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옛날에는 그랬다.
동네에 새 꼬마가 이사를 와서 하루 이틀만 기웃거리면 누군가는 말을 걸어주고, 그래서 우리 놀이에 끼워주고… 사실은 마침 하나가 비어 아쉽던 참이었고… 그래, 그렇게 우리는 패거리가 되고, 그 패거리끼리는 숨기는 것 없고,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있고도 밤이면 몰래 전화를 돌리던… 그렇게 쉽게 친구가 되었었는데…
스무 살이 넘으면 희한하지.
같은 나이인데도 처음 봤으니 존대를 한다.
우리가 일곱 살에 봤으면 아마 말을 놓았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가면의 우리를 먼저 만나게 한다. 그리고 그 가면을 벗는 데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노력을 우리는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동의할는지 알 수 없지만, 더 배울수록 우리는 그 가면을 잘 만드는 법도 더 잘 배운다. 그런 두 가면이 만난 것 같은데, 그들은 희한하게 일곱 살이 되어 있었다.
“왜 그러는데?”
“뭐가?”
“아니, 그렇잖아. 오빠야 희한하잖아, 지금.
원래는 눈치 없는 인간도 아니고 혼자 서울 갔어야지. 안 그렇나? 니… 내 남자 친구 아니잖아.”
아뜰리에 겸 주거 공간과 밥을 짓고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이 분리가 되어 있어 장 선생이 매운탕을 데우러 별관으로 간 사이 대체 왜 이리 눈치 없는 척 구는지 알 수 없는 고향 선배를 몰아세웠다.
“그냥… 좀 니한테는 미안한데… 진심으로 저 남자가 서늘하게 좋다. 서늘하게 좋은 거 뭔지 아나?”
“뭔 소리고. 니 게이라고?”
“미친나. 인간대 인간으로… 마 그런 게 있다. 저 사람은 어쨌거나 일반적으로다가 좋은 사람은 아니다. 마음을 아프게 할 인간이다.”
뭐에 홀렸거나 아니면 그 친절하지는 않지만 배신은 안 때리는 강원도 소주에게 이미 당했거나… 그런데도 희한하게 강일이 오빠가 하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장 선생은 그렇다. 친절한데 멀고 매력적인데 겁이 난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는 언제고 나에게 절대 말하지 않을 ‘비밀’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 내가 니면, 그냥 관둔다. 아니… 도망간다.
딱 봐봐. 어렵다아이가. 어려우면 아닌기다. 알제?”
“뭐가 어렵단 건데. 별…”
어려운 거 맞다. 저 남자 어렵다. 처음부터 그랬다. 내가 좋아하게 되니까 어려운 거라 생각했는데… 어려운 거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