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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즐넛커피 Oct 25. 2023

홍콩의  특이한 맛(2)

태풍이 지나간 홍콩

둘째 날

  태풍이 서서히 벗어나려는 찰나이다. 어제 홍콩에 태풍하고 같이 도착을 해서 간신히 숙소에 들어와 생각보다 맛있었던 현지 밥집의 메뉴로 위안을 삼는 도착한 첫날이 지나간 후이다.


아침에 커튼을 열어 숙소에서 내려다보니 아직도 교통이 재개되지 않았다. 바람도 좀 불고 비도 계속 내려서  거리에 사람이 없다. 그나마 밝아진 아침의 도심 모습을 보며 그제야 홍콩에 있음을 제대로 실감했다.


가끔씩 다니는 택시들이 있긴 했지만 이때의 택시비는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500~1000 홍콩달러를 더 달라고 요구한다는 실시간 글들이 올라왔고  어찌 보면 숙소에 잘 들어와서 편하게 하룻밤을 보낸 게 다행인가 싶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 중 벌써 둘째 날이다.  날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대로 보내기에 너무 아쉬운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일단 관광은 제쳐놓고라도  당장 식사부터 고민이었다. 건물 내 호텔식당은  이용할 순 있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단순히 호텔뷔페로 배를 채우고 싶진 않았다.


와이프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틈에 내가 다소 용감한 제안을 했다.


"어제 오면서 먹었던 식당 있잖아. 오히려 그런 로컬 식당들은 열지 않았을까?  근처만 다니면서 유명하진 않아도 연 곳이 있으면 그런 데서 현지식 느낌으로 한번 먹어볼까?"


와이프도 고민스럽지만 나쁘지 않은지 그렇게 하자고 한다.


  바람에 날린 종이나 쓰레기로 지저분해 보이는 바닥이 보일 정도로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다. 태풍 단계가 낮아져야 교통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데  들려오는 말로는 오후는 돼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도로를 따라서 비바람을 뚫고 걸었다.  인구밀도가 높은 홍콩인만큼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고층빌딩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홍콩 볼거리로 검색을 하면 나오는 곳 중에 정말 별거 아니지만 나오는 것 중 하나는 오래된 아파트인 '익청빌딩'이다. 숙소에서 걸어서 15~20분 정도 거리로 이 날씨에 가깝진 않은 거리이지만 그나마 머지않아 가보았다.


익청빌딩

건물 사이가 좁고 높게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이다.  세대 수도 많을 텐데 안은 볼 수 없으니 모르지만 그리 큰 평수는 아닐 것 같다.  이러한 아파트나 건물은 많이 볼 수 있긴 한데 익청빌딩은 아마도 과거에 트랜스포머  촬영지여서 사람들이 그나마 찾는 것 같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더더욱 우울하게 보이고 마침 사진 찍는 곳 바로 앞에 저렇게 쓰레기들이 쌓여있어서 더 안 좋게 보인다. 현수막에는 이곳을 지나쳐 안으로 출입하지 말라는 것과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는 드론 등 사진촬영을 금한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건물 안 까지 들어와 현지인들에게 꽤나 스트레스를 주었나 보다.  창문도 그냥 열려있는 집들이 많았는데 태풍까진 아니어도 비 올 때 이곳을 방문했던 다른 사람들이 블로그에 썼던 것처럼  저렇게 두면 이불이 마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거리가 조금 있지만 익청빌딩 자체가 꼭 봐야겠다는 것보다 여기까지 온 다른 이유가 있는데 아침식사 고민하던 중에 마침 이 아파트 1층에  콘지(congee) 집을 누가 리뷰로 쓴 글을 봤기 때문이다. 콘지(congee)는 우리나라로 치면 죽이다.  홍콩 사람들이 아침에 간단한 식사로 많이 먹는 것 중 하나가 콘지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콩 같은 토핑을 넣어 끓인 죽이다.  홍콩 맛집으로 검색하면 더 유명한 콘지 집은 따로 있지만 태풍 때문에 모든 식당들이 영업하지 않아 굳이 찾아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익청빌딩에 있는 콘지집도 영업을 하지 않아 약간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렸다. 돌아가는 길에 크고 작은 찐 현지인 식당들이 몇 개 있어서 거기에 기대를 걸어본다.


