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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Feb 06. 2022

(5)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1)

하윤의 Resolution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상, <날개> 중


하늘에 대한 동경


많은 문학 작품을 비롯한 예술 작품에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는 자유의 메타포로 이용되어 왔다. 2차원 평면 세계에 갇힌 바 다름없는 인간에게, 3차원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음이 이러한 메타포의 근원이 되었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날 수 없었고, 그래서 하늘에 닿을 수 없었으며, 인간이 어찌 손댈 수 없는 기상 현상은 하늘로부터 왔고, 이러한 기상 현상과 날씨는 인류의 삶을 좌지우지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동안 하늘은 경외와 미지와 신화의 공간으로 여겨져 왔다. 대표적으로, 많은 신화에서 신들의 거처는 하늘 위에 있었으며¹, 하늘에 수놓아진 별과 달과 해와 천문 현상들은 초자연적 대상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뿐 아니라, 많은 종교에서 최고의 신은 하늘(혹은 하늘에서 강한 존재인 태양)에 연관되어 있다. 우리 또한 경천사상에 따른 관용적인 표현으로 하느님이라는 말을 자연을 주관하는 신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곤 한다.


그림 1.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하늘을 담당하는 신, 우라노스. 푸른 모습의 행성인 천왕성에서도 그의 이름이 남아 있다.

종교의 초기적 형태인 토테미즘이나 애니미즘에서는 신의 영역을 뜻하는 하늘과 인간의 영역을 의미하는 땅 사이를 자유롭게 왔다갔다하는 새를 신의 사자로 여기곤 했다. 대표적인 예시를 몇 가지 들자면, 일본의 사찰 앞에서 볼 수 있는 토리이(새가 머무는 곳이라는 뜻)도 새가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라고 여긴 일본 신토의 영향이며(그림 2), 이는 한국의 솟대(그림 3), 그리고 절 앞의 일주문(일렬로 기둥을 세워 속세와 절을 구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문) 에서도 이어진다². 티베트 등지에서 행하는 조장 또한, 새에게 먹힌 망자는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영혼이 되리라는 믿음이 기저에 깔려 있다.


그림 2.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사의 입구, 토리이. 악귀를 막는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다.
그림 3. 한국의 솟대. 아시아의 많은 민족들은 철에 따라 오고 가는 철새들을 신성시하곤 했다.

그 뿐 아니라, 기독교 등지에서 널리 이용되는 ‘날개 달린 천사’ 의 이미지³ 역시 하늘과 땅을 자유로이 움직이는 새와 같은 모습을 의미하는 것이고(그림 4), 날개 달린 신발로 대표되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헤르메스 또한 신들의 전령이었으며, 이집트 신화의 태양신 라 또한 매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동양 설화에는 태양 속에 살며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전설의 새 삼족오가 있고, 힌두교에서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이동 수단이자 전령으로 여겨지는 바람의 신 가루다 또한 새의 형상을 띠고 있다. 다가,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나 독수리의 날개가 달린 사자 그리폰, 중세 유럽 건축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고일, 말할 것도 없는 용 등 많은 상상 속 강력한 존재들은 날개를 달고 있다.


그림 4. 기독교의 대천사 가브리엘이 성화에서 흔히 묘사되는 모습. 백의의 날개를 단 존재로 묘사되곤 한다.

굳이 이런 고대의 역사를 살필 필요도 없이, 하늘 멀리 한 점으로 사라지는 풍선이나 풍등에 소원을 빌며 날려 보내는 것은 일상 생활에서도 흔히 보이곤 한다. 비행기와 로켓이라는 수단을 통해 하늘과 우주로도 진출한 인간이지만, 여전히 하늘에 대한 이유 없는 설렘과 동경과 경외감은 우리 마음 속 어딘가 남아 있는 것이다.



비행에 대한 열망


다이달로스-이카루스 설화에서 엿볼 수 있듯, 인간은 새처럼 나는 것을 동경해 왔고, 역사적으로 깃털이나 가죽, 천 등으로 만든 날개, 기원전부터 날리던 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전설로 내려오는 페르시아 카부스 황제의 새를 매단 의자(그림 5), 혹은 완후 전설의 폭죽과 같은 (대부분은 큰 부상 또는 죽음으로 끝난) 수많은 방법으로 어떤 관점에서는 무모해 보이는 수많은 상상을, 그리고 도전들을 해 왔다.


