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임신일기 #002 - 계속되는 입덧, 피검사, 미드와이프 정하기
피검사
GP쌤이 피검사 받으러 가라고 하는데 언제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보니 그냥 구글에 labtests 쳐서 가라고 했다. 나는 누가 부킹 해주는건 줄 알았더니 그게전혀 아니라는 데에서 좀 놀랐음.
피검사에는 아래의 것들이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 full blood count (전 혈구 수치)• blood group and antibodies (혈액형과 항체) • hepatitis B (B형간염) • rubella (풍진) • syphilis (매독)• HIV (에이즈)• diabetes (당뇨)
의사 만나고 온 다음날 일하다가 점심시간에 바로 회사 근처 랩테스트 갔는데 줄이 너무 길었다.
아마 코로나 검사도 하는 곳이라 그런거 같기는 한데 점심시간 다 끝날 것 같아서 이 날은 돌아오고, 다음날 다시 가봤더니 이 날은 줄이 하나도 없어서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피 뽑는 사람들마다 보자마자 wow 하면서 감탄하는 내 혈관의 선명함✌� (사진엔 잘 안 보이네 ㅋ_ㅋ 일반 사람이 봐도 혈관 어딨는지 넘나 잘 보이는 존재감 강한 핏줄)
가서 갑자기 나를 코로나 테스트 받게 하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이름이랑 NHI 넘버* 말하면 의사가 referral form(어떤 검사 받으라고 적어준 것) 써준 것이 나와서 알아서 피검사를 한다.
*NHI 넘버: 뉴질랜드 의료번호라고 보면 되고 어떤 사유로든 병원을 방문하면 주어지고 여기에 내 의료기록이 다 남는다.
근데 궁금한 건.. 결과 어떻게 받아봐? 했는데 다다음날 의사가 연락 줄거야 했는데 다다음날이 두번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우리 의사샘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했는데 미드와이프분께 혹시 결과 받아보실 수 있냐고 여쭤봤더니 보통 아무 연락 없음 정상이어서 전화 안 하는거라고 하시면서 본인도 받아보셨는데 정상이라고 하셔서 기뻤다.
미드와이프
한국은 임신하면 산부인과 의사를 많이 만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미드와이프(한국 말로는 조산사, 산파라고 할 수 있겠다.)를 더 자주 보고 더 자주 연락하게 된다. 뉴질랜드에서는 임신 초기부터 출산 후 몇 주 까지 미드와이프의 케어를 받게 되고, 미드와이프 비용은 전적으로 나라에서 내 주기 때문에 내가 내는 비용은 하나도 없다(단, 외국인 신분의 경우에는 비용을 내야 할 수 있음).
미드와이프는 정보들도 주고, 초음파나 피검사를 받으러 갈 수 있게 양식을 작성해 주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임신 플랜 같은 것도 짜 주고 자연분만의 경우 출산도 미드와이프가 하고 제왕절개 등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야 의사가 개입하게 된다. 출산 후 아기를 처음 케어하게 될 때 아기 상태를 보러 왕진(home visit)을 오는 것도 미드와이프의 몫이다.
나의 미드와이프 이야기를 하자면, 의사쌤 만났던 날 요새 애기 많이들 낳아서(뉴질랜드에서는 코로나 때 나라 전체를 걸어잠구고, 식료품 구입 등 필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자제 시키는 강한 락다운을 실시했고, 이에 따라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락다운 베이비붐이 일었었다 ㅋㅋ 그래서 요새 출산율이 이전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미드와이프구하기 힘드니까 빨리 찾아야 한다고 했다.
'Find your midwife' 라는 사이트를 들어가도 좋고 알음알음 찾아도 좋다고했다.
뉴질랜드, 특히 내가 사는 오클랜드는 워낙 교민들이 많은 지역이라 한국인 미드와이프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들 중 대표적인 미드와이프분들은 별로 내가 안 하고 싶었다.
최근에 애기 낳은 아는 언니가 했던 뉴질랜드인 미드와이프 정말 좋았다고 소개시켜 준다고 했는데 또 누구는 아시안 몸은 아시안이 잘 안다고 해서 적어도 중국인을 찾을까..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잘 안 알려진 한국인 미드와이프 분을 알게 되어서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다른달은 다 바쁘시고 딱 내 예정일 있는 달에만 가능하신것!
연락 드려봤더니 원래 커버하는 지역이 따로 있어서 우리동네는 좀 커트라인 바깥인데 그래도 해주신다고 하셨다. 넘나리 감사한것..!
의사 만나고서도 초음파는 언제할 수 있는건가 좀 궁금했는데 하라는 말이 따로 없었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보통들 12주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12주 때 하는 게 기형아 테스트). 근데 일부 미드와이프는 그 전에도 할 수 있게 해 주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 미드와이프분이랑 통화하는데 출산 예정일은 생리일 기준으로만 알고 있는데 그거보다 더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Dating Scan 이라고 불리는 초음파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갈 수 있게 양식을 작성해 주셨다.
한 날은 집에 오니 남편이 꽃이랑 촤컬릿을 사와서 선물해줬다 귀여웠다 ㅋㅋㅋ
하지만 저 촤컬릿은 입덧 때문에 1도 안 땡겨서 못 먹고 다른 사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줬당..
