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가까울수록 편안한
본다이비치의 기억이 너무 좋은 나머지, 또 다른 비치에 가보겠노라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지난날 먹은 김타코의 여운 때문인지, 유명하다는 일식 밥버거 고지마 버거가 땡겨 오픈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렇게 오픈런으로 도착한 고지마에서 가장 클래식한 치즈버거를 시켜 앉았다.
손님으로 가득 찬 바로 앞 카페를 바라보며, 이른 아침부터 커피와 빵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 이따금 미소가 지어졌다.
빠르게 나온 고지마 버거는 정말 독특했다.
누룽지 밥 사이에 얹어진 소고기 패티와 야채, 그리고 치즈가 생각보다 너무 잘 어울렸고, 겉을 싸고 있는 김이 그 버거에 특별함을 더해주었다.
왜 이런 특별한 음식점은 한국에 없을까 하며, 외국인이 먹는 봉구스 밥버거도 이런 특별한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동안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모랄 비치에 가기 전, 퀸 빅토리아 빌딩을 잠시 구경하곤, 곧장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발모랄 비치는 노스 시드니에 위치해 있다.
호주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비치라고 들어 나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진 채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가던 중, 근처 맨리 비치가 폐쇄를 했다는 소식을 SNS로 접했다.
상어가 출몰해 어린아이가 다쳤다는 뉴스와 함께 노스시드니 해안가를 폐쇄한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나는, 가려던 발모랄 비치도 폐쇄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많은 걱정을 안고 비치 근처 시내에 도착했다.
안타까운 소식에 당황은 했지만, 이왕 온 거 시내도 즐기고 천천히 비치로 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처 찾아본 커피숍에 들어가 나는 그 가게에서 유명하다는 에그타르트와 시원한 오트 라떼를 한잔 주문했다.
날씨가 많이 더웠지만, 대체로 에어컨을 켜지 않는 호주의 흔한 카페 문화와 함께 나는 어쩔 수 없이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옆 테이블에는 나이가 좀 있는 외국인 부부가 앉아있었다.
외국 느낌을 한껏 느끼며 주문한 오트 라떼와 함께 책을 펼친 그 순간, 그 옆테이블 외국인이 갑자기 근처 비둘기들한테 빵 조각을 던져주었다.
그 순간 온 사방 흩어져있던 모든 비둘기들이 가게로 몰려왔고, 그들은 당황한 기색도 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그들의 행동이 무례하다고 생각했지만, 대수롭지 않은 그들을 보며 이게 그들의 문화인가? 하고 잠시 그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들은 금세 자리를 떠났고, 그제야 나는 안심할 수 있었지만, 비둘기들은 계속 내 자리로 몰려왔다 떠나길 반복했다.
좀처럼 긴장을 놓지 못했던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며 틈틈이 가게 아저씨 (동양인인 것 같았다.) 는 내 옆으로 다가오는 비둘기들을 쫓아내 주셨다.
감사한 마음에 책을 읽다 그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고,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종종 비둘기들을 손짓으로 내쫓아 보내주셨다. (아마도 흔한 일들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비둘기와의 조용한 싸움들을 뒤로한 채, 나는 발모랄 비치로 곧장 향했다.
가면서 둘러본 노스 시드니의 시내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근처가 부자 동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곳엔 그에 맞는 건물들과 상점들이 즐비해 보였다.
가다 발견한 귀여운 웜벳과 코알라가 그려진 플라스틱 컵을 하나 집어 들고는 홀린 듯 구매하며 근처 상점들을 계속 구경하길 반복했다.
시내부터 들어간 발모랄비치는 생각보다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심심할 틈 없이 그렇게 다양한 건물들을 구경하다 보니 금방 발모랄비치에 도착했고,
다행히 폐쇄되지 않은 비치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내 생각과는 다른 느낌의 비치에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가졌었다.
처음 본 발모랄비치는 생각보다 복작거리고, 부산스러웠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았고, 생각보다 비치가 작아 더더욱 산만했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바다에는 선박이 많았고, 고요한 파도들 속 뛰어노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나름대로의 희귀한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북적이는 곳을 피해 조금은 한산해 보이는 비치 위 바위가 놓여진 위치로 갔고, 호되게 당한 호주의 자외선을 피하고자 겨우겨우 그늘 자리를 찾아 돗자리를 펼쳤다.
그러나 돗자리에 앉아 본 풍경은 정말 멋졌다.
북적이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그 아래로 보이는 바다 위 절경이 끝내줬고, 잠시동안 툴툴거렸던 나를 잠시 탓했다.
나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그 자리에서, 어제 본 책을 다시 펼쳤고, 들리는 파도 소리를 노래 삼아 그 순간을 즐겼다. (옆에서는 본다이비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그렇게 그늘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바뀌고 다시금 호주의 따가운 자외선을 온몸으로 받을 때 즈음, 허기가졌던 나는 근처 비치를 둘러보고 온몸에 땀을 범벅을 하고 깔라마리를 먹으러 한 가게 안으로 향했다.
급히 깔라마리 하나를 시켜 앉아, 에어컨 대신 바닷바람을 선풍기 삼아 잠시 땀을 식혔다.
주문한 깔라마리는 조금 짠맛이 강했지만, 허기를 달래기 충분했다.
혼자서 오는 여행에 먹는 음식들은 오롯이 내가 원하는 단 하나의 메뉴만 시킬 수 있어, 더욱 신중해지는 것 같다.
언제나 성공적일 수는 없지만, 그 신중히 선택한 음식에 대한 노력이 가상해 항상 끝까지 음식을 마무리하려 노력하게 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음식을 끝까지 마무리했고, 혼자만 있을 때의 그 정적을 오롯이 느끼고 또다시 비치로 향했다.
조금 늦은 시간 때문인지, 둘러본 비치에 빈자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중 가장 한산해 보이는 위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책을 보며 노을이 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렇게 노을이 지는 시간이 다가올 때 즈음 나는, 잠시 근처 피쉬앤칩스 맛집에 방문해 간단한 Crumbed fish와 수제 Orange juice를 시켜 다시 비치에 자리했다.
서서히 지는 노을을 감상하며 저녁을 fish로 대신했고, 나는 얼마 남지 않은 그 순간들을 오롯이 즐겼다.
그렇게 다 먹은 box를 정리하고 잠시 파도 소리에 시선을 뺏겼을 때, 갑자기 새똥이 내 바지에 떨어졌다.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했지만, 호주에서 새똥 맞을 확률을 머릿속에서 계산해 보며 그나마 바지에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급히 자리를 정리하고 곧장 나는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