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고마움
케이크는 특별한 날에 등장한다. 무엇인가 기념하고 싶을 때나 기억에 남기고 싶을 때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케이크를 자르고 나누는 것으로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케이크를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갖기도 하고 우리는 맛보다 그 케이크가 있는 그 장면을 기억하기도 한다.
퇴근하려는데 동료로부터 케이크 하나를 받았다. 케이크 상자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오래간만에 받아 든 케이크여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 기념으로 주었나 보다 하는 생각에 내용물이 궁금하진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상자를 열자 케이크가 한쪽으로 조금 밀려 있었다. 더 들여다보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토핑으로 올라가 있던 딸기 몇 개는 제자리를 벗어나 상자 구석에 몇 개가 나뒹굴고 있었고, 초콜릿 가루는 원래보다 더 넓게 퍼져 있었다. 아마 운반하다가 한 번쯤은 기울어졌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실망은 없었다.
대신, 이 케이크가 여기까지 오는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
어디선가 조심히 들고 나오던 손, 사람들 사이를 피해 천천히 걸었을 걸음, 혹시나 망가질까 몇 번이나 상자를 내려다봤을 마음.
누군가는 이 케이크를 ‘완벽한 상태’로 가져오지 못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냥 가져왔을 것이다. 다시 고를 시간도, 다른 선택지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 케이크는 처음부터 노력의 흔적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보통 케이크에 많은 걸 기대한다. 예쁘게 올라간 과일, 무너지지 않은 크림, 사진으로 남겨도 괜찮을 모양.
하지만 이 케이크는 사진보다 먼저 마음에 도착했다.
누군가 나를 떠올렸다는 사실, 이 날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했다는 마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긴 선택. 그게 무너진 케이크 재료들보다 먼저 보였다.
나는 케이크를 바로 자르지 않았다. 한참을 그대로 두고 바라봤다. 찌그러진 쪽이 유난히 눈에 띄었지만,
그 부분이 이상하게 따뜻해 보였다. 이 케이크는 조심하지 못해서 망가진 게 아니라, 조심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았다. 살다 보면 이런 것들이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귀한 것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불완전함 때문에
진짜 마음을 알아보게 된다. 어쩌면 케이크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케이크를 고른 시간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찌그러진 케이크는 그 자체로 충분히 축하 같았다.
크림이 가장 많이 눌린 쪽부터 잘라먹었다. 떨어진 딸기를 얹어서 괜히 그 부분이 먼저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맛은 여전히 달았고 본래의 맛을 잃지 않고 충분히 괜찮았다. 완벽한 케이크보다 이런 케이크를 더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한 번쯤 쓰러졌던 것, 그리고 끝내 누군가에게 도착했다는 이야기까지 모든 것이 감사했다.
- 2025.12 다른 모양 같은 의미의 케이크를 받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