남편한테 벌써 일해라 절해라 시켜대고 있는데 "벌써 이렇게 고생스러우니 앞으로 열달 걱정이지?" 하고 테스트를 던졌는데 "요령이 생기겠지" 라고 대답해서 합격목걸이는 전해주지 못했다 ㅋㅋㅋㅋ
정답은 무조건 아니라고 했어야지!
주변에 알리기 시작하다.
흔히들 안정기 지나고 공개해야 한다고들 해서 적어도 dating sacn 초음파라도 하고 알리고 싶기도 했지만 입이 근질거리기도 하고,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나 또는 특히 하루에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는 초기때 특히 입덧이 힘들고 불안정기 시기라 제일 배려를 많이 받아야 하고, 막말로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해도 알려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이야기 하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6주 중간에 가족, 친구들과 직장 일부에 공개했다. 직장 나머지는 초음파 후에 공개할 예정.
부모님들이 되게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아서 놀랬다. 전화로 말씀드리는 시어머니가 '병원 가서 확인 한 결과니?' 해서 괜히 좀 뻘쭘해서 괜히 말씀드렸나 싶었다. 적어도 피검사는 하고 확실할 때 알려달라는건가?
울 엄마는 아기 보다도 본인이 한국에 있으니 나를 못 봐줘서 어쩌냐는 걱정을 제일 많이 했는데 이게 친정부모님 마음인갑다 싶어 뭉클했다.
제일 가감없이 축하해 준 건 친구들이었고, 집에가니 베프가 임신축하 선물을 배송해 주어서 너무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ㅠㅠ
입덧은 점점 심해지고
입덧은 영어로 morning sickness. 아침 빈 속에 입덧을 더 심하게 느끼는 임산부도 있다하니 그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왜 모닝이 붙는지 모르겠다. 나는 뒤로 갈수록 더 심해진단 말이다!! ㅠㅠ 아니 사실 하루종일 하고 있으니 이건 all day sickness로 이름을 바꿔야한다 흐흑.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더 입덧이 심해지는 것 같다.
위가 비어있으면 메슥거림이 심하고 그나마 뭐라도 들어있으면 좀 덜한데 고기 같은건 생각만 해도 구역질 날 것 같아서 아무거나 먹을 순 없어서 뭘 먹을 수 있나 맨날 연구한다.
임신 안 했을 때도 여자들이 배고프면 예민해 지는거랑 이런거랑 관련있나 그 생각도 해봤다.
위가 비어서 오는 메슥거림이 무서워서 늘 배를 조금이라도 채울 걸 구비해 두는데 매일 먹을 수 있을 것 같은게 달라져서 혹시 구비해둔 걸 못 먹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차라리 배가 아프거나 겉이 아픈거면 좀 나을것 같다. 속 아픈건 정말 힘들다 ㅠㅠ
그나마 지금까지 먹을 수 있는 건 초무침 같은 시큼한 거나 과일들. 김치국 같은 얼큰한거. 니글 거릴 때 먹는 거. 아 맛있다 이건 아니고 그냥 들어가는 거..
7주 4일차, 나의 입덧은 고기만 생각해도 울렁거리니 고기를 절대 못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누가 양꼬치를 줘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잘 들어갔다. 그래서 저녁에 미소카츠를 시켜먹었는데 겁내 맛있게 먹었고 니글거리는것도 없었다.
물에 빠진 고기는 생각만해도 울렁거리는데 튀긴 고기는 괜찮은건가? 암튼 오랜만에 밥 다운 걸 먹어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ㅠㅠㅠㅠ
혹시 입덧이 끝난걸까? 설리설리 했지만 개뿔 이틀 나를 놔주고 다시 더 강하게 컴백했다.
임신증상
자다가 화장실을 네번 정도 간다. 원래 화장실은 자주 가는 편이긴 했는데 자다가 네번씩 갈 정도는 아닌데 잠이 깨서 가는건지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가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화장실 자주 가는것도, 잠을 잘 못 자는것도 임신 증상이라고 들었다.
울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졌다. 아무리 남편이 쉬라고 한다지만 내가 원체 눈치보는 성격인지라 아무도 안 주는 눈치 혼자 보느라고 밥냄새 맡기 싫은데도 밥하는데 옆에 가서 있고 누워만 있어도 좌불안석 쉬는게 쉬는게 아닌데 게으르게 누워 있으면 밥 떠다먹여주고 그래도 하나도 미안한 마음 안 드는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훌쩍
하지만 잊지말자 아기는 둘이 같이 만들었는데 나만 몸이 아프므로 이 정도 배려는 받아도 된다.
물론 남편에게 매우 고마운 마음은 잊지 않되 죄책감 갖진 말자는 뜻이다!!
나는 진짜 우리 남편이 내남편 아니었으면 이 기간을 어떻게 견뎠을지 매일 아찔하다. 다 받아주고 위해주고 맛있는거 해주는 우리 남편 최고다!
임신하고 나니 시간이 너무 안간다.
얼른 안정기가 되고 싶은데 하루하루가 너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