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이 진짜로 무서운 이유는 크기 때문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대형견 견주로 살아남기 - 04

by 하진

그들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마일로 작가의 ‘극한견주’는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작품이다. 대형견 사모예드 ‘솜이’와의 생활을 가감 없이 그려내어 당시 겁도 없이 대형견을 기르고 싶어했던 나의 의욕을 완전히 꺾어 놓았다. 네발동물의 강함에 굴복해 이리 끌리고 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엿한 대형견과 함께 살고 있다. ‘극한견주’ 속 이야기들은 사실인 것도 있었고 나의 강아지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누군가 대형견을 기르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나는 진심으로 다시 생각해 보시라고 권한다.


대형견을 기른다는 것은, 단지 그들의 힘이나 활동성 때문에 곤란을 겪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의복, 먹거리부터 의료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들은 열 배 큰 만큼 열 배의 돈이 들어간다.


사람과는 다른 강아지의 사이즈 논리


나는 크지 않은 사람이다. 작은 옷을 입고, 비교적 적게 먹고, 모르긴 몰라도 적은 공간을 차지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느 사람들과 동일한 가격을 지불한다. 그것이 인간 세상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아지 세상의 법칙은 완전히 다르다.


하쿠가 처음 아팠을 때, 익히 들어온 ‘동물병원’의 명성에 걸맞은 지출이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놀란 부분은 따로 있었다. 강아지의 사이즈에 맞추어 약값이 달라지니 하쿠는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약 뿐인가? 상처 부위를 핥지 않게 넥카라를 해야 하는데, 일반 사이즈의 세 배를 가뿐히 넘는 가격이었다.


병원비 때문에 강아지 무게가 늘지 않기를 바라야 하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을까? 그 이후로도 하쿠는 여러 번 아팠고, 주사값이며 처치비, 입원비가 계산기 위에서 곱절로 두드려지는 것을 보며 솔직히는 참 못난 마음도 들었다.


살아가는 데 왜 이렇게 많은 게 필요할까?


강아지를 키우는 데는 당연히 병원비만 드는 게 아니다. 고급 사료를 먹일라 쳐도 소형견은 한 달을 먹일 소포장이 하쿠에게는 며칠 분의 여행용 분량에 그친다. 20kg에 육박하는 대용량 사료 포대를 사다가 푹푹 떠내다보면 내가 개를 기르는 건지 소를 기르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강아지 옷은 꿈도 꾸지 못한다. 웬일로 XL 사이즈가 있기에 작은 기대를 품고 들여다보면 하쿠의 다리 한 짝만한 크기다. 무더위와 강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필수적인 옷만 갖추려 해도 사이즈 추가금이 기본 옷 가격만큼 붙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이럴 거면 사람이 XS 살 때에는 왜 같은 가격을 받았었나 몰라, 하는 소리가 소심하게 입 안을 맴돈다.


배변 패드? 소형견이 쓰는 쪼꼬미 사이즈는 여섯 장을 깔아도 모자랄 것이다. 강아지의 안정과 훈련에 필수적인 켄넬(이동장)? 화물택배로만 받아볼 수 있는 초거대 사이즈(택배비도 물론 초거대)에, 대형견용을 출시하는 브랜드조차 손에 꼽는다.


DSCF3310.JPG 대형 터그 장난감을 물고 설치는 강아지 하쿠


하쿠야, 부족한 주인이라 미안해


개에게 돈이 들어간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정말 숨결 하나, 걸음 하나에 들어가는 돈이 차원이 다르다는 건 직접 길러 보아야만 체감이 되는 영역이다. 아마 모든 대형견 주인들의 마음 속에는 멍든 구석이 하나쯤 있으리라 생각된다.


내지 않을 수 없는 비용에 강아지의 의식주를 저당잡히고 사는 삶은 꽤나 가혹하다. 어쩌다가 인간은 인간대로 개는 개대로 불리한 처지가 되었을까, 품에 가득 차는 강아지를 안고 눈물지어 본다. 그 동안에도 손가락은 부지런히 움직여 합리적인 애견용품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오늘도 카드값에 한숨이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 것이 강아지 세상의 또다른 논리. 네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가 통 크게 쓰...기는 어렵고 열심히 벌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