다.
바테이블로 안내받은 자리에 앉아 사진도 제공되지 않는 영어 메뉴를 한참을 읽곤 마음 가는 대로 파스타 한 개를 주문했다.
그렇게 주문한 파스타를 처음 입에 넣는 순간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시드니 한국인 추천 맛집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동안 했다.
엄청난 짠맛과 함께 이 돈을 주고 먹기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아까운 마음에 파스타 한 입에 물 한 모금을 머금으며 식사를 마쳤다.
짠 파스타 때문이었는지, 안 보이던 Happy hour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호주 여행 때, 페리 시간 때문에 마시지 못했던 맥주 가게에서 Happy hour beer를 한잔 시켜 앉았다.
센스 있던 땅콩 안주와 함께 서큘러키에서 잠시동안의 여유를 느꼈다.
그렇게 떠난 노스 시드니는 내게 약간의 무서운 지역으로 다가왔다.
페리를 타고 멈춰 선 곳엔 루나파크의 무서운 얼굴을 한 조형물 입구가 떡하니 보였다.
그리곤 옆에 펼쳐진 넓은 공터에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만한 몇 없는 사람들이 우중충한 분위기를 풍기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흐린 날씨 탓인지, 몇 없는 사람들이 풍기는 험악한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나는 한껏 긴장한 채로 급하게 하버브릿지 뷰를 둘러보곤, 노스시드니를 즐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바로 하버브릿지 계단으로 향했다.
서큘러키와 노스시드니를 잇는 하버브릿지를 걷기 위해 끊임없는 계단을 올랐다.
처음 마주한 하버브릿지는 내게 다소 무겁게 느껴졌다.
거세게 부는 바람 탓에 날아갈 것 같은 양쪽 귀의 이어폰 두 개를 부리나케 잡았고,
생각보다 높은 위치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당황하길 반복했다.
호주는 좌측통행을 하는 국가이지만, 좌측아래로 보이는 드넓은 바다에 이따금 깜짝 놀라며 도로와 가까운 우측통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갈 수 없는 그 길을 20분 넘게 걸으며 이게 그렇게 힘든 도전이었나 하는 생각이 가득 들었다.
그럼에도 성공적으로 끝난 하버브릿지 걷기 프로젝트를 뒤로하고,
내일 예정된 블루마운팅 북부 트래킹을 위해 급히 마트네 들렀다.
블루마운틴 북부엔 음식점, 심지어 화장실조차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각종 간식과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마트에서 구매했다.
(샌드위치를 한참 고민하다 옆 외국인이 낚아채듯 가져간 두 개의 슈니첼 샌드위치를 보곤, 나름 검증된 샌드위치를 먹어야겠다고 다짐했고, 같은 샌드위치를 골라 들었다.)
그리곤 근처 스시집에서 파는 유부초밥을 사들고 나는 숙소로 향했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숙소로 향하는 고작 그 5분이 마냥 길게만 느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