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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Nov 27. 2022

(36) 얼굴의 탄생

하윤의 Resolution

도대체, 얼굴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담은 사진인가? 그것의 구성인가? 혹은 화가가 담은 그림인가? 그것은 앞에 있는가? 안인가? 아니면 뒤에 있는가? 그것도 아닌가? 우리 모두가 특정한 하나의 방식으로 얼굴을 바라보지 않던가?

-파블로 피카소



들어가며


우리는 이전 글에서, 인간에게 얼굴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간단히 글을 요약하자면, 얼굴은 인간에게 있어 마치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정보를 드러냄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신분의 증명에 힘입어, 인간은 문화를 발달시키고, 도덕체계를 얻게 되었다. 오늘은, 인간이 아닌 더 넓은 범위를 바라보자. 우리 지구에서 얼굴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그것은 어떻게 진화하였는가?



얼굴이란 무엇인가? : 스펙트럼을 살펴보자


주변의 생명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자. 어떤 것들이 얼굴을 가지고 있는가? 언뜻 생각하면 이건 유치원생도 아는 쉬운 문제처럼 보인다. 얼굴이란 머리 앞쪽에 달린, 코랑 눈과 귀와 입 (그리고 턱)을 포함한 구조물이 아닌가? 그럼 현실 세계로 뛰어들어 보자(그림 1). 새, 개구리, 물고기 들은 꽤나 명확하게 얼굴을 가진 것 같다. 그들은 머리의 앞에 눈, 코, 턱이 달린 입 그리고 (대개는: 물고기의 경우에는 덜 명확하지만 아무튼) 귀를 가지고 있다. 곤충들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벌, 나비, 파리, 사마귀 같은 곤충들을 생각해 보자(미주 1)) 곤충들도 고개를 끄덕여 줄 만 하다. 일부 곤충들도 한곳에 집중된 눈과 입을 가지니까(일부 종은 턱이 없고, 코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개 냄새를 맡는 더듬이를 가지니까 봐 주도록 하자).


그림 1. 동물계의 다양한 동물들. 어류부터 포유류까지, 심지어는 곤충들도 우리가 얼굴이라고 인식하는 무언가를 가진다.


그러나 회색 경계에 있는 다른 생명체들을 생각해 보면 조금씩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일부 물고기들은 눈과 코는 있는데, 턱이 없어서 부유하는 플랑크톤 따위를 걸러 먹는다. 플라나리아는 머리처럼 튀어나온 곳에 귀여운 눈은 있는데, 입은 저 멀리 몸통 중앙에 달려 있다. 지렁이는 눈은 없는데, 앞쪽으로 나 있는 입은 있다. 해파리, 말미잘이나 멍게, 불가사리 정도로 내려가면 이들은 확실히 얼굴은 없는 것 같다(그림 2; 주 2).


그림 2. 아무리 봐도 해파리는 얼굴이랄 것은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얼굴의 진화에 대한 귀중한 단서를 준다. 하단 문단 참조.

그렇지만, 우리가 이 불분명한 스펙트럼 속에서 칼을 들고 이것은 얼굴이며, 이것은 얼굴이 아니라고 나눌 수 있는가? 자연은 인간이 설계한 체계처럼 분절된 것이 아니기에 그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방식이니까. 그러나, 이러한 스펙트럼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연속성은 얼굴의 탄생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질문 : 외계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질문 하나를 던지고자 한다. 영화든 소설이든 만화이든, 외계인을 만나는 것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소재 중 하나다. 이러한 외계인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들은 어떻게 생겼을까(그림 3)?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지만(이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군은 단 하나뿐이다. 관찰하지 못했으니, 추측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선의 지식들을 그러모아 가능성 높은 추측을 해 볼 수는 있다. 수학에서 그러하듯, 우리가 상정하는 생물학에서의 공리axiom 들 기반하여 시작해 보자.


그림 3.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외계인의 모습. 우리의 교만한 인간중심주의가 투영된 것일까, 아니면 정말 이것이 진화적으로 훌륭한 모습인가?


우리가 아는 생명체들은 유전 물질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니까, 몸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가지고 있어야 후손을 남기고 번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정보 (우리의 경우에는 DNA에 저장되는)를 복사하는 것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기에, 생명체는 최대한 적은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의 형체를 ‘적고자’ 한다 (미주 3).