여러 식당 중에 작은 식당 하나를 골라 들어갔다. 뭔지도 모를 수많은 다양한 메뉴들이 있다. 마침 손님은 없었고 주인아주머니 한 분이 있었는데 영어는 못하셨다. (많은 리뷰들에서 현지인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은 안 되는 식당이 많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참고로 홍콩 식당들을 다닐 때는 꼭 현금이 필요하다. 체인이나 큰 식당들이나 옥토퍼스로 결제되지 대부분 현금만 받는 곳이 많다. 친절한 느낌은 없지만 가게 안으로 안내하셔서 제일 구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콘지와  창펀, 두유를 시켰다.  메뉴를 주문할 때마다 금방금방 그릇에 턱턱 담아내오시는데 아주 여유로워 보였다. 콘지는 닭죽 느낌에  고기가 조금 붙은 작은 갈빗대가 들어있었다.  커다란 콩도 들어있는데 짭짤하게 간도 돼있어서 아주 친근한 맛이다.  다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사진 맨 우측으로  창펀인데 라이스롤이라 생각하면 된다. 우리 떡볶이 같은 느낌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엄청 탱글 쫄깃한 것이 표현하기 어려운데 묵과 떡의 중간느낌이랄까.  이것을 소스에 묻혀 먹으니 엄청 맛이 있다. 소스는 맵거나 짜지 않은 달큼한 느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맛볼 수 없는 종류이다. 검색해 보면 큰 딤섬집들도 창펀이라고 라이스롤에다가 속재료로 새우나 다른 것들도 넣은 메뉴들이 식당마다 있는 것 같다. 사진을 보면 특별할 것 없고  유명 식당들 리뷰해 놓은 콘지보다 부실해 보일 수 있지만  안 좋은 날씩에 현지느낌 제대로 살리면서  맛있는 아침 식사를 착한 가격에 즐긴 것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숙소까지 돌아오는 길에 중간중간  로컬 빵집이 눈에 띈다.  홍콩 여행 와서 많이 찾는 것 중에 하나가 에그타르트이다.  우리는 또 한 번 유명하지 않은 동네 빵집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하나에 6 홍콩달러로 유명하다는 집의 절반가격이다. 맛은 결코 절반이 아니다.  먹어보니 우리나라와는 다른 방식이어서 겉에 파이 부분이 잘 부스러지는 특징이 있고  안에는 노란 계란부위는 엄청 촉촉하다.  이후로부터 1일 1 타르트가 시작되었다.


숙소에 다시 와서 쉬다가 비바람으로 완전히 젖은 신발을 말리면서 쉬는데 오후부터 교통이 정상화되면서  직장인들도 출근하고 시내가 정상을 되찾았다.  우리는 저녁은 좀 더 확실히  특이하게 먹어보기로 하고  검색했던 곳을 가기로 했다. 그곳은 체인으로 지금은 여러 곳에 식당이 있는 도기스 누들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침사추이에 있는 곳을 가기로 하고  지하철로 이동했다.  이전 여행에서 쓰고 남은 미국달러  50불이 있는데 비와 비에 젖은 신발 대신 쪼리를 구매하느라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어서 이것을 홍콩달러로 환전하기로 했는데 침사추이역 근처 청킹맨션이라는  건물에 많은 환전소가 있어 매우 편하게 환전을 했다. 침사추이 지역은 홍콩섬으로 접근이 쉽고 지역자체가 번화하고 상점, 식당들이 많아 쇼핑하기 좋은 곳이다.


도기스 누들과 샥스핀

우리의 저녁 메뉴인 도기스누들과 샥스핀이다. 도기스 누들은 식감은 불은 우동면 같은 면이  짤막하게 뚝뚝 끊긴 형태가 육수에 담긴 누들이다.  짧은 면발이 강아지 꼬리같다해서 붙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샥스핀은 이름만 샥스핀이지 실제로는 오리고기로 만든 수프이다. 오리고기를 얇게 손질해서 샥스핀 같은 식감을 냈다고 한다. 와이프는 샥스핀을 나는 도기스 누들을 선택했다.  작은 컵라면 컵보다 조금 큰 컵에 담겨 나오는 누들인데 육수도 좋고 은근 맛이 있어서 꽤나 만족스럽다. 식당에 들어갈 때 큐알코드가 있는  종이를 주는데 이 큐알코드로 들어가 주문하면 끝난다.

포장도 되고 현지에서 어플을 이용해서 주문해 먹는 사람도 있는듯하다.  나름 미슐랭 식당이고  좁은 가게에 사람들이 끊임없이 왔다.    


  이렇게 비가 오고 아직 그치지 않아 태풍의 여파가 남아있지만 그래도 미슐랭 식당 하나를 해치우며 아쉬움을 달랬다.  어제의 익청빌딩과 벌써 다른 침사추이의 모습에 좀 더 홍콩의 맛을 느끼는 것 같고 아직 여행의 느낌보다 현지 사람들과 같은 느낌으로 비 오는 홍콩 거리를 다니는 그 느낌도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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