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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바다 May 20. 2024

10년간 참 잘 살았다

in HoiAn

이번 한달살이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들을 했다. 


허기를 달래고자 숙소 앞 레스토랑에 갔다.

기대 전혀 없이 겉으로는 깔끔한 식당이겠거니 해서 들어갔는데

부다상이 나를 반겨주며 작은 디테일에 기쁨을 주었으며

마치 80,90년대 일본카페, 또는 홍콩 카페에 온듯한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맞는 잔잔한 음악까지!


음식도 무난했다. 그래서 내일 또 갈 것이다! 해변의 카페와 함께:)

https://maps.app.goo.gl/LewUJC3Kb7oXiBYs9


그렇게 저녁 먹고 걷는데 생전 안 먹는 아이스크림이 눈에 들어왔다.

(음료를 제외한 찬음식은 내 배를 더부룩하게 한다...)


누가 사줘도 먹지 않는 아이스크림이었으나...

전 여자 친구의 기호가 아직도 나에게 남아 있는구나 생각한다.

아이스크림으로 또 배가 부르니 동네 한 바퀴 산책했다.

길을 따라 해변을 따라

이곳은 마치 발리의 골목, 태국 끄라비, 멕시코 툴룸의 해변 뒷골목들을 연상케 한다.

역시 분위기 좋은 곳, 뜨내기 장기 거주자가 많은 곳들은 다들 매력이 넘친다.

나 또한 이곳에 장기거주하며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해변을 걸었다.

정확히 10년 전, 나는 지중해 해변을 혼자 거닐며 혼잣말을 했다.

드 넓고 긴 모래사장에 인적이 드문 그곳. 

뜨거웠던 오후의 기온은 머금은 모래와 시원한 밤공기의 조화.


우울했고 공황장애(?)가 왔던 나트랑 점심시간을 두려워하며

나의 과거를 천천히 조심스레 들쳐봤다.


10년 전의 나. 풋풋했다. 

근자감같이 뭐든 잘될 거라는 자신감으로 넘쳤으며

통통 튀는 매력도 겸비했었다. 

더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또는 유혹으로

긴 연애 또한 하지 못했었다. (조금은 아쉽다...)


잘나지 않은 나를 만나주고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의 책임을 지지 않고

다른 유혹들, 신선한, 새로운 만남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하여

혼자 때론 같이 눈물 흘리며 떠나보내거나 떠밀리던 젊은 나를 돌이켜본다.


그때의 무책임한 행동, 버릇으로 아직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물론, 장점도 꽤 많다.)

막상 정착하려니 떠돌이 생활에 미련이 남을 것 같고

정착한 자금이나 터전 또한 없는 곳도 문제다.

결혼 또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되어버린 것.


그렇다. 10년 전의 나를 돌아보며 남들이 말하는 길로 갔다면 어땠을까?

남들이 생각하는 기업 또는 공직에 들어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며

배우자와 아이(들)와 인생을 즐기며 (또는 고군분투하며) 사는 것.


10년 전, 만 27살에 생각했던 10년 후의 내 모습이다.


현실은?

무직, 텅텅 빈 통장, 노총각 등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바다를 걸으며 스스로 대화한 결과. 

위의 단어들과 달리 성취하고 보람차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미국 주립대를 졸업하는 등 학벌세탁을 제대로 했고,

약 10년간 안정적인 직장에서 워라밸이 보장된, 

업무강도 '하'의 직장에서 적지 않은 수입으로 생활했다.

공부한 기간을 제외하면 사람관계도 꽤나 돈독했으며

연애도 꾸준히 했다. 

우당탕탕한 10대, 20대라면

20대 후반에 다다른 후 나름 성숙해지고 사람 된 것 같다.


이것만으로 10년을 참 잘 살았다 생각하며 해변을 걷는데!

코코넛으로 불을 지피는 것이 아닌가?

거기서부터 또 다른 스토리가 피어난다. 


이 이야기는 또 다음에 적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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