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Seoul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며 주변상황 또는 본인 노력으로 바뀌지 않을 것 같을 때 오는 디프레션, 우울함. “의미상실”
어느 유명 뇌과학자가 말한 내용이다. 지금이 딱 그 상태인 듯하다.
학벌세탁과 동시에 커리어 점프업을 위해 다닌 미국 MBA. 모아뒀던 돈 모두와 퇴직금까지 쏟아 부었고 졸업과 동시에 퇴사를 했으며 불러주는 곳 없이, 정처 없이 떠도는 방황. 미래의 빛이 보이지 않는다. 어떠한 날은 무한히 즐겁다가도 어제오늘은 무기력증에 사로잡혀 침대 밖을 나오지 못한다. 누워서 3~4시간 휴대폰만 멍하니 바라본 것 같다.
이건 병이다. 자각하고 있다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바꿔야 한다. 변화해야 한다. 변화하고 싶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영화를 보고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멍하니 1시간을 걸었다.
주인공 계나는 현 상황이 싫어서, 한국을 헬조선이라 말하며 괜찮은(?) 회사와 이성관계까지 떠나보내며 해외로 출국했다. 거기서 약 3년을 지내고 자랑스럽게 학교까지 졸업한 뒤 어떠한 사건에 휘둘려 한국으로 돌아왔다. 앞으로의 계획, 한국에서 머물 건지 등을 묻는 지인들의 대답에 "나도 몰라". 전 남자친구와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현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을 깨닫자 다시 큰 배낭을 멘 채 인천공항에서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한다.
해외체류 기간, 목적 등을 제외하면 나와 정확히 일치한다. 나는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기다리지 말라며 떠났고 해외에서의 고생 등을 하였지만 꿋꿋하게 잘 버티고 열심히 즐겼다. 그러고 돌아온 한국은 조금은 나아졌다지만 내가 속해 있지 않은 환경들, 어울릴 수 없는 무리들, 관심사들... 높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손에 뽑는 지랄 맞은 4계절 날씨까지. 눈물이 고이지 않은 포인트에 눈물 글성이며.
이제 어떡하지, 주인공처럼 떠나야 하는지 물음에 물음을 던진다. 이방자로 익숙해진 10년. 우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