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의 주인은 나고 니 감정의 주인은 너다

by Hazel


요즘 가장 많이 되새기고, 의식적으로 떠올리려 노력하는 말이 있다.


바로, '내 감정의 주인은 나, 상대방의 감정은 상대방의 것'이라는 말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개념 자체를 떠올리지 못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충격적이었다.


나는 쉽게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휘둘린다. 그것이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게 아니라, 내 감정을 보호하는 방파제가 너무 낮은 탓이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도 쉽게 화를 내고, 회사에서 동료가 지나가며 한 말 한마디에도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아 하루 종일 괴로워하는 경우도 많았다.


남한테도 이런데 엄마한테는 오죽할까?

엄마와 대화를 나누기 전부터 이미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엄마는 이렇게 말하겠지'라고 미리 예측하다 보면 대화는 시작도 안 했는데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린다.


엄마와의 대화 속에서 나는 늘 죄책감, 미안함, 그리고 좌절감을 느꼈다. 의견이 다를 때마다 엄마는 나의 부족한 점을 들어 '이건 네가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돌려서 나를 단념하게 했다. 물론 내가 원하는 것과 엄마가 원하는 것이 일치할 때는 엄마는 그 누구보다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엄마가 원하는 걸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사실 나에게도 내 나름의 꿈과 목표가 있다. 사회와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생각의 차이도 존재하며, 엄마와 나는 전혀 다른 세대를 살아가고 있다. 계획하고, 대응하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엄마는 온갖 세상풍파를 견뎌오면 살아온 자신의 경험은 너무나도 독보적인것이라 내가 무엇을 하든 그 결과가 뻔히 보인다고 믿으며, 항상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다.


"너는 그래도 내가 니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해줘서 길도 잡아주고, 도와주고, 서포트도 해줬지. 나는 아무도 없어서 혼자 해내느라 너무 힘들었어."


결국 내가 부족하면 나는 죄인이었다. 엄마의 서러움과 실망감이 모두 내 몫이 되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남이 나에게 욕을 해도, 그냥 '그래서 어쩌라고?' 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이었다. 회사 동료가 지나가는 말을 했다면, 말 그대로 지나가는 말로 흘려보내면 그만이다. 아무리 상대방이 나에게 심한 말을 퍼부어도, 내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감정은 내 것이 되지 않는다.


엄마와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전할 말을 준비하고, 엄마가 그것을 듣지 않으려 한다면 그건 엄마의 몫이다. 엄마를 설득하려 애쓰지않아도 된다. 내가 어떤 회사를 다니고, 어느부서에서 일하고, 어디서 살고, 누굴 만나고 이건 정말 다 나만 알수있고 나만 결정할수있는 거다.


근데 이게 말은 쉽지.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게 될거였으면 내가 이렇게 고통받고 있지도 않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해보려고 한다.

연말을 맞이해 안부인사를 건내면서 결혼얘기를 다시 꺼내보려고 한다. 몇달전에 한국에 갔을때 "더 들을것도 없어, 절대 안돼" 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때의 나는 너무나도 엄마가 무서웠고 엄마가 틀렸다는걸 알았지만 입밖으로 꺼낼 용기도 없었다. 물론 당연히 전화로 했다가는 또 수화기 너머로 온갖 욕과 폭언을 들어야하니 메일로 이야기 하려고 한다. 물론 메일로 보내도 전화로 화낼 양반이지만 안받으면 그만인걸;


엄마의 감정은 엄마의 것이다. 나의 결정과 행동으로 화나고 실망하고 힘든건 엄마다. 내가 무슨 사기를 치려는 결정을 하는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내 예비배우자가 문제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니 나의 결정이 잘못된 선택도 아니기때문에 이 선택이 엄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건 엄마의 몫이다. 엄마의 그 감정들을 내가 다 받아들일필요가 없다는 걸 이제는 깨달았다. 나는 엄마의 감정쓰레기통도 아니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는 어린아이도 아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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