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네에 있는 일반적인 카페가 있다. 대로변에 눈에 띄는 자리는 아니어서 얼핏 지나치기 쉬운 위치이지만 근처에 높지 않은 산으로 갈 수 있는 길목이기도 하고 역에서 멀지도 않으면서 주상복합상가 1층에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꽤나 하루 종일 손님들로 북적인다. 그냥 지나칠 땐 몰랐지만 상당히 알짜매장이다.
등산객들이 지나치다 우연히 들렀다 입소문이 났는지 가끔 부부는 아닌 것 같은데 나이가 좀 있는 어른들의 무리가 같이 들어오기도 한다. 얼핏 봐도 상당히 친해 보이는 몇 분이 키오스크 앞에서 대화를 한다.주문을 하려고 서있는 내 뒤로 들려오는 대화내용이 재밌다.
A : 뭐 마실 거예요?
B : 에스페~
처음에 내 귀를 의심했다.
A : 에스페?
B : 네~
B는 당당했고 간결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에스프레소를 얘기하는 건가 싶었다. 그냥 내 선입견인지 다소 나이가 있으신 분이어서 커피믹스에 익숙하실 거 같은 느낌인데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시키시려는 게 맞을까 싶었다.
A : 그게 뭐지? 어떤 거 말하는 거요?
B : 그 있잖아요~ 작고 안단 거~ 에스펜가 뭔가.
에스프레소가 맞았다. 틀린 단어지만 부끄럼 따위 없다. 곧 다른 일행에서 A가 묻는다.
A : C 씨는 뭐 드실 거예요?
C : 아무거나.. 같은 거요~~
C는 그렇게 말 끝을 흐리는 건지 뒤로 한 발짝 물러서는지 알 수 없게 말소리가 작아지며 마치 자신 없는 사람처럼 주문을 부탁했다. A는 배려심이 있다.
A : 그럼 안 달고 쓴 거 괜찮아요? 작은 거도요?
C : 괜찮아요~ 아무거나 같은 거로요.
어르신들에게 카페의 메뉴들은 이름이 익숙지 않을 수 있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들도 에스프레소는 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정말 저분들은 에스프레소가 뭔지 잘 알고 주문하시는 건지 의문이긴 했다. 아직도 직접 사람에게 하는 주문대신 매장에서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것이 어려우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커피믹스가 더 어울리실 거 같지만 저렇게 운동 겸 모여서 카페에서 익숙하지 않아도 당당히 원하는 차 한잔 하시면서 여유를 즐기시는 분들 그리고 오가는 대화에서 건강함과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그렇다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나도 나중에 저런 모습이면 하는 생각도 하며 그분들을 향해 마음속으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