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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Dec 31. 2023

(61) 삶에 관하여 -(2)

외계 생명체, 그리고 보편 생물학을 찾아서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엔리코 페르미, 고등 외계 문명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외계 생명체는 어디에?


적어도, 2023년 지금까지, 우리 인류가 알기로는, 생명체와 생명 현상이 존재하는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한 곳 뿐이다. 이는 광활하다는 말로는 표현도 할 수 없을 만큼 무한에 가까운 우주 공간의 크기를 고려해 보면, 오히려 놀라운 일인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 지구 밖에서는 아직 생명을 보지 못했을까?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아니, 있기는 할까(미주 1)?



다름이 아닌 닮음에서 배우기


이러한 고민들은 수많은 학자들이 던져 왔던 질문들이다. 외계 생명체라는 주제는 그저 이유 없이도 상상하고 꿈꾸게 되는 마법의 주제이기도 하지만, 생명의 본질과 다양성을 궁극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명의 형태를 비교해 보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생명과학자들은 생명체의 다름보다는 비슷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는 어쨌든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한 개의 공통된 조상에서 발원했고, 따라서 우리는 최소한 약간의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조금 더 쉬운 예시를 들자면, 이 글을 읽는 당신과 글을 쓰는 나는 서로를 모르겠지만, 부모님, 조부모님, 증조부모... 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는 머나먼 한 조상에서 갈라진 후손일 것이다(같은 성이라면 좀 더 일찍 만날 가능성이 높을 테고). 이와 같은 현상이 모든 생명체에게 적용되는데, 간단히 말해 우리의 머나먼 조상은 유인원과 인간 모두의 조상일 것이다. 앞서 말한 <모든 생명체의 공통 조상> 을 과학 용어로는 이를 마지막 공통 조상(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 줄여서 LUCA) 라고 부른다. 이들은 약 35억 년에서 38억 년 전, 지구 상 생명체가 시발할 때쯤 있었으리라 추측된다(그림 1). 따라서 이 조상이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유전자는 모든 생명체에게 (잃어버리지 않은 이상) 퍼져 있을 것이다.


그림 1. 세균, 고균(아래 문단 참조), 그리고 진핵생물으로 구분되는 지구의 모든 생명들은 하나의 공통 조상을 가진다. 그림 출처 위키피디아.


사실은 이 공통의 유전자는 약간이 아니고 엄청나게 많은데,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유전자 중 20% 는 박테리아에도 있다. 또한, 이 유전자들을 적는 '언어' 는 인간부터 박테리아까지, 지구 상의 생명체에서 모두 똑같으며(미주 2), 이 유전자들을 조절하는 체계도 박테리아부터 인간까지 거의 유사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인간의 유전자와 유전병을 대장균에서 연구할 수 있으며, 대장균은 우리의 유전학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 아마 대장균이 아니었다면, 화려한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 조작도, 코로나를 퇴치하게 도와 준 mRNA 백신도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명시하듯, 1965년 대장균의 유전자 조절 기능을 밝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프랑수아 자콥은 "대장균에서 사실인 것은 코끼리에서도 사실이다" 라는 유명한 격언을 남겼다(그림 2).


그림 2. 프랑수아 자콥(1920.6.17~2013.4.19). 자크 뤼시앙 모노와 함께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대장균 모델에서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생명의 <가능성 공간>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생명체들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범인을 잡을 때는 범인의 특성을 파악해 어디에 있을 지 파악하고 그곳에 집중하듯, 생명체를 특정짓기 위해선 생명체가 있을 만한 곳을 고려해 보아야 할 테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 취지와 기본적 가정은 간단하다. 우리가 생명체를 찾으려면 아무 곳이나 뒤져서는 안 될 테다; 온도가 섭씨 6천도까지 올라가는 태양 표면에서 생명을 찾는 것은 아무래도 비효율적일 것이고, 이런 연구 제안서를 낸다면 심사도 전에 탈락하기 일쑤일 테다.