 이것은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정다면체 구조를 가지는 이유이기도 한데, 몸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일일히 적기보다(예: 왼쪽 위에 무슨 모양을 만들고, 그 아래에는 무슨 모양을 만들고, 반대편에는……) 하나의 요소를 만들어 그것을 반복 사용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이다(예: 정사각형을 6개 만들어서 직각으로 붙여라)(그림 4). 이것은 거대한 생명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수많은 동물들이 대칭인 몸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한 쪽을 만들고, 그것을 반복적으로 복사하면 되기 때문이다(미주 4). 그래서 동물들은 단순히 세포가 마구 자라는 무정형의 상태에서(해면 등이 그렇다), 방사형 대칭을 가지는 동물이 되었다(해파리나 불가사리 등, 회전 대칭인 생명체들이 그렇다).


그림 4. 바이러스의 아름다운 정다면체형 캡시드(외피). 이들이 정다면체를 택한 것은 어떠한 설계 때문이 아닌, 정보 최소화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방사형 대칭에서 더 나아간 것은 좌우대칭형 생명체들이다(그림 5). 방사 대칭을 가지는 생명체들은 몸이 넓게 퍼지게 되는데, 이는 물 속을 빠르게 가르기에는 적합치 않다. 매끈하고 쭉 뻗은 좌우대칭형 생명체들은 물 속을 날렵히 가르는 유선형 몸체를 가지기 쉬웠을 것이다. 이에 더불어, 좌우대칭형 생명체가 가지는 중요한 특징은 “” 과 “” 가 나뉜다는 것이다(생각해보라, 공에 앞과 뒤가 있는가? 그러나 연필은 앞과 뒤를-적어도 임의로라도-찾아볼 수 있다). 앞과 뒤라는 축이 생기면 방향성이 생기게 되고, 이동의 방향성이 생기면 생명체는 감각에 해당하는 기관들을 한 쪽으로 모으게 된다(눈을 앞이나 뒤에 달 수 있다면, 앞에 다는 게 나을 것이다: 그래야 덜 부딪히지 않겠는가? 눈과 귀는 적어도 두 개 다는게 나을 것이다. 이 두 기관은 감각의 원근, 즉 거리를 측정하는 데 쓰이는데 두 개가 있어야 거리를 분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먹이도 동물이 ‘다가가서’ 먹어야 하니, 입도 앞에 위치하는게 편리하다. 이러한 좌우대칭은 큰 이점을 주어서, 이들은 매우 번성하게 되었고 좌우대칭동물(Bilaterian) 이라는 거대한 분류군을 이루게 되었다.


그림 5. 생명체에서 보이는 두 대칭. 방사대칭(좌) 과 좌우대칭(우).


그렇게 눈, 코, 귀와 입이 한쪽에 모이게 되면, 이런 기관들이 전달하는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고 전달하기 위해 신경 세포들도 그쪽으로 모여야 한다(그림 6).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가게들이 자리잡는 것과 동일하다. 짧은 전선으로 되는데, 굳이 긴 전선을 사용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면, 짜쟌! 앞쪽으로 난, 뇌와 가까운 감각 기관과 입이 모여 있는 구조체, 즉 얼굴이 탄생한다. 


앞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외계인이 어떻게 생겼을 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진화 과정을 지나오며 간접적으로 살펴본 그 답은, 외계인들은 아마도 얼굴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것이다. 얼굴은 어찌나 성공적인지, 우리 주변에서 보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비단 우리 지구에서만 적용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추측일 것이다(물론,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어야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얼굴이 될 것이다. 빛이 없는 외계 행성이라면 눈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림 6. 킴버렐라라고 불리는, 대략 5억 5천만 년 전에 존재했던 원시 생명체. 이 직전 생명체에는 좌우대칭이 생겼다. 이들의 '머리' 가 보이는가?

아가미 받침 뼈에서 얼굴까지, 진화라는 수선공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얼굴은 이러한 진화 과정을 거치며 생겨났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척추동물들의 얼굴은 조금 더 특이한데, 말하자면 이들의 얼굴이 ‘진짜’ 얼굴, 우리의 얼굴과 비슷한 얼굴들이 될 것이다. 이들의 얼굴은 모두 공통적으로 아가미 받침뼈에서 생겨났다(그림 7). 정확히는 인두굽이pharyngeal arch 라고 부르는 구조물에서 생겨난다. 물고기부터 인간까지, 그들의 발달 초기에는 C 형으로 굽은 자그마한 올챙이처럼 생긴 배아에서 발생을 시작하게 된다(이 과정에서, 수정란은 분할하며 다양한 상태를 거치지만 이 과정은 이번 글에서 다룰 주제는 아니다).


 이 배아의 목에는 올록볼록 튀어나온 굴곡이 존재하는데(인간의 경우 5개, 4개는 크고 1개는 희미하다), 이 굴곡들은 고대 물고기에서는 아가미를 만들어내던 굴곡이다. 본디 이 굴곡들은 사이사이가 떨어져 세로로 난 아가미 틈으로 만들어지는 구조였지만, 첫 번째 굴곡은 아가미를 만들다가 진화 과정에서 차용되어서, 아가미가 아닌 턱을 만들게 되었다(그림 8). 뼈가 아래쪽으로 떨어져 나오며 경첩처럼 무언가를 물고 뜯을 수 있는 턱이 생성된 것이다(미주 5).


