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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는 건

김오키 - 안녕(Feat. 이하이)

by 이윤서 Hayley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뱉을 수 있는 사람은 마음에 뿌리 디딘 사랑이 있어서 그런 걸까?

그렇다면 사랑한다는 말이 쉬이 나오지 않는 사람은 사랑이 바닥을 보인 것일까


사랑이 바닥을 보이면,

그 바닥에 뻣뻣하게 몸을 뉘이고 숨을 크게 들이마셔도 아무 일 일어나지 않을 때,

마음의 중력은 몇 배나 강해진다

너울 쓰나미가 울컥울컥 밀려와 덮쳐도 가만히,

코 앞으로 마음이 푹 쓰러져도 부축도 못는 바닥에서는.

안온한 적막이 견디기 힘들 때도 있지


그래도, 왁자지껄 할 순 없어도 혼잣말로 공간을 꾹꾹 밀어내고, 무작정 서랍을 뒤엎어 아끼던 테잎을 꺼내고, 노래를 크게 틀어 마음을 깨울 순 있지


결국, 사랑이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건, 마음이 일어나 중력을 되찾기 전이고

그럼에도 사랑을 말하는 것만이 사랑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이다


사랑을 쉽게 전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을 거다

뿌리가 없어도 눈높이까지 부유하는 사랑이 있다

바닥에 딱 붙어도 뼈를 타고 올라오는 사랑도 있다


사랑을 쉽게 뱉는 것보단,

그런 사랑을 쉽게 눈치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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