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키운 반려견의 죽음 직후
2023-12-27
아무리 눌러 담으려 해도 껑충껑충 튀어 오르는 내 마음이 이상하다. 크리스마스와, 추운 겨울과, 내가 떠나온 것들. 올해 나의 선물 상자는 차마 포장을 못 마칠 것 같다. 기억의 매듭을 짓기 싫어 계속 상기시킨다. 괴로운데 영영 잊게 될까 봐 계속 곱씹고 또 곱씹는다.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 한 프레임도 놓치면 너무 미안할 거 같아. 아, 지금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는 호흡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안 그래도 꽁꽁 언 계절에 왜 이리 찬 이별을 선물하고 간 걸까. 원망스럽다는 말은, 하기 싫었는데 자꾸 생각이 난다. 너무 조그만. 작은. 내가 떠나가지 못하고 있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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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순도 백 퍼센트의 슬픔을 느껴본 적 있는가. 내가 떠나온 것들을 소개하고 싶지만 당장은 너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걸 회복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회복해도 되는 걸까.
야속하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내일 이터널 선샤인을 보기로 했는데 벌써 울 것 같다.
'Eterner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지우려 해도 결코 걷어낼 수 없는 마음의 중력, 가릴 수 없는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오는 햇빛. 기억은 머리에만 저장된 것이 아니라 몸에 세겨져 있다. 사소한 습관들. 문득문득 드는 생각들조차 너를 떠올리게 만든다. 어떨 때는 정말. 내가 그 생각에 점령당하여 사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뭘 해도 난 그것만 떠올리고 난 앞으로 평생 관련된 무언가를 보면 이게 생각나겠구나, 하는 것이다. 그럼 그게 고통스럽겠다 생각하면서도, 이걸 언젠가는 영영 잊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 양가적인 감정이 동시에 드는 게 신기하다. 그리움일까. 머리가 아닌 몸이 느끼는 그리움. 몸이 느끼는 공허감. 내가 느끼는 빈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