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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일은 날 어딘가로

<THIRSTY>, 검정치마의 중력

by 이윤서 Hayley

2024-06-03


조휴일이 나를 어딘가로 데려간다. 그럼 나는 내 손목을 내어주고 발 없는 새가 되어, 추락해도 좋다 하고 몸을 맡긴다. ‘추락도 락이다’ 뭐 그런건지, 웃기다.

어제, 퀴어 퍼레이드가 끝나고 뒤풀이로 펫사운즈에 가서 신나게 퀴어 파티 음악을 듣고 집에 오는 길에 6호선 지하철에서, 어떤 앨범을 들으며 집에 가야할지 고민했다. LAUV도 아니었고 그렇게 애정하는 Mac Miller도 아니었고 Holly Humberstone도 아니었다. 조휴일. 정말 지독하게. 기어이 <THIRSTY>로 손이 갔는데 아뿔싸, 드디어 땅을 밟은 기분이. 무슨 트랙인지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기어코 순순히 조휴일을 따라가는 나. 그래 하고픈데로 휘저어라. 그럼 휘핑크림처럼 부욱 푸운 내 맘은 금세 속에 담은 기포를 놓아주며 부력을 잃는다. 기막히게도 나를 중력으로 이끌어주는 고마운 조휴일씨.




음악도 음악이지만 검정치마의 가사는 살을 시리게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어, 트랙별로 좋아하는 가사를 뽑아봤다. 약간의 감상과 함께.



1. 틀린질문

- 나에게 뭐든 물어봐 / 틀린 질문도 괜찮아 / ... / 대답은 바르게 해줄게

- 니가 보고싶은 상처들이 / 오늘은 좀 더 벌어졌는지 / 거짓말인지 진심인지 / 아님 그냥 잘하게 된건지


2. Lester Burnham

- 그날 이후 내 마음엔 커다란 구멍이 생겼어 / 괜찮아 거긴 원래 아무것도 안 들어 있었어


3. 섬 (Queen Of Diamonds)

- 밤이 오려나 / 나 지금 일어나려 했는데

- 너 사는 섬엔 아직 썰물이 없어 / 결국 떠내려온 것들은 모두 니 짐이야 / 이어질 땅이 보이지 않네


4. 상수역

(고민할 것 없다. 나의 최애. 곡 전체다)


5. 광견일기

(광기의 조휴일; 당황스러워요 웃겨요 재밌어요 사실 좋아요 매콤 짭짤해요)


6. Bollywood

- 나도 내가 밤에 하는 짓이 부끄러워 / 끌어안으면 내 항상 남는 부스러기 / 이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은 걸 / 받은 걸 다 돌려주긴 욕심이 많지

(단연코 최고의 브릿지)


7. 빨간 나를

- 강산이 반쯤 변할 동안 / 난 내 여자만 바라봤고

- 내 여자는 어딘가에서 울고 / 넌 내가 좋아하는 천박한 / 계집아이

- 이게 다 내가 지어낸 얘기라면은 좋겠네


8. Put Me On Drugs

- 사랑했던 사람아 내 때 탄 인연아

- 사랑이 틀렸을 때엔 / 다 틀린 거야

- 하긴, 영원히 알 수 없겠지


9. 하와이 검은 모래

- 우리가 알던 그 장소는 무덤이 되었겠죠

- 우리가 듣던 그 파도는 돌아오지 않아요

- 오, 작년의 그늘이 나를 따라와요


10. 맑고 묽게

(해석하기 난처할 만큼 적나라한 노래, 이거 이렇게 해석해도 되는거 맞아? 아마 아닐 것. 제발 아니라고 해줘)

- 물보다 맑고 묽게 널 사랑해

- 꽃이 되면 좋을텐데 잎이 되어 지는구나 / 이제 우린 어떡하나 잎이 노란데 / 이미 노란데


11. 그늘은 그림자로

- 나를 따라 다니던 그늘이 짙던 날 / 잠든 너를 보며 나는 밤새 울었어


12. 피와 갈증

- 줄은 처음부터 없었네 / 나를 기다릴 줄 알았던 / 사람은 너 하나였는데 / 이제 난 혼자 남았네

- 니가 없으면 / 난 작은 공기도 못 움직여요 / 한줌의 빛도 난 못가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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