그림 7. 인간 태아의 발달과정. A 그림은 임신 4-5주 때인데, 목 부분에 올록볼록 튀어나온 4개의 돌기가 보인다. 두 번째와 첫 번째 돌기가 우리 얼굴을 만든다.


그림 8. 길쭉하게 보이는 저것들이 아가미 받침뼈이다. 먹장어 같은 턱이 없는 어류에서는 그대로 아가미가 되지만, 턱이 있는 물고기들에겐 앞쪽 두 개가 차용되어 턱뼈가 된다.


두 번째 굴곡은 포유류에서는 얼굴 근육을 만들게 되었고, 우리가 다양한 얼굴 표정을 짓도록 해 주었다. 또한 척추동물에만 존재하는 놀라운 세포인 신경능선세포neural crest cell 이라는 세포군이 여기서 역할을 하는데, 이들은 등뼈 위쪽에서부터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며 다양한 구조물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세포들은 부신(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감각 신경 세포, 색소 세포,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슈반 세포를 비롯한 말초신경계의 중요한 부분들은 물론이며 얼굴의 근육과 뼈대, 연골을 만든다. 헨리 지의 말을 빌리면, 이들은 '요정의 마법 가루처럼 별 특징이 없던 신체 부위를 새로운 형태로 바꾼다'. 이러한 신경능선세포가 등에서부터 얼굴로 '기어 와서' 얼굴의 근육, 연골과 뼈대를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의 얼굴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림 9. 전이 공동의 예시. 이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인두굽이의 결합 결함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우리가 물고기로부터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일부 증상들은 우리가 물고기의 후손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데(미주 6), 예컨대 일부 사람들은 발달 과정에서 저 '아가미의 틈'이 닫히는데 실패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내부에 물이 차면서 인두능선낭종이라는 것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귀 근처에 미처 완벽히 닫히지 못한 구조물이 좁은 틈새로 남게 되는데, 전이 공동(preauricular sinus) 가 그것이다(그림 9). 혹시나 이와 같은 것을 본다면, 수억 년 전부터 내려온 물고기 조상의 흔적임을 상기해 보라. 



나가는 글


이번 글에서는, 비단 인간뿐 아닌 다른 동물에서 얼굴이 어떻게 탄생하였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 과정에서 동물의 진화 과정, 발생학에 대한 간략한 맛을 볼 수 있었다(더 읽을 거리를 위해서는, 글 최하단을 참조하라).

 이전의 글에 더해, 우리는 이제 얼굴을 바라볼 때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테다. 얼굴은, 일설에 의하면 '얼' 의 '꼴' 이라는 말에서 왔다고 한다. 영혼이 담기는 곳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지난한, 5억 년에 걸친 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얼이 담기게 된 이곳을 다음에는 겸허한 마음으로 살펴보자.



미주 Endnote


미주 1. 곤충을 사랑하는 분류학자 여러분 또는 곤충 마니아들께, 설명의 단순함을 위하여 곤충의 다양성을 축소함에 대해 사과드린다. 곤충은 지구 육상 생명종의 70~80% 를 차지하는 거대한 분류군인 만큼 내부의 다양성이 크다. 어떤 종은 턱을 가지고, 어떤 종은 침과 같은 입을 가지는 등 다양성이 있지만, 한 군데 모인 감각 기관들을 가진다는 점에서는 우리의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미주 2. 잘 알려진 사실이기는 한데, 멍게는 사실 해삼이나 말미잘, 해파리 따위보다 진화적으로 최근에 생겨난 굉장히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생명체다. 멍게 유생은 눈과 척삭, 복잡한 신경계를 가지며 헤엄쳐 다니는 올챙이와 같이 생겼지만, 바다 속 바닥에 부착하게 되면 이 기관들을 모조리 퇴화시키고 물을 걸러 먹고 사는 부착형 생물로 변한다. 멍게는 매우 독특하게 셀룰로오스(식물이 만드는 그것 맞다)를 합성할 수 있는데, 사실 멍게가 속하는 미삭동물아문은 동물 중 유일하게 셀룰로오스를 합성하는 동물군이다(Nakashima, 2004). 멍게 껍질이 그렇게도 질기고 잘라내기 힘든 것은 질긴 셀룰로오스가 얽힌 섬유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멍게는 이 유전자를 어디서 얻었을까? 먼 옛날(5억 년도 더 전) 셀룰로오스를 만드는 박테리아에게서 이 유전자를 얻은 것으로 추측된다.


