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처음 글쓰기를 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 글짓기 학원을 가면서부터였다. 우리 집은 그렇게 여유 있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 살림에서도 자식 교육이 걱정이셨는지 어머니는 글짓기 학원도 보내셨던 것이다. 물론 오래 다니지 않았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글짓기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오래 다니지 못했던 것 같다.
글짓기 학원은 멀리 있는 학원이 아니고 동네 다른 아파트에서 개인적으로 소규모 과외처럼 운영하는 학원이었다. 가면 거실에 다들 모여서 각자 원고지를 갖고 다니며 글을 쓰고 첨삭을 받는 식이었다. 내가 선택해서 간 학원도 아니었고 특별히 동기부여가 된 게 아니기에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었던 거 같다. 당연히 글이 잘 써질 리 없고 원고지의 수많은 칸들이 압박처럼 작용했다. 창의력도 별로 없었던 거 같다. 이 많은 칸들을 어떻게 채우지 하는 고민을 하고 간신히 조금 써나가기 시작하면 맞춤법이 틀리기 일쑤였다. 수줍음 많던 어린 시절에는 내 생각이 비치는 게 싫었고 틀리는 거도 싫어서 더 글쓰기가 부담으로 다가왔던 거 같다.
나중에 자라서 느낀 거지만 어릴 때부터 호불호가 확실하고 자기주장이 있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이 부러웠다. 예를 들어 '너는 무슨 색을 좋아하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빨강', '파랑', '연두' 등 다양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색들을 표현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도 나는 '좋아하는 색이 없는데. 왜 있어야 하지?'라고만 생각했다. 마지못해 고민하다가 '노란색이요'라고 말을 하면 누군가는 '그건 병 같이 안 좋은 거를 의미해'라고 부정적인 얘기를 한다. 색에 대한 이미지는 다 생각하는 게 다를 것이고 의미를 두기마련일 것이라서 부정적인 것만 신경 쓸 일은 아니었지만 그런 얘기를 들으니 어린 나이에도 여러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럼 좋은 색이 따로 있는 건가, 좋은 색을 골라야 하는 건가, 차라리 고르지 말자에서 더 나쁘게 나아가면 말을 하지 말자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왜냐하면 표현하면 누군가는 부정적이게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짓기 하나에서 표현하기를 거쳐 행동까지 미치는 연결고리나 파급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이후로도 과제 같은 것들을 제외하고 자유로운 주제나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것은 거의 하지 않고 살아왔고 글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가끔씩 어떤 깨달음이나 감상이 떠올라도 기록하거나 남겨놓지 않았다. 어차피 세련되지 않고 누구에게 드러내 보일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좋은 감성과 깨달음들도 흘려보냈던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누구나 그냥 잊히기 아까운 생각, 추억들이 많을 텐데 매 순간 기록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 이런 건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 하는 느낌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느낄까?' 하는 많은 생각들을 이제는 그냥 잊고 지나 보내기가 싫어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갖고 있는 행동양식과 가치관, 그 환경들의 다양성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애초에 지식을 나누는 어려운 글은 절대 쓰지 않겠다 마음을 먹었다. 세상에는 많은 고수들이 있고 그들의 지식과 다양한 삶에 대한 노하우를 뛰어넘는 것은 내가 당장 신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글을 쓴다면 나도 그저 세상의 한 조각으로 사람들과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들도 정보는 차고 넘치기 때문에 가장 쉬운 언어로 누구나 받아들이기 쉽게 조금씩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쓰기에 대한 결심이 선 후 우연히 브런치스토리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무작정 시작했다. 평소 SNS나 블로그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분들이라면 이 또한 매우 유용한 도구로 여러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로 순수하게 '글을 쓸 수 있고 보임으로써 생각이 공유될 수 있는 곳'으로 이 플랫폼을 선택하고 글쓰기가 시작된 것이다. 브런치를 그렇게 시작해서 이제 한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나고 있다. 일단 쉽게 글을 쓸 수 있고 이미지도 첨부해서 아주 가볍게 꾸며볼 수 있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마음먹고 글을 쓰게 되니 쓰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릴 적 경험에서 나오는 트라우마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유도가 있어 글을 너무 편하게 쓸 수 있어 큰 장점이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이렇게 쓴 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그 반응도 댓글이나 라이킷 등을 통해 피드백받을 수 있는 것도 아주 좋다.
이 플랫폼은 이미 등단한 작가분이나 문학상을 받은 분들도 있고 다양한 매체에 글을 연재하는 많은 고수분들이 있어 그런 글을 모아 다양한 글을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더 좋은 점은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를 좋아하는 일반인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그분들의 글 또는 작품을 접하면서 생활 속에서 느끼는 인간적인 고뇌와 애환, 행복 등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는 그 자체와 이로 인해서 가끔 나의 환경이나 입장, 감정 들이 그분들과 비슷할 때 크나큰 위로와 용기도 얻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자신감 부족으로 시작할 때 고민이 있었지만 이렇게 나는 그냥 글을 계속 쓰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글을 쓰면 생각을 하게 된다. 내용을 생각하다 보면 생각 속의 상황을 정리하게 되고 그 안에서 감정들도 돌아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도 때로는 고민해 보기도 하기 때문에 글쓰기는 단순히 내 생각을 써 내려가는 과정이 아니라 감정을 정리하고 환기시키는 좋은 방식이 된다. 나는 앞으로 이 방식을 더 활용하고 발전시켜보고자 한다. 잘 될지는 모르겠다. 지금같이 일상생활에서 스치는 아주 작고 가벼운 감상이나 생각부터 내가 알고 있는 아주 쉬운 수준의 작은 정보의 전달, 그리고 짤막하게나마 '풋'하고 즐기고 지나갈 수 있는 그런 글들을 계속 써보려 한다.
이 글의 마지막에 나의 이런 결심과 함께 이런 초보의 글을 잠깐씩이라도 눌러보고 반응을 보여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 안에서 만이라도 작가로 불리는 것에 매우 만족한다. 그리고 지리멸렬한 이 글의 마지막까지 잘 따라와 준 분들이 있다면, 그런데 아직도 글쓰기를 해본 적이 없다면 감히 강력히 권유하건대 용기를 내어 글을 써보자.
"눌러주시는 라이킷과 구독에 부족한 제 글을 보며 '이게 뭐라고' 하는 생각과 함께 흠칫 놀라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가끔씩 뜬금없이 올라오고 읽어보면 별것 없고 보잘것없는 짧은 글조각이지만 찾아주시고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