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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해서

퇴근길에 꼬인 마음글

by 이윤서 Hayley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좋겠다. 상상이 무모해질 수 있다면. 성냥갑 아파트를 뒤집어 와락 삼키는 대범함을 가진다면. 아픈 허리를 무시하고 더 비뚤어진 자세를 고집부릴 수 있는 젊음을 짊어졌으니 무엇이라도. 침대에서 내려와 침대 밑에 앉는 것 정도밖엔 하지 못했지. 셔틀은 뛰어가도 잡을 수 없더라고,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여름용 까끌까끌 이불 자국이 허벅지 뒤에, 볼에, 손발등에 남았었는데. 아이가 울더라고 나랑 언니가 자신의 뜻을 몰라줬는데 바로 잡지 못하고 게임이 진행되어서 속이 상하겠더라고. 45 말고 14였다는 걸 알아줄걸. 아이가 그래서 울더라고 간판은 잘못 나왔고 그래서 원장님도 속상하고 간판에 불이 들어오는지 봐줘야 하는데 건물의 간판은 도대체 누가 끄고 켜는 건지 몰라서, 나도 생각해 본 적 없지, 모르겠어서 선생님도 난감하고 그렇더라고. 머리가 이젠 맘에 안 들었는데 햇빛 밑에 나가는 게 두려울 정도로 더워서 나를 못 이기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길렀지. 별 이유가 아니었는데 무슨 일이 있냐고 묻더라고. 그럴 만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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