이런 존재 가능성의 개념을 형상화하여 <가능성 공간> 이라고 지칭해 보자. 예를 들어서, 인간은 다양한 키와 몸무게, 발 사이즈 따위의 특징(변수) 를 가질 수 있을 테다. 예컨대 150cm에서 200cm 까지 키가 분포하고, 몸무게는 40kg 부터 150kg 까지 분포할 수 있다고 해 보자. 그렇지만, 이 무작위의 조합이 모두 가능한 것은 아니다. 150cm이면서 150kg인 사람은, 170cm 에 70kg 이 나가는 사람에 비하면 존재 가능성이 훨씬 작을 것이다. 이와 같이, 제아무리 수많은 변수가 있다고 해도, 이 변수들이 모종의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그 가능성 공간의 차원은 확연히 줄어들게 된다. 우리가 할 것은, 생명의 존재 가능성을 제약하는 그 테두리를 조금씩 좁혀 나가는 것이다.


그림 3. 다양한 탄소 기반 유기화합물들의 구조. 탄소는 사슬부터 평면, 격자까지 온갖 형상을 이룰 수 있다. 유기화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좌절케 만드는 것이 바로 탄소화합물이다.


생명체가 아무리 날고 기는 다양성을 보인다 한들, 그들은 물리적 세계 속에 존재하는 물질 덩어리이고, 우리가 아는 한 물질은 원자들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생명은 본질적으로 다소 특이하게 배열된 원자들의 결합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아는 생명들은 탄소를 기반으로, 수소, 산소, 질소와 나머지 미량 원소를 기반으로 빚어져 있다. 왜 탄소인가? 그것은 탄소가 14족 원소로 다른 원소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다양한 공유 결합을 형성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기 때문에, 사슬부터 가지, 격자까지 생명의 구성에 필요한 모양들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그림 3).


전 우주에서 물리 법칙은 동일할 테고, 따라서 지구에서든 아니면 100억 광년 떨어진 X 행성에서든 탄소는 같은 결합을 이룰 테니 아마도 외계 생명도 탄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으리라는 가정은 말도 안 되는 것은 아닐 테다(미주 3). 그에 더해, 우리는 이전의 글에서 다양한 화학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용매가 필요하고, 이는 아마도 물이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음을 살펴본 적도 있다. 따라서 물과 탄소 결합체가 존재하는 곳은 유력한 생명의 후보가 될 것이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외계생물학자들은 이 존재 가능성을 좇는다(미주 4).


춥지도 뜨겁지도 않은 - 생명의 골디락스 존

이렇게 범위를 좁히고 나면, 한결 더 수월해진다. 조금 더 좁혀 보자.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들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진동하며 생명을 지속시키는 일을 한다. 이런 입자들의 거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온도이다. 온도란 곧 입자들이 가지고 있는 평균적인 에너지이라고 볼 수 있는데, 따라서 너무 고온이라면 이 물질들은 정해진 생명의 규칙이 아니라 제멋대로 뛰노는 열적 소음을 따르게 될 것이다(마치 너무 더워서 교관의 통제를 벗어난 훈련생들처럼). 반대로, 너무 낮은 온도라면 이 물질들은 너무나 느려져서, 유의미한 생명 활동을 지속할 수 없게 될 것이다(성장과 물질 대사는 물론이며, 스스로를 수복하고 복구하는 수리 과정도 멈추게 될 것이다. 수리 과정이 작동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오는 방사선 따위에 의한 고장들이 축적되어 생명체는 결국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라서 생명체는 너무 춥지도 않고, 너무 뜨겁지도 않은, 적절한 온도의 골디락스 존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그림 4).


그림 4.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 에 묘사되는 곰들의 수프. 너무 뜨거운 수프, 너무 차가운 수프도 아닌 적당히 따뜻한 수프를 골디락스는 먹었다.


그렇다면 생명이 거주 가능한 온도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우리 인간은 온도에 있어서는 아주 취약한 항온동물(늘 일정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이기 때문에, 정상 체온인 37도에서 2-3 도만 벗어나더라도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다양한 생명의 스펙트럼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 멀리까지 뻗어 있으며, 지구에서의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논의를 도와 줄 것이다. 예를 들어, 대장균과 같은 박테리아들은 영하 20도까지 낮춘 냉동실에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멈춰 있다가 적당한 온도가 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냉동 식품을 해동 후 재냉동하지 말라는 경고가 적혀 있는 이유다). 그러나 다행히 이들도 60도 이상의 고온 처리를 해 주게 되면 열에 의해 단백질들이 변성되고 흩어져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이것이 고온 살균의 원리가 아니던가(림 5, 미주 5).


그림 5. 우유는 상하기 쉽기 때문에, 살균을 거쳐 운송 체인에 오른다. 사진은 원유 멸균기.


