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s Journal} 천재 과부하 나라

이 좁은 나라에 천재가 왜이리 많은거여

by 헤이박 HAYPARK



'유퀴즈온더블럭' 에 이날치 밴드가 나왔다. 판소리에 베이스 기타, 드럼을 얹었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클리셰한 설명이지만 이를 훌륭하게 이뤄낸 밴드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의 영상을 한국관광공사가 사용하고, 그로 인해 더욱 유명해진 밴드다. 이날치, 이날치, 지나가며만 듣다가 유퀴즈에 나온 모습을 보고 그들을 본격적으로 찾아봤다.


TV에 나온 그들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또 생각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이들은 또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힘들었겠다, 혹은 그래도 목표가 있으니 할만했겠지, 하며 감히 제 3자인 내가 평가할 수 없는 그 과정. 유명인들이라면 꼭 갖고 있는 그 '무명시절'.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또 생각했다.


긴 무명시절을 지나 빛을 받는 사람들도 있고, 비교적 짧은 무명시절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길든 짧든 그 시절은 필수다. 10시가 되려면 9시 반을 지나야하듯이, 9월 30일이 되려면 9월 29일을 지나야하듯이. 유명시절을 맞으려면 무명시절이 있어야한다. 조건이 아니라 당연한 수순이다. 1다음에 2. 2다음에 3.


그놈의 유튜브 알고리즘. '신사임당'을 구독하고 '세바시'를 구독하고 '온스테이지'를 구독했더니 유명인들 인터뷰가 피드에 줄줄이 뜬다. 이 좁은 나라에 대단한 사람이 왜이렇게 많은지. 어떤 분야든지 대단한 사람이 되려면 그 분야에서 최소 10년은 버티고 있어야한다는 걸 깨닫는다. 최소 10년의, 각자 나름의 '무명시절'. 버티면서 커리어를 쌓는 시간이다. 세월을 잘 쌓으면 결과가 나온다. 유튜브를 통해 만나는 많은 사람을 보며 깨닫는다.


그렇다면 나는 뭘 버틸 수 있을까. 내가 버티고자하는 분야는 무엇일까. 내가 버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건 뭘까.


어렸을때부터 인터뷰하는 상상을 많이 했다. 상상에서 나는 성공했다. 그리고 내가 겪었던 고민들을 이야기한다.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지금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한다. 이 영상은 유명해지고 많은 젊은이들이 내 말로 힘을 얻었다는 메세지를 보내온다. 뿌듯함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채운다.


최근에서야 이 내 상상의 문제점을 알았다. 내가 어느 분야에서 성공했는지, 그게 모호하다. 공연기획자인가? 작가인가? 그래픽 디자이너인가? 콘텐츠 기획자인가? 사업가인가? 질문에 대답이 안나온다.


나는 항상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내 나이 또래의 '영앤리치'들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을 부러워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자 나의 한계도 발견한다. 나는 유명해지는 것 그 자체를 동경할 뿐, 그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목표가 없으니까. 어떤 것을 견뎌내고 싶어하는지, 이게 모호하니까. 이것이 내 한계다.

지금으로서는.


동경을 꿈으로 착각했던 내 모습을 보니 부끄럽다. 나는 나를 과대평가했다. 내 노력을 과대평가했고, 내 역량을 과대평가했다. 하나에 집중하지않고 이것이 안되면 저것으로, 저것이 안되면 또다른 것으로 갈아타길 반복했다. 진심으로 생각한다. 나는 하나를 꾸준히 해봐야한다고. 실패해보고, 극복해보고, 그것을 반복해봐야한다고. 내 선택에 내가 온전히 책임을 지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잘하는지 진심으로 탐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하고, 10년을 바쳐야한다.


이날치 공연영상에 올라온 댓글이다. '이 좁은 나라에 천재가 왜이리 많은거여.'


정말 동감이다. 나는 이 말을 약간의 한탄을 섞어서 했다. '이 좁은 나라에 천재가 왜이리 많은데, 왜 나는 그중 하나가 아닌거여'. 재능을 활용해서 유명해진 것이 부러웠다.


그런데 이 천재들은 사실 10년전에 시작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10년동안 한길을 파온 사람들일 것이다. 단순히 타고난 재능이라고 해버리기엔 그들이 걸어온 시간을 우리는 모른다.


최근 여러 결정들을 스스로 내리면서 혼란이 심해졌다. 선택의 연속이라 버거웠다. 정답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이 두려웠다. 동시에 실수할까봐 두려웠다. 그만큼 지금까지 깊은 생각없이 살아왔던거구나, 알았다.


그런데 선택의 연속을 겪는 지금에서야 내 삶을 사는 기분이다. 선택을 하면서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그러면서 나의 '무명시절'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드디어 여정이 시작된 기분이다.


앞으로 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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