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났다

by 하유월

사랑이 끝났다.

이것은 이성친구도, 동성친구도 아닌,

몸과 마음을 나눈 에로스적 사랑도 아닌,

그저 사랑과 작은 미련으로 점철된,

친언니와의 이별이다.


나와 노는 걸 가장 좋아했던 언니의 드레스 투어에 다녀왔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했다. 상견례로 온 가족이 고장난 로봇처럼 움직여댄 지 몇 개월이나 되었다고, 이제는 정말 결혼식이 엎어지면 닿을만큼 목전이 됐다. 어색하고 불편하다.


드레스를 입은 언니는 참 아름다웠다. 너무 뻔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지금껏 본 언니의 어떤 모습보다 우아하고 화려했다. 입고 나온, 정확히 세 번째 드레스를 보면서는 언니가 드레스를 입은 건지, 드레스가 언니를 입은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우울해했다. 주체가 무엇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언니의 출가. 그래, 결혼. 그 자체가 나에겐 상실이고 이별이 되었다.


유치원에서 나만 동생이 없다는 사실에 울며 집에 돌아온 언니를 보며 엄마는 나를 낳기로 결심했고, 언니는 엄마의 그 큰 마음에 화답하듯 열심히 나를 돌봤다.

어린 날 포대기에 더 어린 나를 업고 재우던 언니는 스무 살을 넘긴 다 큰 나의 불안을 넘다보며 훌쩍 서울까지 날아오기에 이르렀었다.

늘 그렇게 내 곁을 지키던 언니.


상념에 젖어 돌아온 언니집은 멀쩡한 본인 집보다 편안하다며 무전취식하는 예비 형부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이제는 내 물건보다 그의 물건들이 더 많다. 언니 집을 아지트 다루듯 놀러오던 나의 옷들은 뒤져도 한 두 개 나올까 말까한 희소성 가득한 것들이 된다. 그래, 이제 나의 영향력이란 이 정도다. 찾으면 찾을 수야 있겠지만, 굳이 그를 포기할 만큼 존재감 없는 것.


내가 너무 비관적이라거나 과대 망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내게 있어 언니의 존재란 참 거대했다.여린 엄마 대신 언니는 단단했고, 무너져 내릴 때마다 견디게 해준 나의 버팀목이었다.


그런 그가 새로운 둥지를 틀어 날아간다. 말이 한 달이지 정말 곧이다. 늘 내 옆에 붙어 있던 비합법적 쌍둥이 나의 언니는 이제 어디서 나타난 외간남자의 옆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눈꼴 시려 그 옆에 있길 거절하고 방에 틀어박힌 나는 마치, 짝사랑하는 남자가 연애하는 꼴을 지켜본 실연 당한 여자처럼 그만 눈물을 조금 흘렸다.이런 내가 나도 웃기지만, 질투나고 웃프다.


사실은.. 하나도 안 웃기다.

그냥.. 슬프기만 하다. 조금 많이. 많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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