그러나 생명은 늘 답을 찾아 내듯, 이런 뜨거운 온도에서도 잘만 살아가는 생명체들도 있다. 1960년대 미국의 미생물학자가 엉뚱한 호기심을 품었는데, 70도가 넘어 김이 펄펄 나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온천수에서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테스트해본 것이다. 놀랍게도, 여기엔 무언가 살고 있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눈으로 보인다; 그림 6)! 이 생물들은 메탄을 만들어 내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메탄생성균이었고(미주 6), 이들이 산소를 싫어하고, 뜨거운 곳을 선호하며 메탄을 대사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아주 오래 전 지구에서 살던 원시적인 세균으로 생각하여 고대의 세균, 줄여서 고균Archaea 이라고 명명되었다(그러나 사실은 이들은 세균들보다 우리 인간에게 더 가까운 친구들이다). 이 고균들에는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는데, 그 중 극호열성균은 말 그대로 펄펄 끓는 온도를 좋아해서 80도 이상의 온도에서 증식하고 살아간다(미주 7). 그 중 가장 극단적인 종은 125도까지도 버틸 수 있었고, 이것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의 고온 한계선이다.


그림 6.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그랜드 프리스매틱 온천. 60도에서 80도를 넘나드는 이곳에도 세균들이 산다. 저 형형색색의 띠가 보이는가? 이들이 그들이다.


이 중에서는 호냉성(차가움을 좋아하는) 균들도 있는데, 일부는 섭씨 -40도에 달하는 온도에서도 살아간다. 그 뿐 아니라 냉기에는 생명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저항성을 가지며 살아가는데, 영하의 날씨에서도 살아가는 침엽수들이나 곤충들 따위가 그 예시다. 이 생명체들은 추위나 뜨거움이 단백질을 변형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단백질을 잡아주는 지지 단백(샤페론이라고 부른다)을 대량 생산하고, 특수한 유형의 지질과 물질들을 이용해 세포막이 흩어지거나 굳어버리지 않게 막으며, 세포질이 얼어버리지 않도록 다량의 용질을 보유함으로써 이와 같은 온도 극한에 대응하며 살아간다(마치 진한 소금물이 더 낮은 온도에서야 얼듯이).


아직은 모르지만,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이와 같은 사례들은 생명의 존재 가능성 공간을 한층 더 규정짓는다.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외계 생명체가 정말 존재한다면 그들은 탄소와 물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물질 대사를 하,  -40도에서 높아 봐야 몇백 도 이하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도 생명체의 특징인 복제와 생식을 할 것이고, 복제하는 모든 개체에서 나타나는 자연선택과 진화를 겪을 것이다. 복제하기 위해서는 유전 정보가 필요하므로 모종의 유전자를 가질 것이며(다만 이것이 꼭 우리가 사용하는 핵산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 유전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모종의 대칭성을 가질 것이다(이전의 글에서 살펴보았듯).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본다면,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우리의 상식과 비슷하게 생겼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금 지구의 과학자들은 몇몇 후보지들을 두고 열띤 탐사를 벌이고 있다. 토성의 위성 중 물을 가지고 있음이 알려진 타이탄과 엔셀라두스는 가장 뜨거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장소 중 하나로, 2026년 타이탄을 향한 탐사선이 발사될 예정이며 엔셀라두스의 두꺼운 얼음 지각을 뚫고 들어가 바다를 탐험할 심해 잠수정도 계획 단계에 있다(미주 8). 지구가 생겨나고 식은 후 몇 억 년도 지나지 않아 생명체가 탄생했음을 고려해 본다면 생명의 탄생은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우리가 아직 살아 있는 동안 외계 생명체의 존재가 최초로 확인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미주 Endnote

미주 1. 외계 문명이 존재할지, 얼마나 존재할지 계산하는 방정식이 있다. 드레이크 방정식Drake Equation 이라고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1961년 천체물리학자 프랭크 드레이크가 외계 생명 탐색 프로그램인 SETI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고안한 것으로, 일련의 예측한 상수들을 곱하여 지적 외계 문명의 수를 추론하는 것이다. 초기 추측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문명의 수를 천 개에서 1억 개로 추산했다. 참고로 우주에는 2천억 개에서 최근 추산에는 2조 개에 이르는 은하가 있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만 있다면 얼마나 큰 공간의 낭비" 겠는가.