그림 5. 페르시아의 서사시 샤나메에는 독수리를 매단 왕좌로 중국까지 날아갔다던 카부스 황제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과학이 꽃피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새와 박쥐에 대한 연구, 관찰을 통해 설계한 비행기와 오니솝터(새를 뜻하는 ornith 에서 온 말로, 마치 새처럼 날개를 퍼덕여 나는 비행 장치이다. “듄” 소설에서도 등장했다)를 설계하였는데, 여기서도 비행에 대한 열망을 엿볼 수 있다(그림 6).


그림 6.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오니솝터와 로터를 이용한 비행체의 디자인.

결국 인간은 1783 년 몽골피에 형제를 시작으로 부력을 이용한 기구를 발명하고 개량하였고, 이후 새의 비행과 구조적 요소를 면밀히 살핀 발명가들-예컨대 비행기의 아버지라고 불린 영국의 케일리와 독일의 오토 릴리엔탈, 그 뒤를 이은 라이트 형제와 같은-의 끊임없는 노력 하에 인간은 결국 새보다 오래, 높이, 빠르게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바로 비행기이다.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며


이러한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이 일관적으로 관찰한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비행하는 생명체, 그 중에서도 새일 것이다(그림 7). 초기에는 새를 모방하여,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인간의 힘으로 날개를 퍼덕이는 것을 시도하였으나, 인체의 팔이 낼 수 있는 힘에 비해 무게가 너무 무거웠으므로 이러한 방식의 비행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림 7. 비행하는 새의 모습은 많은 발명가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로, 새는 비행을 통해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나, 날씨의 변화에 따라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는 등 많은 이득을 얻은 만큼, 많은 생물학적 적응을 했다. 불필요한 무게를 차지하는 대, 소변은 방광 등에 저장할 필요 없이 즉각 배출하고(그림 8), 날개를 퍼덕이기 위한 가슴 근육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20배나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 8. 태양광 발전 패널을 뒤덮은 새의 배설물. 이 외에도 강한 산성을 지녀 문화재 등을 부식시키는 등 골칫거리가 되곤 한다.

또한, 인간은 팔을 ‘뒤로 당기는’ 근육인 등 근육들을 가지고 있는데, 새는 이렇게 할 경우 무게중심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쇄골 위를 지나 마치 도르래처럼 아래로 길게 연결된 다른 가슴 근육을 가지고 있다. 즉, 신기하게도 가슴 쪽으로 팔을 모으는 근육과 펴는 근육이 모두 가슴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며(그림 9), 이 근육들을 튼튼히 지탱하기 위해 복장뼈와 늑연골 또한 크게 발달했다(닭가슴살 사이에 위치하는 큰 연골이 이것이다, 그림 10).


그림 9. 새의 비행에 관여하는 근골격계 구조. U 자로 휘어진 상근(supracoracoideus) 가 도르래처럼 작용해 날개를 들어올린다.
그림 10. 비행하는 새의 가슴에는 복장뼈가 연장된 용골keel 이 존재한다. 비행에 연관된 근육을 지지함으로 비행을 가능케 한다.

 또한 비행이라는 격렬하고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근섬유가 크게 발달했으며 심장의 출력, 신진 대사율과 체온, 공기의 순환 또한 타 동물에 비해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된다(그래서 조류의 기초 체온은 포유류보다 높은 섭씨 40도 가량이다). 조류의 뼈는 공기가 찬 기포로 이루어진 구조이지만, 의외로 밀도가 낮지는 않으며 이는 비행을 위한 튼튼한 지지를 위해서라고 생각되고 있다. 대신, 이 공기가 찬 뼈는 조류의 공기 순환을 돕는 기낭air sac 과 연결되어 기능을 돕는다고 한다.


글이 길어졌으니, 다음 글에서는 그렇다면 인간이 새에게서 배운 지식을 어떻게 비행에 응용하였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미주 Endnote


1. 신은 망망대해 너머, 하늘 위와 같은 인간이 닿을 수 없던 곳에 흔히 위치한다고 그려지곤 했다. 그러나 항해술과 천문학, 광학, 비행 기술이 발달하며 신의 거처는 점점 밀려나 우주로, 초자연적 세계로 밀려게 되었고, 인간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자 신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틈새’를 채우고 설명하는 신에 대한 설명을 ‘틈새의 신’ 논증이라고 부른다.


