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에 색이 입혀지듯 내 인생에도 색을 입히고자

by 취한바다

물감을 펼쳐놓은 듯 떨어진 나뭇잎길의 색감과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환상적인 늦가을의 산책.

이 마저도 끝나간다고 바람에, 사람의 손길에 길가로 일렬정렬한 쌓인 나뭇잎 길을 바라본다.

올 가을 신기할 정도로 비가 오지 않았다. 아니면 내가 한국의 계절특성을 잊었던 것일까?

참 살기 좋다. 도보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고 심지어 안전까지 하다.

또한, 각종 엔터테인먼트와 유흥까지 못할 게 없는 도시. 나라. 이래서 고국이 좋구나 하고 있다.


여유로운 주말을 보낸 지도 어느덧 3번째!

11월 초까지 이사, 필기시험으로 바빴다. 11월 2번째 주말은 집안에 필요한 물품들이나 행거 등 조립 등으로 바빴다가 보단 분주했으며

드디어 지난주, 여유를 찾고 한강의 풍경을 눈과 가슴에 담으며 열심히 달렸다.

이사한 덕분에 말로만 듣던 여의도 고구마런도 손쉽게 할 수 있으며 동네 구석구석 카페와 음식점들도 다니며 동네 주민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약 1년 간, 공부만 한 패턴을 새롭게 바꾸려니 공허함? 무의미함? 이 몰려왔다.

뭘 해야 할지 몰라 아니 평소에 하던 습관처럼 침대에 누워 유튜브만 보면 2~3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쉬는 거 같은데 눈은 아프고 뭔가 무료하고 의미 없이 느껴지고…(내가 웃기거나 엔터에 가까운 것들만 본다 ㅎ)


그래서 찾은 것은 봉사활동!

토요일 아침 9시. 아이/여성 인권과 관련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었고 행진과 팻말 들고 걸어 다니며 홍보하는 꿀 봉사활동이다.

덕분에 봉사활동 시간도 채우고:)

그러고 운동을 가려는데 피곤했다…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2시간 이상 자며 전 날 마신 와인과 소주의 해독을 제대로 한다.

또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당근으로 4시간 저녁 아르바이트도 구했으며, 당근으로 영화권이 3천원 올라와 바로 구매했다.


그렇게 운동 대신 일본영화 국보(일본어로 고쿠호)를 보았고 심장을, 핏줄을 튕기듯이 머리를 시원하게 게워내었다 할 정도로 많은 의미와 느낌을 내포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감명 깊은 영화를 본 것 같아 뿌듯했다. 한 번 더 볼까?


그러고 저녁도 먹지 않은 채, 맥줏집 아르바이트로 향해 100평이 넘는 줄 서는 가게에서 나는 컵과 수저, 가재도구를 씻는 역할을 맡았다.

그때 깨달았다. 돈 아끼자고!!! 돈의 가치는 참으로 소중한 것이라! 현재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자라고!!!!!!

뇌는 휴식을 취했으나, 편했으나 몸 아니 등과 허리가 뻐근했다. 계속 숙여 있어서ㅠㅠ

4시간 중 화장실 간 시간을 제외하면 쉬지 않고 일했다. 정말 바빴다. 정말 정말 정말.


내가 그곳에 손님으로 갔을 땐 언제나 2차로 갔었고 그렇게 바쁘나?라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잊고 산 게 있었다. 주방은 언제나 전쟁터라는 것을…

학생 때 이후로 음식이 나오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도, 몸이 편한 일만 했구나라는 것도, 소비할 때의 만원은 카드 한 장의 긁음으로 편의와 기쁨을 주지만, 수입으로 돌아설 때는 두 배 아니 열 배 이사의 고통을 수반해야만 얻을 수 있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잊고 살았다고… 큰 가르침을 얻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무료로 마신 일본 생맥주를 들이켜니 살 것 같았다. 이제까지 마셨던 생맥주 중 가장 값지고 달콤했다. 잊히지 않을 듯하다!


끝나고 집 근처에서 치맥이나 생맥주집에서 마시고자 했으나 돈이 너무너무 아까웠다. 특히 알바에서 줬던 생맥주만큼의 감동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편의점에서 4캔 맥주로 대신했다. 냉동실의 식단도시락과 짜파게티와 함께!!

너무너무 피곤하고 다리가 뻐근하여 그릇도 이도 닦지 않고 자려는 내 몸을 이겨내어 겨우 마무리한 후 침대에 누웠다.

이렇게 공부 이외에 의미 있는 일들을 여러 가지 한 값진 하루를 올해 처음으로 맞이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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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중에 ex가 꿈에 나왔었다.

꿈의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내 꿈에 헤어진 지 일 년도 더 지난 이 시점에 내 꿈에 나온 게 조금은 석연찮다.

뭐지. 무슨 의미지…. 잘 살라는 것이겠지?

취직을 하니 소개팅도 간간이 들어온다. 아직은 아니다고 생각하지만 더 이상 거절하면 안 되겠다 싶다. 그녀가 내 꿈에 나온 이상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다. 외로운 건가? 몸만 외로운 거 같은데… 아직 나의 감정선이 아니라고 외치는 거 같은데… 괜찮으려나.


물 흐르듯이 살련다.

오전에 따뜻하고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휴일의 미드템포를 즐겼다. 날씨도 흐리지만 밝은. 마치 약 10년 동안 외국에서 보냈던 나날들과 똑같았던 그런 날, 그런 날씨다. 이렇게 크리스마스가 오고 뉴이어를 맞이하고 루나뉴이어가 오고 몇 개월 더 견디어 냈던 겨울을 보내겠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나의 미래에 설계하라는 듯 중장비를 들여와 설치하는 것 같다. 하나의 큰 건물이나 공장, 플랜트 건설을 하듯이 계획들이 “알아서 생기기 시작“한다.


고맙다. 지금 이 순간에. 그나저나 영화의 감동물결이 피에 맴돈다. 다시 볼 거다. 일본 영화 ”“국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