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보다 먼저 마음을 바꿨다
휴일에 운동을 한 날이면 괜히 하루가 더 잘 흘러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도 보지 않았고, 아무도 몰라도 되지만 그날의 나는 스스로에게 조금 더 후해진다.
예전의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운동의 즐거움을 알지 못했다. 휴일은 쉬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었고, 움직이는 일은 늘 다음 주의 계획으로 미뤄두었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여겼다. SNS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그냥 운동과 상관없이 자기애가 넘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받는 관심을 즐기는 모습이 더 강할 것이라 잘못 넘겨짚기도 했다.
올해를 지나며 나는 완전히 바뀌었다. 운동은 어느새 나의 루틴이 되었다. 처음 헬스장을 등록하러 갈 때에도 입구에서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르겠다.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몸을 만들겠다는 결심도, 숫자로 증명하고 싶은 욕심도 없었다. 그저 하루를 마치며 ‘오늘도 나를 좀 돌봤다’는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처음부터 즐거웠던 건 아니다. 숨이 차는 것도 여전히 힘들고, 땀이 나는 건 지금도 귀찮다. 기구들은 사용법도 몰랐다. 그럼에도 운동을 계속하게 된 이유는 운동을 하고 난 뒤의 내가 조금 더 믿을 만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피곤해도 나와의 약속을 지켰고, 귀찮아도 몸을 움직였다.
그 작은 선택들이 하루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처음에 아무것도 달리지 않은 빈 봉만 들어도 온몸이 후들거리고 땀이 흠뻑 났다. 운동 좀 한 사람들이 보면 그저 가엾거나 우스울 수 있는 모습이다. 그저 작은 변화는 쌓이다 보니 큰 변화로 이어진다.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몸으로도 더 무거운 무게를 드는 사람들은 얼마나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노력했을까를 몸소 느끼게 되었다. 가볍든 무겁든 지금 드는 무게는 중요하지 않다.
올해가 시작될 때 운동을 시작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 운동을 즐기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의 가장 큰 성과는 운동을 ‘해야 하는 일’에서 ‘즐길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운동은 이제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생각을 비우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되었다.
휴일에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묘한 여유가 남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에 굳이 무언가를 해냈다는 사실이 그날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든다. 예전에는 왜 이 기분을 몰랐을까,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고, 지금의 나는 그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니까. 오늘 휴일에 운동을 한 내가 괜히 대견하다. 이 대견함이 쌓여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 2025.12 운동을 마치며