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스피리추얼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식물과 대화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식물 흉내를 내며 춤을 쳐도 이상하지 않은,
공연 중 명상하다 울음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특이한 라이브 음악 콘서트가 있다.
이너시티(inner city)에서 주최한 명상 + 요가 + 음악 콘서트 "이너시티 앰비언트"에서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할 수 있는 "Spiritual Entertainment Community"라는 사명을 가지고 음악, 명상, 영성을 접목해 누구나 음악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이자 문화 생활.
최근에나 MZ세대들 사이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명상, 불교, 마음챙김, 영성, 요가, 웰니스 등의 모든 요소들을 혼합하여 8년 전부터 묵묵히 자기 자신을 찾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은 교류의 장이자 커뮤니티이다.
해외에서야 이미 Spirituality쪽이 어느 정도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를 잡아 명상, 영성, 마음챙김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게 자연스럽고, 심지어 이런 영성과 음악 콘서트를 혼합한 형태의 엔터 산업이 많이 발전을 했지만, 국내에서도 이런 커뮤니티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연한 기회에 이너시티의 이런 음악 콘서트를 기획하는 디렉터님을 알게 되어 참여한 첫 이너시티 행사는 특히나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나에게 딱 시기적절하게 필요했던 힐링이자 에너지 정화 세션이었다.
"식물이 되어보자"라는 다소 황당무개하게 들릴 수도 있는 컨셉을 가지고 정말로 식물의 주파수를 활용한 음악을 만들고, 라벤더와 하나가 되는 명상을 하고, 라벤더 차를 음미를 하고, 심지어는 식물 흉내를 내며 온 몸을 스트레칭하는 요가 세션까지 열린다.
하지만 나 빼고 세상 사람들은 이런 힙한 이벤트는 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참여자들 대부분이 이미 이런 상황이 익숙한듯하다. 다들 사전 안내 받은대로 편안한 요가 복장과 요가 매트를 들고 와 공연장 맨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심지어 공연 시작 후, 신발을 벗고 행사를 즐겨달라고 하니까 다들 냉큼 신발을 벗는다.
나 또한 제법 오래전부터 명상과 영성 체험을 경험하고 실천해온 사람이었지만,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실천해온 명상과 영성은 글 속에 숨기고 또 숨겨 아무나 함부로 해석할 수 없도록 꽁꽁 싸맨 지극히 사적이고도 신비주의적이라면 신비주의적인 그런 활동에 더 가까웠다. 에너지에 너무 민감해 매일 우주와 대화를 나누고, 매일 밤 레이키 에너지로 스스로를 정화해도 그걸 굳이 다른 사람과 함께 퍼블릭하게 즐긴하는 개념 자체가 나에겐 생소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시작부터 범상치가 않았다.
공연장 한 가운데 준비된 스테이지에는 잔뜩 들여다놓은 식물에 악기를 연결해 우주와 교신하는 듯한 요상한 주파수 비슷한 음악을 만든다. 처음에는 진짜 우주와 교신하는 소리처럼 들리던 소리가 어느새 콘서트로 변하고, 거기서 나오는 음악에 묘하게 매료되어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고 온몸으로 음악을 느끼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기 시작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자음악 비스무리하지만, 진짜 식물의 심장 소리와 하나 되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는게 나도 모르게 명상 상태에 빠져들어 정말로 식물과 동기화가 되어 하나가 된다.
식물과 하나가 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내 안에서 느껴지는 생각과 감정들이 뒤섞여 이 공간에 있는 식물과 관객들을 더이상 구별할 수가 없어진다. 아니, 구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콘서트 시작 직전까지도 스트레스와 온갖 잡생각에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었던 나도 어느새 식물처럼 세상을 관조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안정된 모습으로 앉아있음을 발견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두 번째 명상 세션은 한 술 더 높은 차원의 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식물들, 특히 라벤더 채널링(channeling)을 통해 가만히 앉아 음악을 즐기고 있던 사람들을 깨워 인간이라는 형상, 본체를 잊어버리고 아예 식물 그 자체가 되는 명상 가이드를 진행해준다.
명상이란게 항상 그렇듯 참가자들의 수용과 허락이 필요로 하지만, 이미 앞 세션의 음악으로 마음의 벽이 모두 허물어진 상태에서 가이드를 따라 빠지는 깊은 명상은 사람마다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들을 건드린다.
