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증상은 올해 들어 급격히 나빠지셨다. 몸 닦던 수건을 화장실 변기 닦고 주방 닦고 방 닦고 걸레로 쓰시다가 세탁기를 여러 번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치질을 잊은 듯 몇 번이나 하시고 샤워도 몇 번이나 하셨다. 하반기 들어선 종종 실금도 있었다. 하지만 공단직원분 오실 땐 또 멀쩡히 잘 말하셔서 등급이 나오지 않았다.
휴지도 물 쓰듯이 쓰시고 마치 아기 때로 돌아간 거 같은 치매가 오셔서 본인은 그저 행복해하셔서 행복지수는 높게 나오셨다. 그리고 기존 치매환자에 비해 위생청결에 신경 많이 쓰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래도 일반사람의 위생청결기준과는 조금 어긋난 건 사실이다.
나는 어머니가 안전하게 지내실 환경을 관리할 역할을 맡았다.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깨끗하게 집을 가꾸기 위해 올해 들어 1000L가 넘는 묵은 짐을 버렸다. 옛날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유품은 물론 아버지의 유품도 정리 중에 나올 정도로 우리는 짐을 품고 살았다.
먼지 낀 짐들을 비워내고 나도 내면의 아픔을 직면할 수 있었고 집이 어딘가 답답하고 불편한 공간이 아닌 편안한 공간이 되었다.
다이소 리셀상품권 금액 남은 건 126350원으로 넉넉해 어머니가 자주 소모하시는 치약, 휴지사기엔 넉넉해 추가 비용이 들지 않고, 최신기기를 지른 걸 제외하고 남은 돈은 9만 원 조금 안 되는 돈이었다. 마이너스는 아닌데 20일도 안 돼서 10만 원도 안 되는 돈이라니 너무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힘들수록 보상심리가 강해져서 돈을 더 썼다.
현실이 아프고 슬플수록 외면하고 싶어서 이상을 동경한 소비를 했다. 그래도, 그럼에도 열심히 하루하루 충실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