미주 3. 대표적인 것이 박테리아들이다. 이들은 아주 간단한(물론 인간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충분히 복잡하고 현대적인) 생명체인데, 그만큼 번식도 매우 빠르다. 대개 수십 분 이내로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번식하기에 이들에게는 번식 시간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이 아주 중요한 숙제다. 10분마다 번식하는 세균 A와, 20분마다 번식하는 세균 B가 있다고 하자. 이 10분이라는 차이는 1시간이 지나면 8배의 차이를 만들고, 하루가 지나면 40해 배의 차이를 낳는다(4뒤에 0이 21개 붙는 수이다). 지수의 힘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아주 약간이라도 유전자를 간략화하여, 번식의 속도를 높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대장균과 같은 세균들은 무려 번식도 하기 전에, 자식에게 넘겨줄 DNA 를 ‘미리’ 복제해서 넘겨준다!


미주 4. 이렇게 몸을 구성하는 방법을 독일어로는 바우플랜(Bauplan, 말 그대로 Body+plan) 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세포 하나인 수정란이 바우플랜에 따라 몸을 구성하는지는 수백 년간 발생학자들이 매달려 온, 그러나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중 하나다. 이 바우플랜을 조절하는 것이 바로 호메오박스 유전자라고 불리는 것들인데, 이들은 거칠게 설명하면 앞서 설명한 ‘복사 붙여넣기’ 를 담당하는 친구들이다. 호메오박스 유전자가 이상하게 작동하면, ‘복사’ 가 더 일어나거나 덜 일어나는 경우가 생긴다. 인간에게 희귀하게 나타나는 발달장애들, 그러니까 손가락이 한 개 더 있다거나, 젖꼭지가 네 개거나, 머리가 두 개라거나 하는 장애들은 호메오박스 유전자의 이상에서 기원한다. 말 그대로 복사가 한 번 더 된 것이다.  


미주 5. 이러한 턱의 진화는 우리에겐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엄청나게 큰 변화를 불러왔다. 현대 문명으로 치면, 창과 칼을 들고 싸우던 전장에 현대 화기가 나타난 것과 비견할 만 하다. 턱은 지렛대에 작용하는 강력한 힘을 통해 강한 공격을 가할 수 있게 하였으며(우리 포유류도 여전히 물기를 통해 사냥한다: 고양이나 늑대와 같은 맹수를 보라), 자신의 입보다 훨씬 큰 먹이를 뜯어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전에는 훨씬 자그마한 플랑크톤 따위를 걸러서 통째로 삼키는 것이 전부였음을 생각해 보라. 따라서 턱은 진화 과정에서 굉장히 흔한 것이 되었고, 이제는 극히 일부의 예외인 무악어류를 제외하면 턱이 없는 척추동물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생겨난 것이 물기와 씹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준 인산칼슘 구조물인 치아인데(생체 내에서 가장 단단한 구조물이다), 특히나 단궁류 후손인 포유동물들은 다양한 구조로 분화된 치아(어금니와 앞니 따위) 를 가짐으로 인하여 효율적으로 먹이를 뜯고, 자르고, 으깨어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끊임없이 재생되던 치아가 아닌 영구치를 얻게 되었다(정확히 맞물리는 치아 구조에서는 이가 빠지면 곤란하다).


미주 6. 우리 모두는 물고기, 그러니까 수중에서 살아가던 조상으로부터 유래했고, 따라서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흔히 찾을 수 있다. 이전의 4번 글 6번 미주에서 다루었듯이, 진화는 탐욕스러운 기회주의자이자 앞을 보지 못하는 땜장이다. 다른 예시 중 한 가지는 딸꾹질이 있다. 딸꾹질은 호흡을 들이마시며 동시에 성도가 닫혀 나는 것인데, 이것은 수중 호흡을 하는 양서류가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성도를 닫는 과정이 아직 우리 몸 내부에 남아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 참고 문헌 & 더 읽을 거리

본문의 내용에 대하여 더 읽을 것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쉽게 풀어 쓴, 그러나 매우 풍부한 내용들을 담은 다음의 책을 추천한다. 간단한 입문서로 본 책들을 읽고, 더 깊은 내용이 궁금하다면 해당 책의 참고 문헌과 읽을거리를 따라가 보기를 권한다.

- 고생물학과 생물의 진화에 대하여; 헨리 지,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

- 이보디보와 생명체의 구조 발달에 대하여: 션 캐럴, <이보 디보> 그리고 닐 슈빈의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 얼굴의 발달과 그 생명 기전에 대해: 애덤 윌킨스,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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