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기보다 쓰기를 좋아한 아이
저는 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소위 원나블(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이라는 일본 만화가 엄청난 유행이었기 때문에 저도 유행에 편승해 만화책만 탐닉했었습니다.
또한 시골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친구들과 공놀이를 참 많이 했습니다. 돈이 들지 않는 탁구, 축구, 족구 등을 하느라 책 읽을 생각도 못했고 읽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책과는 거리가 멀었던 저에게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 CA활동이라는 게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Club Activity로써, 소위 말하는 동아리 활동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당시 저의 담임 선생님께서는 CA활동 중에서도 “문예창작부”를 맡고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마술, 천문학, 방송 동아리 등 이름만 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동아리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의리(?)가 있었는지 나만이라도 담임 선생님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문예창작부에 가입했었습니다.
저는 정말 문학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문학이란 게 뭔지도 모를 나이였으니까요. 단지 문예창작부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런 선생님을 당시에는 불쌍하다고 여겼으며, 선생님께 잘 보이고자 하는 욕망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CA활동 시간에 문학책을 읽었을 텐데 저는 아무런 기억이 없습니다. 학창 시절에 좋아한 책이 뭐냐고 물어보면 저는 원나블 중에서 나루토라고 얘기할 정도니까요. 그렇게 관심이 없던 활동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기억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글을 읽는 행위보다 글을 쓰는 행위가 더 재밌었고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학기 중에 어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 오라는 숙제를 받을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독후감은 줄거리를 쓰는 게 아니야. 책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자기만의 생각을 쓰는 거야.”
라고요.
저는 오히려 줄거리를 쓰는 게 더 어려운 학생이었습니다. 내가 쓴 줄거리가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제일 앞장섰던 것 같습니다. 내가 이해한 게 맞을까? 이 부분은 중요하진 않은데 그래도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부분이니까 줄거리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 등등 줄거리를 쓴다는 것은 저에게 스트레스였습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느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빠르게 빈 여백을 채워나가며 A4용지 한 장을 빽빽하게 다 채울 정도였습니다.
제가 쓴 글에 대한 정답은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누가 어떤 질문을 던져도 저는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느끼는 건지, 왜 이렇게 해석한 건지 등등에 대해서 답하기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처음으로 글쓰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보통은 많은 책을 읽고 그러고 나서 글쓰기에 흥미를 가지는 게 보통의 과정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읽기보다 쓰기에 먼저 흥미가 있었습니다.
저는 읽기보다는 쓰기를 좋아한 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