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이 지났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집에서 조촐한 간식과 디저트 와인만 놓고 아주 간단하고 소박하게 크리스마스를 기념했었다. 와이프가 좋아하는 치즈, 베리가 올라간 레드벨벳 케이크 한 조각과 과일이 전부였지만 꽤나 좋은 조합이었다.
우리는 트리를 꾸미지 않는다. 잠시 지나가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집에 크리스마스를 위해 꾸미는걸 아직도 고민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한번 작은 트리를 만들어볼 계획이다.
올해도 특별히 크리스마스라고 서로의 선물을 굳이 준비하거나하지 않지만 그냥 보내기 아쉬워 간단히 외식을 예약했다. 며칠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작은 식당인데 지하철을 이용해서 환승 없이 가기 쉽고 역에서 멀지 않아 찾기도 쉬웠다. 눈이 조금 와서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브다. 생각보다 맞기 쉽지 않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니 특별한 이벤트는 없지만 뭔가 살짝 두근거리는 게 희한하다.
삼각지역으로 갈 일이 별로 없는데 번화한 느낌도 별로 없는 골목 안 작은 가게에 크리스마스를 맞아 코스요리 하는 게 있어 예약을 해버렸다. 블로그들 리뷰들을 보면 맛이 괜찮은 거 같다. 평소에는 단품으로 파는 곳인데 샘플러 같이 이것저것 조합해서 코스요리를 만들었다.
맥앤치즈(토마토소스와 잠봉이 곁들여진), 해산물 플래터(방어, 굴)
전복내장파스타
우대갈비와 채끝 스테이크, 바나나푸딩과 바닐라 아이스크림, 식당 외관
시작메뉴부터 접시 하나씩 나올 때마다 간단한 설명도 해주시고 음식이 깔끔하니 천천히 먹다 보니 배가 불러왔다.미국의 명문요리학교라는 CIA를 나오고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인 그래머시 태번에 있었던 경력을 갖춘 셰프님들이 하시는 식당이었다. 주변에 같은 코스로 예약해서 온 사람들이 가득했고 보통 음료도 같이 먹고 있었다. 나는 스파클링 와인을 한잔 곁들였다. 한파주의보가 내릴 정도의 추위가 막 풀리기 시작한 데다 큰 기대 없이 갔던 식당에서 예상밖의 구성과 맛으로 맛있는 점심을 하니 제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
올해의 케이크이다. 얼그레이 시폰케이크로 밀크티 느낌의 크림과 촉촉한 시폰이 잘 어울린다. 꼭 밖으로 멀리 비싸고 좋은 곳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이렇게 작은 것도 행복을 느끼기 충분하다.
이제 올 한 해 얼마 남지 않았다. 차분하게 마무리하면서 내년을 맞이하면 좋겠다.
- 나 그리고 주변에 많은 분들과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도 행복하고 건강한 연말연시가 되길 바라며
산타에 진심인 미군이 산타클로스의 위치를 레이더와 감지기 등을 이용해 실시간 추적하고 있다는 재밌는 뉴스들을 접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서 벌써 60년이 훌쩍 넘게 하고 있으며 앱에서도 볼 수 있고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전화로 응답도 해준다고 한다. 참 재밌는 일이다. 작년에는 24일 밤 11시 20분쯤 우리나라를 지나갔다고 하니 아마도 지금쯤 산타는 지나가고 있을 듯하다. 그래서 어른들이 그랬나 보다. 일찍 자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