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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yden Feb 22. 2018

SNS, 이대로 괜찮을까?

- 영화 '디스커넥트'가 경고하는 SNS의 폐해

 2017년 12월 이후, '텀블러(Tumblr)'라는 미국의 SNS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플랫폼은 가입 시 별도의 인증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아 나이나 성별을 임의로 하여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악용되어, 텀블러는 국내·외 음란물의 불법 유통 성지가 되었다.가장 심각한 점은 게시물을 필터링할 수 있는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조금만 검색해도 각종 음란물은 물론, 성매매 알선 등 다양한 성범죄 관련 게시물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이 점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관련 게시자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온 상황이지만, 정작 본사 측은 한국의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아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SNS를 통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점들은 시간이 갈 수록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약 10여년 전 스마트폰의 첫 등장 이후 다양한 인터넷 매체들이 사람들의 손을 오가며 기존 미디어의 영향력은 이미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제 SNS는 사회 전반적인 차원을 넘어 개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되었다. 조금만 조작을 가하면 익명으로 SNS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SNS 내부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자극적인 표현이 필터링 없이 항상 따라다닌다. 음란물은 기본이고, 단지 이목을 끌기 위해 검증된 바 없이 작성된 글이 마치 진실인 양 사람들을 호도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SNS를 이용한 신종 금융사기 등 개인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수단까지 등장한 판국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악영향을 사람들이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날로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디스커넥트'는 SNS가 갖는 익명의 소통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망가뜨리는 지 잘 보여준다. 영화는 크게 세 가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SNS로 소통이 편리해진 요즘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주변과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 지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카일'과 '니나' / 영화 디스커넥트

 SNS로 몸캠을 찍어 내보내며 용돈을 버는 청년이 있다. 청년의 이름은 카일. 길거리에서 지내다 '하비'라는 자에게 인계되어 단체로 청소년 SNS 성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 그는 우연히 청소년 범죄를 취재하려는 기자 니나를 만나게 되고, 결국 익명을 조건으로 취재에 응한다. 그러나, 사건은 CNN 보도와 FBI 수사로까지 확대되어 범죄자 검거의 명목으로 카일의 주소 등 신상정보가 노출된다. 배신감을 느낀 카일은 결국 청소년 SNS 범죄 집단으로 돌아간다.

아버지 리치 보이드는 뒤늦게 후회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 영화 디스커넥트

 음악에 빠져서 사는 벤 보이드는 친구가 없이 혼자 밥을 먹는 외톨이다. 벤은 부유한 집의 둘째 아들이지만, 변호사인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은 각자의 삶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벤은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더욱 움츠러든다. 그런 벤이 만만했던 학교의 동급생은 SNS로 벤을 골탕먹일 계획을 세운다. SNS를 통해 벤에게 여자인 척 접근해서 그의 마음을 사고, 그의 나체 사진을 얻는 것이 바로 그 계획. 학교에 뿌려진 자신의 나체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벤은 결국 자살시도를 하게 되는데, 가족과 친구들이 뉘우쳐봤자 돌이킬 일 없이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데릭과 신디 부부 / 영화 디스커넥트

 아이를 잃고 관계가 소원해진 데릭과 신디 부부는 각자의 방법으로 외도 아닌 외도를 하게 된다. 남편 데릭은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전전하며 제2금융권 등지에 대출을 위해 아무 생각없이 금융 정보를 넘겨주는가 하면, 아내 신디는 SNS에서 온라인 친구와 대화를 하며 위로받다 덜컥 개인정보를 넘겨주게 된다. 한순간에 신용카드에서 거액이 결제되고 집이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 뒤늦게 범인을 찾고자 사설 탐정까지 고용했지만, 범인을 잡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렇듯 각각의 이야기들은 SNS를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피해 사례를 보여준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하나로 귀결된다. 발생 경위부터 피해 유형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각각인 에피소드인 것처럼 보이지만, 원인은 같다. 단 하나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찰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SNS로 인한 개인의 파편화'이다.


 안타깝게도, 각각의 에피소드 주인공들 모두 사태가 심각해지고 나서야 이를 깨닫게 된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카일은 기자 니나를 마음으로부터 연대하려고 했으나 니나는 자신의 직업적 욕심에 집착한 나머지 근시안적인 실수를 통해 그의 마음을 매몰차게 버렸다. 카일이 범죄집단으로 돌아가고 나서야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벤의 가족들 역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난 후에 가족들이 각자의 일과 생각에 매달려 얼마나 서로를 위해 소통하지 않았는 지를 깨닫는다. 신디와 데릭 부부는 범죄자를 쫓는 차 안에서 서로 얼마나 오랫동안 이야기하지 않았는 지를 알게 된다. SNS는 다양한 유형으로 이들 마음의 공허를 채워주는 듯 했으나 모두 허상이었다.


 영화의 이야기가 극적인 효과를 위해 꾸며낸 이야기라고 해도 현실 속에는 더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개인의 파편화는 물론 갈 수록 심각한 문제들이 확산될 것은 자명하다. 점차 발달해가는 기술과 SNS를 맹목적으로 쫓아가기보다는, 나의 주변을 돌아보면서 필요한 부분만을 지혜롭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verything that I love is in this room." / 영화 디스커넥트

 한편, 영화 속 이들과 달리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벤의 아버지 리치 보이드가 눈물을 흘리며 가족들에게 "사랑해.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게 이 방에 있어."라고 고백한 것처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 보고 있는 스마트폰 SNS를 종료하고 가족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다. 주변과 직접적인 연대를 하면서, 언젠가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비극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SNS는 우리의 마음이 공허한 틈을 절대 놓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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