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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니 Nov 22. 2023

아버지에 의해 정해진 내 진로

원망해야 할까, 운명일까

옛날, 나는 너무 돈, 돈 거리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돈을 제대로 번 적도 없이 집에서 늘 술담배로 엄마와 내 속을 썩였으며 나는 아빠가 집에서 계속 담배를 피워서 기관지염을 앓았다.


 게다가 술을 어찌나 마시는지 심각한 알코올중독으로 중독치료병원에 3번이나 갔는데 치료불가, 정신과전문의도 자기 합리화가 강하다며 알코올 중독치료를 포기할 정도였다.


여기다 다 적어내지 못하는 가정사지만 엄마는 아버지 때문에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고 그래서 일말의 그리움도 정도 없고 나는 아버지라서 일말의 도덕심은 남아있으나 나 역시도 아빠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조현병 진단받고 겨우 초기에 치료 잘 돼서 지금은 정상인 상태를 유지하는 약을 먹고 있는 터라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립지는 않다.


맘고생을 모르는 어른들은 그래도 아버진데 그리울 거다, 빈소는 방문해야 하지 않나 하지만. 글쎄다, 아버지라는 존재자체는 그립지만 내 아버지는 그립지는 않은 마음인 거 같다.


아버지는 살아생전 평생을 자기 연민에 빠져서 술담배를 하시다 엄마와 나에게 스트레스만 잔뜩 주고 빚만 잔뜩 남기고 또 병을 주고 떠났다.


남긴 유산이 좋은 게 하나도 없으니 허탈하다. 내 삶도 아버지가 남긴 못난 마음에 갇혀 내 인생에 대한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끔씩 지금도 엄마 증상이 심해져 집이 엉망이 될 때 치울 때마다 현실자각타임이 올 때마다 많이 힘이 든다.


그래, 어쩔 때 보면 잘 된 거일 수도 있다고 나 역시도 합리화한다. 내 타고난 천성에도 사회복지는 맞고, 어머니 병간호하는 게 사회복지 쪽에선 경력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나 역시도 아픔이 있으니 나 같은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자고.


아버지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아버지는 IMF 때 이사라는 높은 자리를 내려놓고 실직하시고 친구가 동업제안 해서 건설일을 하셨다가 그 친구가 빚보증을 하고 빚을 다 떠넘기고 신불자가 되셔서 배신을 당하고 하루아침에 경제력을 상실하셨다. 그 상실감에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슬퍼하시다 혼자 술 마시는 기간이 길어서 사람이 이상해진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아버지의 선택은 존중한다. 하지만 아버지로서 그러면 안 됐다는 걸 막연히 안다. 단지 아버지는 마음이 여렸기 때문에 좌절감에 회피만 했지만 난 그리 살지 않으리.


내 선에서 감정의 대물림을 끊어야겠다.


나 역시 취업실패와 시험실패로 아버지를 닮아가는 나를 보며 울었지만, 그래도 도와준 사람들이 있어 정신을 차리고 바르게 살아간다.


난 아버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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