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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사람 Jan 21. 2022

뉴질랜드에서 임신 8주차를 맞다

뉴질랜드 임신일기 #003 - 입덧지옥, 첫 초음파 예약

드디어 8주가 되었구나 ㅠㅠㅠㅠ 하루하루 무사히 지나갈 때마다 얼마나 감사한지!

임신 확인하고 나니 하루하루가 너무 안 간다 ㅠㅠ 안정기 언제 오느냐고 엉엉


지금 시기의 아기는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라고 한다. 건강하게 자라다오..

지금의 아기는 의외로 엄마의 먹는것과 상관없이 난황에 있는 영양분을 먹고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먹고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만큼 자주 먹으라고 한다.

입덧이 가장 심한 시기인 초기에 영양분 생각하느라고 너무 신경 안 써도 돼서 너무 좋다 ㅠㅠ


8주차 때는 입덧이 조금 더 심해졌다.. 입덧이 태반을 만드는 거라는 이야기도 있고 비장이 약하면 입덧이 심하다는 말도 있고 여러 썰이 있는데 입덧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도 신기하다.


초음파 예약


초음파는 임신 12주 전에 아기 크기를 재서 더욱 정확한 출산 예정일을 알기 위한 Dating Scan이 있고

12주 때 기형아 테스트용을 위한 NT Scan 이 있다.


미드와이프분이 Dating Scan referral form을 적어주셨다. 야호 나도 초음파를 한다!

맘카페에 보면 너무 초기에 가면 애기 심장소리도 못 듣는다고 하던데

(어차피 근데 뉴질랜드는 초음파 때 심장소리 안 들려줌)

우리 미드와이프 분도 7주 이후에 가라고 추천해주셨다.


출처: Eastmed Radiology 홈페이지


원래는 집 근처로 가려고 부킹을 해놨었다. 거기는 $40이 청구된다고 했는데 아는 언니가 자기는 돈 안 냈다고 자기가 간 데를 가보라고 해서 East Med Radiology에 연락해 봤는데 여기도 $30 냄 ㅋㅋ 

사진 받으려면 $10 별도. 아마 집 근처는 사진값 포함이었지 않을까 싶다.


대애충 알아보니 21년 10월 정도 전 까지는 초음파 비용을 따로 내지 않았지만 이제 어느정도는 환자 부담액도 생긴 것 같다.

(뉴질랜드는 임신에 굉장히 관대해서 임신하는 경우 많은 진찰비가 공짜이다)

암튼 돈은 거기서 거긴데 집 근처는 너무 이른 시간에 오라고 해서 힘들 것 같아서 추천받은 East Med로 다시 예약했다.


그리고 여기 초음파 후기는.. 나중에 이어서 쓰겠음


입덧 중 먹은것들


참기름이 좀 떙겨서 김밥을 사다 먹었다. 비타민 A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아이에게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당근에 비타민 A가 많다고 해서 당근 다 골라 먹느라 힘들었음. 

근데 알고보니.. 시중에서 파는 스시는 먹지 말라고 함..ㅋㅋ 김밥도 먹으면 안되었다.

물론, 절대 먹지마!! 가 아니라 식중독의 위험이 있으니 밖에서 만든 스시, 김밥, 샌드위치, 샐러드 이런거 웬만하면 먹지 말라고 한다.

대체로 다들 먹고도 멀쩡한 것 같기는 하지만 참을 수 있는 정도라면 나중에 무슨 일 생기고 자책하는 것 보다는 아예 안 먹는게 나을듯해서 그 후로는 안 먹고 있다.

(다행히 스시, 김밥, 샌드위치, 샐러드 모두 너무 좋아하는 것들은 아님)


햄버거는 좀 들어가길래 주변에 물어보니 햄버거랑 칩스 같은 건 임산부 였던 애들이 다 잘먹었다고 한다.

고구마는 좀 들어가기도 하고 나름 건강해서 지금도 회사 올 때마다 하나씩 구워서 싸 오고 있다. 속이 비어서 불편할 때마다 먹으려고.

떡 종류도 좀 들어가는데 백설기 같은 떡을 먹고 싶은데 안 팔아서 꿀떡 사서 봉지에 넣어서 먹고 다닌 적도 있다.


마라샹궈는 갑자기 너무 땡겨서 먹었는데 나름 잘 먹히고 효과가 있어서 종종 먹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음식들은.. 먹어서 기쁘진 않고 먹고싶은 걸 먹는다기 보다는 다른 음식은 생각하면 역하고

지금 내 속이 너무 울렁거리는데 음식이라도 밀어넣으면 나을까 해서 밀어넣어 보는것..

