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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yden Mar 06. 2018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

책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클레이 셔키'

 미투(MeToo) 캠페인이 대한민국을 온통 뒤흔들고 있다. 이 캠페인은 미국 할리우드 배우이자 영화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행 스캔들에서 시작되었는데, 여직원 및 여배우들이 나도 피해를 당했다는 뜻으로 SNS에 #Metoo 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면서 동참한 점이 캠페인의 영향력을 키우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렇게 시작된 캠페인은 지금 대한민국의 법조계, 문화예술계를 넘어 이제는 국회로까지 번지는 커다란 불이 되었다.


 성범죄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많아진 것도, 피해를 주는 정도가 최근 들어 심각해진 것도 아니다. 성폭력은 예전부터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였다. 피해자에게 심각한 물리적, 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범죄로 말이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의 의식이 하루아침에 달라진 걸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용기 있게 진실을 이야기하는 피해자가 늘었지만, 그렇다고 예전 피해자들의 의식이 뒤쳐진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를 이끈 원동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많은 매체에서 SNS의 힘이 분위기를 변화시켰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고 주변에 알리지도 못했던 피해자가 SNS를 통해 나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되고, 다수의 의견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위대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SNS는 이처럼 사람들의 훌륭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사회를 바꿨다.

책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클레이 셔키 / 갤리온

 놀랍게도, 이러한 변화를 약 10년 전부터 이야기했던 책이 있다. 클레이 셔키 교수의 저서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Here comes Everybody)'는 SNS를 비롯한 사회적 도구의 발전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포착한 소셜 플랫폼과 웹의 특징은 즉시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정보와 의견이 막을 새 없이 삽시간에 퍼져나가 큰 변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인상적인 사례를 몇 가지만 소개한다.

당시 가톨릭 사제 성추행 사건과 보스턴 글로브를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

 2002년 초,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 신문이 가톨릭 사제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적이 있었다. 이에 충격받은 30여 명의 가톨릭 신자들은 'VOTF(Voice Of The Faithful)'라는 사조직을 창설하여 해당 사제와 가톨릭 주교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지난 시절 사람들이 문제를 알게 되었을 때 취하는 행동방식과 같다. 그러나 VOTF는 소식과 의견을 회원들에게 전하는 수단으로 웹과 메일을 사용했다. 회원 수는 창설된 첫 해 20개국의 25,000명에 달하는 수준으로 삽시간에 불어났고, 사조직을 으레 있는 일처럼 적당히 넘기려고 했던 가톨릭 교회는 개혁의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1991년, 핀란드의 프로그래머 리너스 토바즈는 프로그램 토론 그룹에 간단한 메모를 남겼다. "저는 (공짜)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슨 기능들을 원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어떤 의견도 모두 환영입니다만 그것들을 모두 구현할 거라는 약속은 못해요." 이 메모에 자발적 참여자들이 모여 훗날 리눅스(Linux)가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Windows)가 상품으로써 세계 시장에 뻗쳐나가고 있던 때라, 이렇게 오픈소스(OpenSource)로 OS를 개발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나 리눅스는 현재 전 세계 컴퓨터의 40% 이상을 선점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주를 막아내고 있다. 서로 알지 못하는 개인들이, 자발적 동기에 의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조직과 물질적인 보상 체계로 일을 했던 것과 다른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현재까지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비트코인 광풍이 불어 닥쳤던 당시 많은 수의 비트코인 옹호자들은 블록체인 시스템 발전에 기여한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주기 위해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질적인 보상 체계가 없으면 발전은 정체되고 결국 소멸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어떻게 변할지는 속단할 수 없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하는 자발적 참여자들이 모여 화폐로서의 보상 없이도 시스템을 개발할지 모를 일이다.

©pixabay

 미투 캠페인 역시 기존 권력자들이 전혀 예측할 수 없던 변화다. 성폭력을 자행한 무리들은 자신들이 아직까지도 충분히 권력을 쥐고 있으며, 정보와 대중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피해자들의 분노가 모여 되돌아오는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을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따라서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과연 이런 도구들이 확산될 것인가", 또는 "사회의 모습을 바꾸게 될 것인가"가 아니라 "사회는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이다.

 - 책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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