명상 세션이 시작하면서 관객들에게 한 잔씩 주어지는 따듯한 라벤더 차 향기가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앞부분 식물과 동기화(?)에 너무 집중해서 그런지 안그래도 목이 타들어가던 차였다. 라벤더 자체가 강력한 정화 작용이 있는 클랜징 식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에너지 치유와 정화를 하는데 적합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쳐져있던 탁한 에너지를 거미줄처럼 걷어내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며 순식간에 맑은 정신으로 세상이 아름다워보이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분명 전혀 슬픈 분위기도, 무거운 분위기도 아니었음에 - 사람들에 따라 건드려지는 감정의 반응이 가지각색이다. 온 몸을 타고 퍼지는 라벤더의 향기를 음미하며 행복한 기분으로 깊은 명상에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 손끝까지 퍼지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자기도 모르게 하늘로 손이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 갑자기 고요한 명상 가이드 사이로 터져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코를 훌쩍 거리며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있다.
깊은 명상에 빠지면 종종 그러하듯, 자기도 모르게 영문도 모르고 몸이 움직이거나 울음이 터져나오는 경우가 있다. 나 또한 명상 N년차로 매일 밤 혼자 명상을 비교적 요란하게 하는 편에 속했다. 명상을 하다 특정 부위가 움찔움찔하거나, 에너지 기운이 너무 강력하게 느껴져 발바닥이나 손바닥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자주 느꼈고, 심지어 눈을 감고 누운채로 한시간 넘게 엉엉 운적도 자주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최근에 심신이 지친 상태로 이번 콘서트도 올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던 터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두 눈을 감은 상태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걸 막을 수가 없었다. 쓸데없이 기감도 엄청 민감한 덕분에 명상 가이드를 따라 몸 구석구석을 따라 흐르는 에너지 덩어리도 느껴져서 명상에 더더욱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Guided Meditation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확실히 현장에서 힐러가 직접 가이드해주는 명상 세션이여서 더 강력했던 걸까. 아니면 식물들의 힘을 빌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운을 집중해서 명상이 더욱 효과적이었던 걸까. 이유가 어찌 되었던 눈 떠보니 한시간이 뚝딱 흘러 명상 세션이 끝나있었다.
그렇게 멋쩍게 소매 옷깃으로 눈물 콧물을 찍찍 찍어내고 마지막 세션인 카밀라의 요가(보다 춤에 더 가까운?) 세션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지금까지 식물과 동기화 되고, 식물과 대화를 나눠보라고 했으면, 이제는 아예 식물 그 자체가 되라는(??) 가이드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아예 관객들이 땅바닥에 각자 가져온 요가 매트를 깔고 바닥에 드러눕더니, 자신이 아주 작은 씨앗인 것처럼 상상해서 기지개를 켜며 천천히 성장하는 식물인 것처럼 움직여보라고 하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성인 몇 십명이 모여 식물의 탄생 - 성장 - 죽음을 반복하니 가히 행위 예술이 따로 없었다.
수십만 송이의 꽃들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피어나고 지고, 피어나고 지는 듯하는 모습이 결국 인생의 윤회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피어나는 사람, 누구보다 빠르게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사람, 누구보다 심취하여 현대 무용의 경지를 보여주는 사람 등 정말로 그 순간만큼 내가 있는 곳은 야생화가 핀 들판이요, 정글이었다.
마지막으로 사바사나를 하며 매트 위에 드러누워 두 눈을 감고 숨을 가다듬을 때는 행사 시작 전까지 나를 죽일듯이 쫓아오던 두통과 복통이 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혼자서는 절대 상상해볼 일 없는 "식물이 되라"는 화두를 던지고 정말로 식물이 되어 죽었다 피어났다를 반복하고 나니, 몇 달 동안 무겁게 가슴을 짓누르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진 걸 느꼈다.
세상의 방황하는 영혼들, 그리고 커뮤니티를 찾지 못한 힐러들이 오늘 모두 이 한 공간에 모여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명상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힐링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혹시 나도 몰랐던 이런 치유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 이 글이 하나의 작은 신호이자 초대장이 될 수 있도록 뜻깊었던 시간의 기록을 이렇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