미주 2. 이 언어를 유전자 코드라고 부른다. 마치 프로그래밍 언어가 특정한 단어의 나열을 인식하여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듯이(예컨대 IF, ADD, SUM, AVR 따위), 우리의 유전자에 적힌 글자들을 인식하여 단백질 조각을 가져와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생명 기계 장치들이 생명체 내에는 있다. 만일 이 언어가 다르다면, 한 생명체의 유전자 조각을 가져다가 다른 생명체에 넣는다면 완전히 엉뚱한 물건이 나올 것이다(프로그래밍 언어가 다르다면 우리가 같은 명령을 집어 넣어도 다른 결과가 나오듯). 생명공학자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자연은 언어를 통일해 두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를 간단히 잘라서 옮김으로써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다(GMO 가 그 예시다). 물론 정확히 똑같지는 않아서 가끔은 최적화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는 한국의 서울 표준어와 경상도 사투리 정도다. 대화의 효율성이 약간 떨어지거나, 가끔 잘못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아무튼 말은 통하고 충분히 일할 수 있지 않은가.

미주 3. 규소는 탄소와 같은 14족 원소이며, 따라서 탄소와 같은 다양한 구조를 형성하는 능력을 가진다. 따라서 규소로 이루어진 생명체의 가능성과 그 흔적에 대해 뉴스에서 많이 다루지만, 화학 실험 데이터는 규소는 열역학적으로 탄소에 비해 형성할 수 있는 다양성이 훨씬 희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둘 중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면, 우린 탄소에 집중하는 게 나을 테다.

미주 4. 예컨대 거대한 물은 빛을 반사하므로, 반사된 반사광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행성의 물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정확히는 액체). 그러나 빛이 희미해지는 먼 우주의 행성들은 이런 식으로 분간할 수는 없고, 편광이나 분광계 등을 이용한 다른 방식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예컨대 같은 조건의 행성 중 유달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은 행성이 있다면, 그 행성에는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흡수하는 거대한 물, 즉 바다가 있을 확률이 높은 셈이다(지구에서도 연간 CO2의 30%를 바다가 흡수해 주고 있다).

미주 5. 아이의 젖병이나 병조림용 유리병을 끓는 물에 넣어 소독하는 것, 우유의 파스퇴르 살균법과 같은 원리다. 실험실이나 병원에서는 조금 더 철저한 살균을 위해 121도(때론 134도) 까지 올라가는 고온/고압 살균기를 사용하는데, 박테리아는 죽을지라도 일부 포자는 100도까지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주 6. 이 카테고리의 생명체들이 사는 또 다른 곳은 어디일까? 바로... 반추동물의 반추위(rumen) 이다. 메탄 생성균은 다른 혐기성 미생물들과 함께 반추동물이 먹은 풀을 대사시키며 메탄을 만들어내고, 이 메탄은 소의 트림을 통해 주변 대기로 방출된다. 소 한 마리는 매일 250리터의 메탄을 방출하며, 인간이 사육하는 반추동물은 인간이 생성하는 온실 가스 중 1/4 을 차지한다. 그래도 이 세균들이 없으면 소는 풀을 먹을 수 없으니 우리가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미주 7. 아니, 그렇다면 이 고균들은 아무리 열처리해도 죽지 않으니 아무리 고온 살균을 하더라도 위험한 거 아닌가요? 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다행히도 이 고균들은 고온에 너무 적합하게 적응한 나머지 50도 이하의 온도에서는 번식을 하지 못하고, 따라서 병원성이 없다. 우리에게 너무 뜨거운 온도가, 그들에게는 너무 낮은 온도인 것. 다른 생물학적 지위niche를 나눠 가진 것이다.

미주 8. 태양에서 평균 9.5천문단위AU, 그러니까 약 15억 킬로미터나 떨어진, 얼어붙도록 차가운 토성 옆 위성에 어떻게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조석력인데, 우리가 물을 빠르게 휘저으면 운동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되며 따뜻해지듯(믹서기에 물을 넣고 2-3분만 틀어 두면 알 수 있다), 토성의 막강한 중력은 위성을 쥐어짜듯 주무른다. 이 조석력이 위성의 내부에서 열에너지로 변환되어 얼음이 녹고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 참고 문헌: 생명의 물리학, 찰스 S. 코켈 저, 노승영 역. 열린책들


* 올해로 2년간 61번째 글까지 올라가게 되었네요. 내년에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연재를 임시 휴재할 예정입니다. 좋은 소식이 있다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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