2.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라는 터키의 고대 유적지는 기원전 1만 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1만 2천 여 년 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되는 유적지이다. 이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고대 유적지이며, 그 크기로 미루어 보았을 때 농경민 수준의 인구 밀도와 협력, 그리고 정주형 문명이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시기가 기존의 학설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발견되어 큰 고고학적 이슈가 되었던 장소이다(현재도 많은 토론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는 흥미롭게도 많은 새가 조각되어 있는데, 이것 또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조류에 대한 일종의 초기 신앙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3. 날개 달린 천사의 이미지, 특히나 여성적인 혹은 아이의 모습을 하고 한 쌍의 새하얀 날개를 단 천사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지만 이는 엄밀한 기독교적 묘사는 아니라는 주장이 많다. 기독교 경전 자체에는 저러한 모습으로 묘사되지 않으며(날개를 직접 가졌다 묘사되는 존재는 케루빔과 세라핌이라는 하늘의 존재들이지, 날개 달린 천사의 이야기는 없다), 이들이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근거는 더욱 없다. 이러한 그림은 대개 중세의 카톨릭 성화를 그리던 사람들이 타 종교에서 굳어진 이미지, 예컨대 날개 달린 작은 아이로 상상되던 그리스-로마 신화의 큐피드 이미지 등을 차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4. 케일리의 글라이더에 대한 연구는 최초의 현대적 비행체를 만들어내게 되었고, 이 때 등장한 중요한 개념적 뼈대는 우리의 항공기에도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날개와 꼬리날개, 무게 중심의 조절, 항공기에 작용하는 4가지 힘, 에어포일의 구조와 낙하산 등에 대한 폭넓은 연구 등이 케일리에 의해 처음으로 정립되었다. 이것들은 모두 현대 항공우주공학의 기본이 되는 것들이다.


5.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이것은 가능의 영역에 들어섰다. 바퀴와 대형 날개를 이용한 초기의 시도부터, 탄소섬유와 같은 신소재로 만든 32미터 길이의 날개를 가진, 다리 근육을 이용한 펌프로 날갯짓을 하는 오니솝터 등이 현대에는 등장했기 때문이다.


6. 자력 비행을 하는 생명체는 현재 3가지 독립적인 부류가 있다. 파리나 모기, 잠자리와 같은 곤충들, 새를 비롯한 조류, 그리고 포유류 중 유일하게 비행하는 생명체인 박쥐이다. 이들은 날개의 다른 기원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독립적으로 비행은 여러 번 진화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력 비행이 아닌 단순 글라이딩을 포함하면, 날다람쥐와 같은 몇몇 포유류들은 팔의 막을 이용해 활공하고, 거미나 개미 또한 바람의 힘을 빌어 비행할 수 있다. 날치나 오징어와 같은 바다 생물들도 짧은 거리를 활공할 수 있으며, 개구리나 도마뱀 등도 이렇게 막을 이용해 활공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영장류 중에서도 시파카와 같은 종들은 팔의 털과 막을 이용해 나무 사이사이의 짧은 거리를 활공하곤 한다.


7. 조류는 단백질의 대사산물인 암모니아를 요소가 아닌 요산uric acid로 전환하여 배설한다. 요산은 하얗고 물에 녹지 않으므로, 우리가 새똥이라고 부르는 조류 배설물의 형태를 생성하게 된다. 요산은 요소에 비해 만드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들지만, 수분을 절약할 수 있으므로 수분을 쉽게 구하기 힘든 조류나 곤충들에게서 이런 방식의 암모니아 처리 메커니즘이 발달했다. 이에 따라 새의 배설물에는 질소가 아주 고농도로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이것이 모여 결정화된 것이 구아노(guano, 인광석) 이며 1800년대 후반부터 인공적으로 암모니아를 합성하기 이전까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었다! 화약과 비료의 주 성분인 질소화합물의 원천이었기 때문.


8. 새의 쇄골은 우리가 치킨 등을 먹다 보면 만날 수 있는 Y 자 모양의 뼈다. 우리말로는 빗장뼈, 영어로는 clavicle 이라고 부르는 이 뼈는 말 그대로 가로질러 잠그는 빗장처럼 생겼다(영어 명칭 또한 clavis, 열쇠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왔다). 이 뼈는 위시본wishbone 이라고도 부르는데, 양쪽을 두 사람이 잡고 잡아당겨 부러졌을 때 큰 쪽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또한, 자동차의 서스펜션 구조에서도 이렇게 생긴 구조가 있는데, 이 또한 재미있게도 여기서 이름을 따 위시본 구조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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