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출신 보더콜리, 그 험난한 동거생활 - 02
유기동물 보호센터 직원 한 분이 어딘가 짠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렇다. 이 강아지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째서 거리를 떠돌고 있었는지, 혼자서 무슨 일을 겪었을지 모르기는 그들이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하쿠(당시 브로콜리)는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낡은 이불을 깔아둔 자동차 뒷좌석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강아지는 한 달 정도 센터에 머무르며 사랑을 많이 받았던 모양으로, 입양 담당이 아닌 직원 분들도 주르륵 나와서 배웅을 해주셨다. 먼저 와 있던 입양 신청자는 바로 일주일 전에 데려온 어린 허스키가 있었고, 낯선 두 강아지가 잘 지낼 것 같다고 여겨지지 않았는지 입양이 반려되었다고 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하쿠와 함께 떠날 수 있었다.
강아지는 정말로 차 타는 것이 익숙한 듯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서울까지의 긴 운전을 버텨 주었다. 녀석은 굉장한 꼬린내가 났고, 가끔 빨간 버스가 큰 소리를 내며 곁을 지나가면 두 귀를 쫑긋 모으며 관심을 가졌다. 그 모습이 참 귀여워서, 헐레벌떡 임시보호 신청서를 쓰고 데려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센터에서 요구한 임시보호 교육을 착실하게 들었다. 강아지가 새로운 환경에서 짖거나 저지레를 해도 놀라지 말자고 마음의 준비도 여러 번 했다. 그런 각오가 무색하게 강아지는 아무런, 정말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집안에 입성해 그저 구석구석 킁킁대기 바빴다. 나는 머쓱해져서 센터에서 챙겨준 임시보호 물품이나 정리하기로 했다.
내친 김에 준비한 하네스를 입히고 집 주변도 돌아보았다. 첫 날에는 산책도 굳이 시킬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강아지는 이 집에 처음 온 게 아닌 것처럼 물도 마시고, 사료도 씹는 것이 제법 편안해 보였다. 이 임시보호, 꽤나 성공적일지도? 밤이 깊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9시가 넘었는데 강아지는 도통 잘 생각을 않았다. 잠시 누웠다가도 사람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면 바로 일어나서 쪼르르 달려왔다. 그렇다고 침대에서 재우기에 이 강아지는 너무나도 꼬질꼬질했다.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편인 우리조차 용납할 수 없는 위생 상태였다.
고민 끝에 유○브에서 ‘강아지가 편안해하는 음악’을 찾아 틀어 주었다. 당연히 효과는 없었다. 충분히 피곤하지 않아서일까? 근처 천변을 걸어 보고, 무인 애완용품 매장도 구경하고, 자정이 넘어 귀가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결국 내가 희생을 자처해 강아지의 잠자리 옆에 담요를 한 겹 깔고 누웠다. 강아지가 깊이 잠들면 방에 들어가서 자야지, 생각하며 냄새가 솔솔 나는 강아지를 품에 안았다. 그렇게 어설픈 자세를 하고 하쿠의 임시보호 첫 날 새벽을 지새웠다.
임시보호를 위해서는 사전에 경기도 평생학습포털(GSEEK)에서 ‘구조, 보호동물 임시보호 교육’을 수강하고 수료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수원시 동물보호센터에서는 임시보호자에게 사료, 간식, 방석, 장난감 등의 물품을 지원한다. 생각보다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임시보호 기간동안 유용하게 썼고, 아직 가지고 있는 물품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