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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yden Feb 22. 2018

메멘토 모리 : 죽음을 기억하라

- 책 '숨결이 바람 될 때'

※ 책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아무리 돈이 많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었다 한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죽음은 대체로 부정적 이미지로 묘사되었고, 사람들의 미움을 받았다. 하지만, 죽음은 사람들에게 내면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 또한 제공한다. 보통 사람들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야 자신의 수명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에, 아이러니하게도 죽어갈수록 자신에게 더 솔직해진다.


 예기치 못한 죽음을 앞둔 사람의 경우,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보통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여생을 누리다 죽는다. 죽음이 가져오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우울해하고, 날카로워진다. 모든 것을 앗아가는 죽음 앞에서 이들의 남은 삶을 비난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만큼 죽음은 우리의 생명을 넘어 현재의 감정까지 지배할 만큼 위력적이다.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건 바로 두 번째 태도다. 이들은 자신의 내면에 깊이 침잠하여 건강할 때보다 더욱 삶의 의미를 찾고자 노력한다. 자신의 남은 삶이 어떻게 하면 가치 있을 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죽음을 알게 되기 전보다 더욱 열정적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들이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이유는 죽음을 담담하게 마주하는 태도를 발휘하기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죽음을 마주보는 태도 그 자체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폴 칼라니티 / 흐름출판

 그래서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이다. 이 책은 저자 본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폴은 서른 여섯의 젊은 신경외과 의사이다. 숱한 환자들을 돌보며 수없이 수술을 집도하고, 죽음을 목격했다. 폴은 자신의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의사의 역할을 다했으며, 그에 맞게 외적으로 명성을 얻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거짓말처럼 말기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이 책은 폴이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어떤 태도로 죽음을 대했는 지를 솔직하게 작성한 고백록이다.


 폴이 처음부터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폐암을 확진 받은 날, 아내 루시의 품에서 엉엉 울며 '죽고 싶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폴은 곧 자기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게 무엇인 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어렸을 때부터 지나온 삶을 반추했고, 결국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바로 신경외과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의사는 돈 벌이 수단도 명예도 아닌, 삶의 목적 그 자체였다. 그래서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기력이 다하기 전까지 평소처럼 환자들의 수술을 집도한다.

ⓒ photo Norbert von der Groeben

 폴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남아 있는 삶을 통해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물로 나온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실제 이야기 속 작가의 고백은 전혀 거짓이 없으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안타깝게도 그는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을 순 없었지만, 그가 이루고자 했던 삶의 가치는 독자들의 마음으로 직접 스며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죽음 또한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소중한 간접 경험을 통해 결국 이 물음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이 내 인생을 의미 있게 하는가?'


 'Memento Mori(메멘토 모리)' 라는 말이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말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전쟁에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 행렬의 맨 끝에서 노예가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고 한다. 죽음 앞에서는 어떤 것도 덧없다. 자신의 죽음 또한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 책으로 깨닫길 바란다. 그래서 죽음을 무조건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닌 동반자로 여기고, 죽음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으려 분투하는 태도를 얻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나는 침대에서 나와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는 그 구절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I can't go on, I'll go on)."

- 책 '숨결이 바람 되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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