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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즐넛커피 Apr 29. 2023

만두가 익는 시간 4분

기다림의 행복

퇴근하는 길 집에 거의 다 와서 집과는 반대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작은 만두가게가 있다.  토요일도 근무하고 퇴근하면 몸이 피곤하고 그저 일찍 들어가 쉬고 싶기만 할  때가 대부분인데 오늘은 아니다.  비가 오다 그쳐서 그런지  날은 흐리지만 공기는 맑은 느낌이다.  사실 만두가 먼저 떠오른 건 아니고 만두가게 옆에 로또 파는 곳이 생각이 났었다.  로또를 살까 했지만 가게 근처에서 이내 포기한다. 그리고 자주 지났지만 사본적 없는 만두가게가 모처럼 눈에 들어왔다.  오래간만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고 메뉴들이 눈에 잘 들어온다.


만두를 원래 엄청 좋아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혼자 살기 시작한 후로  자주 어떤 때는 식사로, 어떤 때는 간식으로 간편히 찾기 좋아 즐기던 게 만두이다. 촉촉한 만두의 식감이 좋고 조금만 먹어도 속이 든든해 좋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엔 고기만두를 즐겼다면 이제는 고기가 아닌 다른 속재료  만두들을 즐긴다.   


새우교자와 김치만두 두 가지를 골랐다.

이내 냉장고에서 준비된 만두 한 판씩을 가져오셔서 찜기에 올리고 찜이 시작됐다.

메뉴 옆에 적혀있는 찌는 시간 4분.

이 정도면 기다렸다 먹을만한다. 스팀이 올라오고 만두가 쪄진다.  만두집에서 올라오는 하얀 김은 뭔가 매력적이다.  겨울이 아닌데 따뜻한 느낌이 들고 미스트 스프레이가 아닌데 촉촉함은 극강이다.  만두가 쪄지면서 하얗던 만두피가 투명해지고 속 색깔을 드러낸다.  맛이 올라오는 것이 눈으로도 확인된다.  기다리다 보니 자연스레 군침이 돈다.


  생각해 보면 이런 것에 큰 행복을 느껴던 거 같다. 어렸을 때는 동네나 학원가는 길에 세워져 있는 조그만 용달을 개조한 푸드트럭 같은 곳에서 만들어 팔던 닭꼬치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빨리 맛보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조리시간을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시각과 후각에서 전달되는 정보가 곧 있을 맛있는 행복에 대한 알람이 된다.  기다림 끝에 나온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 기다린 보람과  미각에서 주는 행복까지 더해진다. 이 과정이 누구나 몸에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소식좌들이라도 이러한 경험이 없지 않을 것이라 백 프로 장담한다. 가끔은 이런 자극 하나 때문에 예전의 좋은 추억도 떠오르기도 한다.

  오늘도 만두가 익기를 기다리는 4분, 나 혼자 설레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본다.



            - 2023.04  퇴근길 만두가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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