그리고 많이 먹지도 못한다. 누가 입덧할 때 뭐 먹으면 2만원어치 음식 시켜서 500원 어치 먹는다고 표현했던데 딱인듯..


임신 전에는 차가운 거 싫어해서 물 다 상온에 두고 먹었는데 이제는 찬물, 차가운 음료수, 차가운 과일들이 땡긴다.

입덧 완화하는 법 중 하나가 얼음 물고 있는거라는데 그렇게까지 먹지는 않지만 차가운 게 좀 도움이 되기는 한다.

근데 너무 차가운 거 먹으면 또 안 좋다고.. 어쩌라는겨 ��‍♀️



건강하게 먹으라고 하지마..


먹는거 자체가 힘들어 죽겠는데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아기를 위해서 이것저것 건강한 걸 잘 먹으라고 하면 마음이 쉽지 않았다. 여러분도 한번 토할거 같은 위에 음식 쌓아 보라고 하고싶었다.

출처: 쇼쇼의 아기낳는 만화

실제로 들은 말임.

나도 내 주변에 애기 낳기 직전까지 입덧한 친구도 있고 해서 내 입덧이 그래도 토는 안 나오기 때문에 아주 심한 케이스는 아닌걸 안다.

입덧 단계를 0에서 10으로 치자면 나는 한 3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10이 너무 심해서 3이라고 생각하는겁니다..

하루종일을 울렁이면서 토하기 직전인 상태를 겪고 있고, 어쨌든 어떤 고통이든 내가 겪으면 힘든데 그냥 지금 힘내라고 하지 내 입덧은 별거 아니라고, 그리고 내가 울렁거려서 뭐라도 물고 있으면 누구보다도 잘 먹는 중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겄다.

최근에 입덧을 겪었던 사람들은 아무도 나의 입덧을 폄하하지 않았다. 오래되어서 잊은 사람들이 주로 나의 입덧을 under estimate함..


정상임신이기를


맘카페 후기들을 보면 초음파를 보는데 아기가 심장 소리가 안 들린다느니, 자궁외 임신이라느니 이런 말들이 많아서 지금 검사한 게 너무 없어서 제발 정상임신이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입덧이 너무 괴로워서 예배 때 기도할 때 제발 나 좀 살려달라고도 기도했지만 이 모든 괴로움을 견뎌도 좋으니 심장 소리를 듣게해달라고도 기도했다.


8주차 증상


8주차 때는 정말 입덧이 점점 심해지고 무기력증이 너무 심해져서 겨우겨우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 가면 아무것도 못하고 소파에 누워있었다.

남편도 일 하고 왔는데 내가 뭘 먹고 싶은지도 모르고 뭘 먹을 수 있는지 겨우 알아서 밥 해주는데 너무 미안해서 집안에 아픈 사람있으면 미안하다는 게 이런건가 싶었다. 남편한테 내가 아파서 미안하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종일 제발 하루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게 삶이란 말인가 ㅠㅜ

사는게 너무 힘들다고 남편한테 하소연했다. 호르몬이 아니라 정말 힘들어서 그랬다 ㅠㅠ

하루종일 울렁거리는게 언제까지 갈 지도 모르겠고 먹어도 불편한데 안 먹으면 더 울렁거리는게 삶 같지가 않다 흐흐흑

배 고프면 울렁임을 느껴서인지 아니면 진짜 자주 고픈건지 자주 허기진다.


하루는 배가 비어 죽을거같은데 밥 먹으러 나가는데 빨리 안 움직이는 남편을 보며 내가 힘든걸 이해 못하는건가 하는 생각에 임신하고 처음으로 화가났다.

임신하면 호르몬이 왔다갔다 하고 짜증이 많이 난다는데 남편이 너무 잘 도와줘서 한 번도 화가 난 적이 없는데 이 때는 진짜 내가 힘든지를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너무 많이 났다. 진짜 배가 고파 아사할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사실 남편이 늑장부린 건 아님; 신속하지 않았을 뿐 ㅋㅋ)


후각이 확실히 예민해짐. 커피를 좋아하는 나여서 지난주까지는 디카페인 커피는 마셨는데 아예 커피냄새가 역하게 느껴졌다. 간접적으로 맡는 냄새도 싫다.

차 에어컨 틀면 처음 나오는 냄새도 싫고 밥냄새는 말할 것도 없고 음식하는 냄새 오래 맡으면 미칠것 같아서 음식을 못한다는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생리통처럼 허리가 끊어지게 아픔. 생리통 같이 콕콕 쑤시는 복통은 자궁이 커지느라고 그러는거라던데 허리는 무슨 증상이지?

날개뼈 근처 등도 느므느므 아픔

아, 의외로 파스는 임산부에게 금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허리 아파도 파스는 금물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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